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은 감독들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표작'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영광이다. 물론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대표작을 만든 후 차기작의 완성도가 전작에 미치지 못해 비판을 받는 감독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자신의 영화인생을 대표할 만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특권'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의 조교수로 재직 중인 이정범 감독은 성공한 영화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연출과 각본을 담당한 영화 <아저씨>가 화려한 액션과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로 극찬받으면서 그 해 한국영화 최다관객(628만)을 동원했기 때문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실제로 이정범 감독을 아는 관객은 많지 않아도 <아저씨>를 만든 감독'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관객들이 적지 않다.
사실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 이후 2014년 <우는 남자>와 2019년 <악질경찰>이 차례로 좋지 않은 평가 속 흥행에 실패하면서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이정범 감독이 <아저씨>라는 '인생작'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높지 않은 흥행성적에도 진중한 이야기와 가볍지 않은 연출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설경구, 나문희 배우, 조한선 주연의 <열혈남아>는 이정범 감독의 숨은 명작으로 꼽힌다.
후배-원수-어머니, 복잡하게 얽힌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