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소니 픽쳐스
명장과 명배우가 만난 <나폴레옹>은 숙원사업으로 꿈꿔 온 리들리 스콧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다. 러닝타임에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까닭에 선택과 집중을 취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당하는 시점부터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여 년 중 역사적인 순간의 재현과 심리적인 변화를 드라마틱 하게 구현했다.
영화는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끈질긴 관계에 중점을 둔 심리 서사가 실화의 매력보다 우위에 있다. 실존 인물을 맛깔나게 캐릭터화하는 명장의 손길이다. 다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지만 한 여인을 광적으로 집착했던 나약한 남자로 다뤘다. '프랑스, 군대, 조제핀'이란 마지막 유언에서 영감받아 뼈대를 완성한 것 같다.
나폴레옹은 죽은 지 200년도 지났지만 여전히 평가와 인기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전쟁광과 전쟁영웅, 최고의 전략가와 잔혹한 침략자, 그리고 사랑꾼. 다채로운 수식어의 주인공이다. 생전 많은 어록과 그림, 전투와 전술을 남겼으며 주변국과 전쟁을 반복하며 프랑스를 유럽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 뒤에는 30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숫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엔딩크레딧 직전 각각 전투와 전사자를 숫자로 환산한 자막은 명장의 견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나폴레옹을 서양의 명장으로만 기억했다면 다소 당황할 수 있겠다. 위인이기보다는 인간 나폴레옹으로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관계처럼 영웅(왕, 황제)과 살인마의 느슨한 경계를 탐색했다. 강압적인 엄마와 좀처럼 가질 수 없는 아내 사이에서 불안함을 감춘 리더, 눈물 마를 날 없던 복잡한 내면, 로맨티시스트와 사디스트의 경계를 넘나든다. <글래디에이터>의 황제 코모두스에 이어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을 재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사랑의 이름으로 버렸다가도 금세 되돌아와 감정과 신체를 착취하는 조제핀과 관계를 세심하게 묘사했다.
바네사 커비가 연기한 조제핀은 파격적인 커트 헤어스타일과 우아함을 뽐내며 인상적인 황후로 남게 되었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 세상을 휘어잡은 황제를 정복한 강렬한 카리스마로 매혹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전쟁 장면... 스크린에서 만끽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