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한 장면
MBC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저희 방송이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는 방송이 될까 봐 상당히 우려했습니다. 다만 화재가 났던 과정과 원인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최대한 차분하게 방송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건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많은 매체에서 보도가 됐었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관심을 가졌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취재하게 됐습니다."
- 주민 피해가 심하더라고요. 특히 25층에 가보니 집이 완전히 분진으로 싸여 있잖아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 가족도 화재가 진압된 후에 집에 들어와 보고 이게 지금 현실인가 믿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복도로 통하는 환풍구가 있었는데, 그 환풍구가 굴뚝 역할을 했던 것 같고요. 분진이 워낙 다량으로 발생하다 보니 꼭대기 층에 분진이 몰려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예상하더라고요."
- 저층에 피해가 더 갈 줄 알았는데, 고층에서도 피해가 컸네요.
"화염의 온도가 높을수록 분진이 위로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그래서 고층 세대의 피해로 이어졌던 거 같고요, 저층 세대 역시도 분진 피해는 컸어요. 그리고 저층 세대는 누수도 많았어요. 누수가 왜 생기나 했더니 주차장의 화재가 너무 커서 저층 세대의 몇몇 세대는 PVC 배관이 터졌다고 하더라고요. 집안에 갑자기 물이 새고, 천장 무너지고, 그 누수를 잡느라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 전기차 화재 후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요.
"화재가 난 후 (아파트에) 전기가 열흘 정도 안 들어왔었거든요. 전기 수도 난방 이런 설비들이 다 지하에 연결되어 있다 보니 화재가 나면서 한꺼번에 단전 단수가 되어 버린 거죠. 당장 분진 청소를 하려고 해도 물이 나와야 청소하고, 엘리베이터가 작동해야 물건을 버릴 수 있죠. 그 아파트가 30층까지 있거든요. 급한 대로 수도와 전기 복구 공사를 하고 엘리베이터 안전진단까지 마치고 나서야 청소가 진행되다 보니까, 주민들은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더라고요. 제가 만난 주민들 대부분은 집도 그렇게 난리가 났지, 차도 불에 타버려서 어디 돌아다닐 수도 없지,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으신 상황이셨어요. 화재 당일 날 어린 자녀들 데리고 대피하면서 다리가 부러진 주민분도 계셨는데 결국 수술하셨거든요. 근데 연기 흡입 피해는 화재 피해가 아니라며 보상도 받지 못하셨어요. 아들이 고3이라 책을 버릴 수도 없고 분진 가루 닦아가며 공부한다는 주민, 도배 비용을 받지 못해 자비로 도배하는 주민, 부동산 계약 파기 때문에 손해를 보신 주민 등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주민 피해가 어마어마합니다."
- 유독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차 화재에 비해 피해가 심한 걸까요?
"내연기관차 화재도 엄청 무섭습니다. 휘발유 탈 때 폭탄처럼 폭발해요. 내연기관차 화재 보시면 내연기관 차도 지하 주차장에 못 들어오게 해야 할 정도예요. 실제로 작년에 광양 아파트 주차장 화재 사건이나 재작년에 일곱 분이 돌아가신 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사건 등은 모두 내연기관차에서 일어난 화재였어요."
- 전기차가 특별히 더 위험하다고 볼 순 없는데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생겼어요.
"화재 진압 방법이 다른 건 맞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건 당연해요. 전기차 화재의 대부분은 배터리에서 일어나요. 그런데 배터리는 외부에서 물을 들이붓는다고 꺼지지 않거든요. 일반 소화기로 진화도 안 되고, 결국 전기차를 수조에 빠뜨려서 배터리의 에너지가 다 소진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문제가 있는데 화재 진압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응책이 없는 건 아닌데 이번 화재로 대비가 불가능한 것 마냥 과도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주민들 입장에선 화재 영상이 공개됐을 때의 파장을 생각했을 때 과연 블랙박스를 언론에 제공하는 게 피해 회복에 유리할지 여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셨을 겁니다. 며칠 간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몇몇 주민분들이 장고 끝에 블랙박스 제공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블랙박스를 먼저 확인해서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몇몇 분은 정비소 주소를 알려주시거나 폐차장 주소를 알려주시면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인천과 경기도의 여러 폐차장을 돌면서 파일을 받았고 그중 몇 개의 영상에서 화재 진행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블랙박스를 보면) 화재가 시작된 당시, 지하 주차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더라고요.
"저도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두 가지 지점에서 놀랐는데요. 화재가 차에서 차로 번져나갔을 거로 생각했는데, 천장재를 타고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두 번째로는 벤츠 전기차의 화력에 놀랐습니다. 오프 가스가 나온 지 20초 만에 자동차가 화염에 휩싸이는 것도 놀라웠고, 5분 만에 지하 주차장 전체가 검은 연기로 뒤덮이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인천 화재 주차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