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다수의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는 것도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우정을 쌓게 된 날, 클럽에서 나온 재희는 남자와 키스하고 있는 흥수를 발견한다. 재희는 흥수의 등짝을 후려치고는 한참 웃더니 별안간 팀플을 제안하고 술 한잔하러 가자고 말한다. 닭도리탕과 소주를 깔아둔 술집에서 흥수는 자신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냐 까칠하게 묻는다. 재희는 무심하게 대꾸한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냐?"고.
재희가 흥수에게 했던 말은 사실 본인에게 먼저 적용된다. 재희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한다는 이유로 '걸레' 취급을 받는다. 그 와중에 남자 보는 눈이 없어서 자주 봉변을 당했다. 그런 20대를 지나온 재희가 남편에게 '꼭 내게만 내 꿈을 맡기고 싶어'(영원한 사랑)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건 성장의 증거가 아닌 정체의 흔적 아닐까 싶다. '겉모습만 보면서 한심한 여자로 보는 시선이 웃긴다'('Bad girl good girl')는 변화가 옳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부러움과 후회보다 부끄러움이 크게 다가온다. 동일하게 00~10년대에 20대를 보냈지만, 나의 자리는 흥수와 재희는 아니었다. 고백하자면 오히려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괴짜, 별종으로 단정하고 바깥으로 몰아내던 쪽에 가까웠다. 10여 년이라는 시차, 주인공들의 대학 생활과는 거리를 두고 있기에 <대도시의 사랑법>을 반짝이는 성장영화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뿐이다. 동시대를 사는 나였다면 영화 외적인 면을 들어 혹평을 남기지는 않았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국내의 영화 커뮤니티를 훑어보면 혹평의 주된 이유가 대체로 한 가지로 좁혀진다. 영화에서 왜 정상적인 남자가 등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영화속 남자들은 단체채팅방에서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고, 몰래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 데이트폭력을 행사한다. 이는 곧 여성은 절대적인 피해자고, 게이만 괜찮게 그려지는 게 정치적 올바름이냐는 비아냥으로 연결된다. 당시 남성 집단 저류에 깔려있던 비참한 수준의 인권 의식이 메신저를 이용한 딥페이크 범죄 등으로 오히려 한 단계 진화한 모습으로 재현되는 걸 보면 <대도시의 사랑법>이란 성장영화의 필요성이 더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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