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속편이나 시즌2를 만들 때 '배우의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6년 27.6%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며 시즌2 제작이 확정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윤서정 역의 서현진과 강동주 역의 유연석, 도인범 역의 양세종이 개인 스케줄 문제로 시즌2에 참여하지 못했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따라서 시즌2에서 윤서정은 미국 교환연수, 강동주는 군복무, 도인범은 본원에 복귀했다는 설정을 넣었다.

지난 200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시작을 알린 <아이언맨1>에서는 테렌스 하워드가 토니 스타크의 친구이자 조력자 제임스 로즈 중령을 연기했다. 제임스 로즈가 <아이언맨2>부터 토니 스타크가 만든 슈트를 입고 '워머신'으로 거듭난다는 스토리로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MCU에서 꽤나 중요한 캐릭터였던 셈이다. 하지만 하워드는 출연료 문제로 제작사와 갈등을 빚다가 MCU에서 하차했고 돈 치들이 제임스 로즈 역을 이어받았다.

MCU에서는 제임스 로즈 외에도 시리즈가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 배우들의 연결문제로 혼란을 겪은 적이 또 있었다. 특히 MCU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캐릭터에 캐스팅된 이 배우는 단 한 편의 솔로 무비에 출연한 후 MCU에서 하차했다.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합류로 캐스팅 당시부터 많은 화제가 됐고 현재까지 MCU가 제작했던 유일한 헐크의 솔로 무비가 된 2008년 개봉작 <인크레더블 헐크>였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인피니티 사가'의 23편 중에서 가장 낮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비운(?)의 영화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인피니티 사가'의 23편 중에서 가장 낮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비운(?)의 영화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후보 오른 배우

변호사였던 아버지와 영어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튼은 예일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엘리트다. 27세의 나이에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서 애런 역으로 캐스팅됐다. <프라이멀 피어>에서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린 뛰어난 이중인격 연기를 선보인 노튼은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드 니로 같은 대배우들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1997년 우디 앨런 감독의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와 밀로스 포만 감독의 <레리 플린트> 등에 출연한 노튼은 1999년 토니 케이 감독의 < 아메리칸 히스토리X >를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무기력한 자동차 회사의 리콜심사관을 연기했던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 역시 브래드 피트와의 연기대결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노튼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02년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레드 드래곤>에서 유능한 FBI수사원, 스파이크 리 감독의 < 25시 >에서 마약밀매로 7년의 수감생활을 하는 몬티 브로건을 연기한 노튼은 2002년 연극 <번 디스>에 출연해 오비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탈리안 잡>과 <킹덤 오브 헤븐> <일루셔니스트> 등 대중적인 영화에도 출연한 노튼은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를 통해 MCU에 전격 합류했다.

노튼은 <아이언맨>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된 MCU 히어로 단독 무비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브루스 배너를 연기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MCU의 위상이 크지 않던 시절이라 2억6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에 그쳤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노튼은 MCU 하차 후 2012년 칸영화제 개막작 <문라이즈 킹덤>, 2014년 베를린 영화제 은금상,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출연하며 다시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노튼은 데뷔작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세 차례 후보에 올라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노튼은 배우활동은 물론이고 환경운동가와 자선가로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무려 26개의 자선구호단체에 기부를 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배우다.

개그화 되기 전, 헐크의 원초적인 매력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헐크는 오직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만 볼 수 있다.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헐크는 오직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만 볼 수 있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인크레더블 헐크>가 개봉할 때만 해도 '마블이 판권을 가진 히어로들의 단독무비를 만들고 이들이 <어벤저스>라는 팀으로 뭉쳐 지구를 구한다'는 계획이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다. 따라서 <인크레더블 헐크>는 일부 관객들로부터 2003년에 개봉했던 이안 감독이 만든 <헐크>의 아류작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개봉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헐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MCU의 솔로 무비는 <인크레더블 헐크>가 유일하다.

더 이상의 솔로 무비가 제작되지 않은 것처럼 사실 헐크는 MCU의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처음 등장했을 때 가지고 있던 엄청난 위압감과 터프한 캐릭터가 많이 퇴색된 게 사실이다. 심지어 <토르: 라그나로크>에서의 헐크는 영화의 색깔에 맞춰 개그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했고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는 초반 타노스에게 처참하게 패하더니 후반에는 헐크버스터를 조종하면서도 타노스의 부하들에게 크게 고전했다.

따라서 <인크레더블 헐크>는 헐크가 가장 순수하게 야만적이고 난폭했던 시절을 잘 표현했던 영화로 관객들에게 재평가 받고 있다. 물론 후반부에 박수를 쳐서 화재를 진압하는 장면은 다소 황당했지만 영화 중반 로스 장군(윌리엄 허트 분)의 부대가 음파 공격을 통해 헐크를 괴롭힐 때 헐크가 자신이 찢은 거대한 쇳덩어리를 던져 무기가 달린 장갑차를 반으로 쪼개는 장면은 상당히 통쾌하다.

에드워드 노튼은 <인크레더블 헐크> 출연 이후 브루스 배너 캐릭터에 대한 제작진과의 견해 차이로 MCU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노튼은 배너 역에서 하차하면서 자신의 친구인 마크 러팔로를 새로운 배너로 추천했고 노튼에 이어 배너 역에 캐스팅된 러팔로는 노튼과는 다른 매력의 헐크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원작의 깡마르고 핼쑥한 이미지의 브루스 배너는 러팔로보다 노튼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솔로 무비가 나온 대부분의 마블영화가 그런 것처럼 <인크레더블 헐크> 역시 러팔로가 노튼의 빈자리를 잘 이어받으면서 속편제작에 대한 소문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헐크가 나머지 <어벤저스> 시리즈와 <토르: 라그나로크>, 드라마 <쉬헐크> 등 다른 MCU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솔로영화 제작 소문은 계속 흐지부지 되었다. 다만 마블에서는 아직 헐크의 솔로 무비 제작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거두진 않고 있다.

17년 만에 MCU로 돌아오는 베티 로스
 
 <인크레더블 헐크>의 히로인 베티 로즈는 내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통해 17년 만에 MCU에 컴백한다.
<인크레더블 헐크>의 히로인 베티 로즈는 내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통해 17년 만에 MCU에 컴백한다.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러브라인이 양념처럼 지나가는 여러 마블 영화들에 비해 <인크레더블 헐크>는 브루스 배너와 1990년대 중·후반의 청춘스타 리브 타일러가 연기한 베티 로스의 애틋한 멜로가 영화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브루스는 헐크로 변하는 자신이 베티에게 큰 '피해'를 줄까 봐 그녀를 두고 먼 곳으로 떠났고 나중에 베티와 재회해 사랑을 나누려 할 때도 심박수가 너무 빠르게 뛰어,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려 한다.

1996년 톰 행크스가 연출한 <댓 싱 유 두>를 통해 주목받은 타일러는 1998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에 이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에서 아르웬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반지의 제왕>과 <인크레더블 헐크> 이후, 타일러는 내년 개봉 예정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서 17년 만에 베티 로스로 돌아올 예정이다.

베티 로스가 15년 넘게 MCU에서 자취를 감췄을 때 <인크레더블 헐크>와 MCU의 세계관을 이어줬던 인물이 바로 고 윌리엄 허트가 연기한 썬더볼트 로스 장군이다. 로스 장군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어벤저스: 엔드 게임> <블랙 위도우> 등 MCU 작품에 꾸준히 등장했다. 내년에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4>에서는 2022년에 고인이 된 허트 대신 해리슨 포드가 미국 대통령이 된 썬더볼트 로스를 연기한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영화 인크레더블헐크 루이르테리에감독 에드워드노튼 리브타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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