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배드4> 포스터.

영화 <슈퍼배드4>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7년 만에 돌아온 후속편에 대한 기대 부응일까. 해외 배급사와 극장의 욕심이 빚어낸 이기적 행태일까.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배드4>가 일주일 앞서 오는 20일과 21일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 영화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슈퍼배드4>가 진행하는 유료시사회 규모는 전국 400여개 극장, 약 80만 석 수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양일 간 해당 영화의 상영점유율은 17.7%, 19%다. 같은 날 <인사이드 아웃2>가 18.8%, 17.9%의 상영점유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상영점유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영화인 <탈주>나 <핸섬가이즈>보다도 높은 점유율이다. 사실상 개봉작이나 마찬가지인 셈.
 
"유료 시사 아닌 다른 마케팅으로 승부봤어야"

실제로 각 멀티플렉스별로 전국 체인의 90% 이상에서 <슈퍼배드4>를 상영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시네마를 예로 들면 서울 지역 23개 지점 중 20곳, 경기/인천 47개 중 35곳, 충정/대전 11지점 중 10곳 등 주요 상영관에서 모두 해당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이런 유료시사회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영화 중에선 <부산행>이 2016년 7월 20일 개봉일에 1주일 앞선 주말 양일 유료시사를 열었고, 56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웬만한 대중영화 개봉 첫주 주말 관객 수 버금가는 기록으로 당시에도 변칙 개봉과 스크린독과점 비판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앞서 <슈퍼배드2>는 개봉일(2013년 9월 12일)보다 2주 앞선 시점인 8월 31일과 9월 1일 주말, 서울 5개-전국 24개 극장을 대상으로 유료시사회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영화 개봉을 예정한 다른 중소배급사들이 성명서를 내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슈퍼배드4> 유료 시사 관련, 영화 제작자로 구성된 한국제작가협회(아래 제협)는 17일 배급사인 유니버설 픽쳐스 측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배장수 제협 상임이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원사들의 신고가 있어서 (외부에 공개하는) 성명서가 아닌 유니버설 픽쳐스에 공문을 우선 보낸 것"이라며 "<부산행>의 재탕인 셈인데 극장이나 해당 배급사는 떨어진 좌석점유율을 높이고, 극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지만 그렇게 바짝 당기는 걸로 과연 연간 수입이 얼마나 좋아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배 이사는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고 기대치가 높아서라는 말도 나오던데 이미 북미 개봉이 7월 3일이었다"라며 "차라리 마케팅을 통해 기대치를 높여놓고 예정된 대로 개봉하는 게 낫다. 유료 시사회로 관객들이 먼저 많이 들 수는 있어도 실제 좌석판매율엔 그리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짚었다.
 
극장 및 대형배급사들은 천만 영화들이 나와야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느는 등 일종의 낙수효과가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방식을 두고 대박 흥행을 염두에 둔 저인망식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범죄도시> 시리즈나 <파묘> 등 천만 영화들이 나왔지만, 다른 대중영화들은 관객 기근 현상에 시달리며 부익부빈익빈 현상만 심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천만 관객을 기록한 <파묘> <범죄도시4>를 제외하면, 저예산 영화인 소풍(약 35만명), 정치 다큐멘터리인 <건국전쟁>(117만명) 뿐이다.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노철환 교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과 배급사가 관객 수를 늘리고 좌석점유율을 높이려 한 선택인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룰이라는 건 지켜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그런 규칙들을 무시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 깊숙이 침투하는 걸 막는 상생법 또한 그런 혼란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영화 <샤인> 포스터.

영화 <샤인> 포스터. ⓒ 인디스토리


  
대안 배급으로 해법 모색 중인 영화들

실제로 대형 배급사나 멀티플렉스의 몰아주기 전략에서도 국내 독립영화 및 저예산 영화들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살아남기 위해 대안 배급을 택하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들꽃> <재꽃> <스틸플라워> 등 꽃 3부작으로 한국 독립영화계에 유의미한 자취를 남기고 있는 박석영 감독은 2020년 개봉작 <바람의 언덕> 때부터 기존 배급망을 통하지 않고, 직접 영화를 들고 각 지역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커뮤니티 시네마 로드쇼'라고 명명한 이 방식은 대중영화에 비해 더욱 독립영화를 만나기 어려운 지역 사회 속 극장이나 상영 시설을 감독과 배우가 직접 찾아가는 식으로 이뤄진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박석영 감독 신작 <샤인> 또한 그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거칠게 비교하면 이또한 유료 시사회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슈퍼배드4>처럼 전국적으로 그리고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상당수를 선점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 독립예술영화관 중심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지자체 공적자금이나 영상 단체 지원으로 해당 지역 관객들에게 창작자들이 직접 영화를 소개한다는 차이가 있다. 상영료나 초청비 또한 거의 받지 않는다. 

<샤인> 같은 저예산 독립영화는 개봉을 한다 해도 전국 극장에 많아야 30개 미만 규모로 걸릴 것이 자명한 상황. 상영시간대 또한 일반 대중영화에 밀려 관객이 거의 들지 않는 시간대에 들어갈 확률이 높기에 창작자들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낸 대안 중 하나다.
 
박석영 감독은 "변칙 개봉으로 1명이라도 더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큰돈을 들여 상업시스템에서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하는 건 너무도 손쉬운 방식인데, 극장이 그 방식에 호응하는 것도 너무 부끄럽다. 영화계가 어렵다는 것에 대해 연대의식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 전했다.
 
또한 박석영 감독은 "극장 스스로가 룰을 헤치는 방향으로 가면 과연 본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젠 OTT 플랫폼을 상대해야 하는데 담합에 가까운 행동으로 우리끼리 해치는 게 아닐까 싶다"며 "당장의 손해를 메꿔야 하고 돈이 급한 상황에서 이런 변칙을 수용하는 배고픈 괴물들이 되어가는 게 아프고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21일 개봉한 <수라>도 대안 배급, 상영 전략으로 입소문을 탄 사례다. 개봉일 전까지 강릉, 광주, 울산, 제주, 수원,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30차례가 넘는 시사회를 열고 4천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100개의 극장' 추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객들이 자신들과 가까운 지역 극장을 직접 대관해 해당 영화를 틀게끔 하는 일종의 관객주도형 배급 캠페인이었다.
 
대형 대중 영화에 밀려 개봉일에 상영관 확보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였다. <수라>는 개봉 당일 136개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었고, 이후 크게 상영관이 줄긴 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6개월 뒤인 12월 말경 누적관객 6만 명을 돌파하게 됐다.
 
<수라>나 <샤인> 모두 대형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극장의 규모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관련 행사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방식과도 거리를 둔 상생 전략이기도 했다.

박석영 감독은 "유료시사회를 하더라도 서울이 아닌 지역 극장, 그것도 독립예술영화관으로 한정해서 다니곤 했다"며 "돈을 더 벌 수 있다가 아니라 영화의 의미를 확장하고, 관객층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을 먼저 마주하기로 한 마음을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슈퍼배드4 극장 유료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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