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동엔 순더 설탕공장이 있다. 보다 정확히는 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이미 망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 근대화의 상징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던 이 설탕공장은 당시 첨단이던 체코 생산설비를 가져와 경쟁력을 키웠다. 인근엔 사탕수수가 무성하게 자랐고, 이를 바탕으로 설탕을 생산해 전국으로 공급했다. 한국의 제일제당이 그러했듯 발전한 세상에선 설탕 소비량 또한 크게 늘어나고, 이를 공급할 기업도 필요해지는 것이니까.
그 공장이 이제는 사라졌다. 사탕수수는 여전히 잘 자랄 만하고 자국 내 설탕 수요 또한 어마어마하지만 기업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이미 세계화된 무역환경 속에서 가격경쟁력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미 임금이 꽤 상승해 있는 중국의 노동 환경 가운데서 기업이 버텨나가기 어려웠다는 점 등일 테다. 그리고 어느 중국인은 여기에 더해 하나의 이유를 더 드는 것이다. '세계화된 초단타 매매 환경 속에서 이 공장은 폐허로 전락했다'고 말이다.
순더 설탕공장이 문을 닫은 이유로 농산물에 대한 국제적 자본의 초단타 매매를 든 이는 중국 출신 영상감독 차오 슈다. 그는 순더 설탕공장이 버려진 채 폐허로 변해가는 과정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나 보다. 제 직업을 비디오 아티스트라 말하는 이답게 카메라를 들고 공장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려 든다. 그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 팬텀 슈가(Phantom Sugar) >, 직역하자면 설탕유령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