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가 바로 칸영화제다. 이 영화제에 작품이 공식 초청되기만 해도 창작자에겐 대단한 영광이다. 제 돈 주고 이력삼아 참가하는 몇몇 부문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칸영화제 경쟁부문 만큼은 영화계에서 가장 존중받는 자리라 해도 별 이견이 없다. 면면을 보자면 당대 최고의 영화인들, 그들이 공들여 만든 수작들이 서로 경쟁하는 자리가 바로 여기니까 말이다.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한 편의 영화가 깜짝 이름을 올렸다. 무려 데뷔작으로 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데뷔작부터 경쟁부문에 초청되기가 쉽지 않기에 영화의 감독이 누구인지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감독은 프랑스의 세네갈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라마타-툴라예 시. 1986년생으로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시는 그간 프랑스 영화산업에서 작가와 연출부 활동을 병행하며 쌓아온 실력으로 지난 몇 년 간 직접 작품을 감독했다. 2021년 만든 단편 <아스텔>이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23년 내놓은 장편 데뷔작 <바넬과 아다마>로 칸영화제에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데뷔작부터 칸에 입성한 거지? 전 세계 창작자와 평자들의 관심이 기운 것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