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놀면 뭐하니?>의 주우재-이이경이 동대문 '사입삼촌' 일에 뛰어들었다.

지난 2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는 '24시간 릴레이 노동' 두 번째 이야기로 꾸며졌다. 6인의 멤버들은 2명씩 짝을 지어 각각 다양한 일자리에 투입됐다. 

​유명 빵집에서 새벽부터 근무하게 된 박진주-이미주에 이어 유재석-하하는 택시 운전, 마지막으로 주우재와 이이경은 동대문 의류 도매상가에서 값진 땀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를 마련했다. 동대문에서 두 사람이 하게 된 일거리는 다름 아닌 '사입삼촌'이었다.  

사입삼촌은 전국 각지의 의류 상인에게 물건을 주문 받고, 동대문 의류 도매 상가를 돌면서 일일이 해당 제품을 모아 배송 차량에 싣는 일을 한다. 즉, 패션 상가에서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시키는 일종의 구매 대행자 역할이다.

심야 시간 더욱 북적이는 동대문 패션 상가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유명 패션 상가들이 밀집한 서울 동대문 일대는 낮보다 밤, 특히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시간 더욱 분주하게 움직인다. 소규모 인터넷 쇼핑몰부터 오프라인 상점 등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이곳에 물건 주문을 넣으면, 재빨리 취합해 보내줘야 하기에 남들이 단꿈에 빠져 있을 늦은 시간에도 쉴 틈 없이 일한다.

<놀면 뭐하니?>가 일손을 돕기 위해 만난 사람은 '사입 삼촌'으로 10년 이상 일해온 '동규 삼촌' 김동규씨다. 그는 자정 0시부터 주문 내역 정리하고 새벽 1시 30분에 본격적인 사입 업무를 진행, 새벽 4시까지 배송 트럭에 모든 물품을 탑재했다. 

​시간 자체는 길지 않았지만 엄청난 수량의 주문을 소화하려면, 드넓은 상가에 일일이 물건 들고 다녀야 하기에 체력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제품을 받으러 도매상인들을 만나는 도중에도 계속 주문이 쏟아지기에 조금의 실수가 생긴다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수많은 사입 삼촌 중 최고가 목표"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동규 삼촌으로부터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게 된 두 사람은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각자 상가 건물 위, 아래부터 차례로 물건을 챙겨 3층 부근에서 만나기로 하고 재빠르게 주문 내역 대로 도매상점을 찾아 나섰다. 동대문 상가가 익숙지 않은 이이경과 오랜만에 이곳을 찾은 주우재 모두 넓은 건물 내부를 쉴 틈없이 돌아다니면서 차곡차곡 제품 수령에 임했다.

​이이경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마치 오랫동안 이 일은 해온 사람처럼 착실하게 적응한 반면, '종이 인형' 주우재는 대형 봉투에 담긴 옷가지를 들고 이동하는 것조차 힘에 부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해 대조를 이뤘다. 트럭에 짐 싣기 30분 전 모든 상품을 잘 챙겼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물건 하나를 빠뜨린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다행히 동규 삼촌이 해당 상점에 전화를 걸어 이를 잘 가져오면서 배송 누락 없이 업무를 끝마칠 수 있었다.  

짧은 일과를 마친 세 사람은 길거리 간이 테이블에서 라면을 먹으며 뒤늦게 휴식을 취했다. 동규 삼촌은 "이럴 시간이 없으니까..."라며 이런 시간 마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주우재와 이이경은 동규 삼촌에게 꿈에 대해 질문을 건넸다. 그는 "최종 목표는 하나다. 수많은 사입 삼촌 중 최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동대문 '사입 삼촌' 마저 없었더라면... 애매할 뻔했던 방영분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2주에 걸친 '24시간 릴레이 노동' 방영분은 사실 전반부 반응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재미나 공익성 양쪽 측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면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진주-이미주가 투입된 제과점 일은 워낙 바쁜 환경까지 겹치면서 변변한 분량조차 뽑아내지 못했고, 11년 전 <무한도전> 당시 택시기사 체험을 재소환한 내용은 그때의 재미를 다시 찾기엔 힘에 부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워크맨> 같은 노동 체험 인기 웹예능에 눈높이가 맞춰진 시청자들을 상대하기엔 <놀면 뭐하니?>의 이번 소재는 특별한 개성을 엿보기 어려웠다. 딱히 웃음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지상파 특유의 '공익 예능'도 아닌, 어중간한 내용의 집합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이경-주우재가 뛰어든 동대문 '사입 삼촌' 일은 의외의 몰입감과 더불어 모처럼 좋은 의미까지 담아내면서 앞선 방송 분량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막연하게 들어왔던 동대문 도매 상가의 또 다른 세계를 화면으로 접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업무에 대한 적응력 강한 이이경이나 이곳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주우재마저 없었더라면 이번 <놀면 뭐하니?>는 자칫 편수 채우기 수준에 그칠 뻔했다. 이제 3주간 올림픽 휴식기를 맞게 된 프로그램으로선 이를 자성의 계기로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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