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 하겠나?> 스틸컷
(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타이틀은 대체로 해당 작품이 갖고 있는 주요 소재가 직관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이름 지어져 붙여진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까닭도 있다. 가령, 아무런 정보도 없는 관객이라고 해도 <베테랑 2>의 타이틀을 보면 이 작품이 <베테랑>의 후속작임을 알 수 있고, <보통의 가족>을 보면 가족의 서사가 담긴 내용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추측해 낼 수 있게 된다. 이 작품 <결혼, 하겠나?>의 타이틀 또한 상당히 직접적인 편에 속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며, 그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충분히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오프닝의 짧은 신을 통해서 결혼을 앞둔 선우(이동휘 분)와 우정(한지은 분)이 마주한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되짚어간다. 비용의 문제다. 신혼집을 구하기조차 빠듯한 예산에 가늠조차 되지 않는 예식 비용. 여기에 대학교수를 바라보고 있는 선우의 학자금 대출까지.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자동차도 벌써 13년이 넘게 타온 탓에 방금 시커먼 연기를 내며 도로 위에 멈춰 섰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굳건한 신뢰와 사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 정도 문제라면 충분히 해결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또 어떤 문제가 찾아올지 알지 못한 채로.
02.
"이제 상견례만 하면 결혼만 남는다 아이가."
영화 <결혼, 하겠나?>는 마땅한 수입도 없이 사랑 하나로 결혼을 추진하는 두 사람을 따르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의 시작점에 이 시대가 가진 현실적인 문제와 어려움을 가져다 놓으며 그 바탕이 되는 사랑과 믿음의 가치를 조금씩 흔들기 시작하면서다. 심지어 그 문제의 원인이 당사자인 두 사람의 행동이나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자신을 품어왔던 가족과 이제 자신이 품어야 할 가족, 양쪽 모두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은 덤이다.
처음부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결혼을 결심한 두 사람 앞에 지금까지의 문제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큰 사고가 벌어지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나아간다. 상견례 당일, 아버지 철구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일이다. 이 사건은 그가 그 흔한 보험은 물론 건강보험까지 하나 없는 신용불량자라는 불편한 사실을 모두 앞에 떠오르게 한다. 아내인 미자(차미경 분)와는 이혼을 한 상황에서 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건 아들인 선우뿐이다. 이제 상견례만 잘 마치고 나면 결혼만 남을 줄 알았던 미래에 예상하지 못한,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진 셈이다.
수술비만 3천5백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 철구를 기초수급자로 만드는 일이다. 기초수급자로 지정되기만 하면 병원비 전액을 국가에서 부담해 주는 것은 물론 이후 그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선우가 떠안아야 할 몫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기초수급자 등록을 위해서는 실거주지가 필요한데, 철구는 그동안 실거주지조차 하나 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주소지조차 없이 선우의 할머니 집에서 살아왔는데 이 집을 사는데 많은 돈을 쓴 삼촌은 상속 문제를 이유로 앞을 가로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