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란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 넷플릭스 영화다.
전, 란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 란>, 넷플릭스 영화다.넷플릭스(부산영화제 제공)

역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중 최고 흥행작은 2009년 14회에 상영됐던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였다.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흥행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당시 상업영화의 개막작 등장을 두고 일각에선 '독립예술영화를 중심에 두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체성을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중성을 너무 내세우면 예술성이 바탕인 독립예술영화가 밀려날 수밖에 없어 영화제 정체성이나 가치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영화제를 둘러싸고는 이런 기조마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막작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작품인 넷플릭스 <전, 란>이 선정되면서 영화계의 불만 섞인 비판이 쏟아진 것. 상영작으로 선정한 게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개막작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 OTT 상업영화에 BTS까지... 문턱 낮춘 부산국제영화제 https://omn.kr/2a1pk).

부산지역 제작사 케이드래곤 김희영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라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며 "실망스럽다"고 공개 저격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운영위원인 블루문파크 조윤정 대표도 "개인적으로 나름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잘 적응하고 융통성도 있는 사람이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심히 슬프다"며 "지금 이 시기에 부산국제영화제마저 그래야 했나"고 유감을 나타냈다.

"OTT를 굳이 개막작으로 내세워야 했나"

앞서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역대 개막작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 OTT 영화라는 점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았고 작품 자체로 판단했다"며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을지가 중요 기준이었기에 넷플릭스라고 제외한다는 건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조영각 PD는 "누가 제외하라고 했나? 개막작이라는 상징성으로 안 맞는 것 아니냐?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아니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다른 섹션에서 상영하면 되는 작품인데, 대중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을 굳이 개막작으로 앞세울 필요는 없었다는 것.

조 PD는 또 "부산국제영화제가 독보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냥 여러 영화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징후다'라며 "이제 독립영화인들이 프리미어 상영을 위해 무작정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윤정 대표는 "지금 영화산업이 상황이 무척 어려운데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제외하고 넷플릭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내세우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독립예술영화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런 식으로 가면 몇 년 안에 영화제 위상이 상당히 떨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신과 함께>,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다수의 흥행 상업영화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은 존중한다"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것도 생각해야겠지만 아무리 대중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영화제만큼은 영화의 다른 의미, 가치를 존중하는 그걸 전파하는 게 자존심이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장건재 감독 <한국이 싫어서>는 현실을 녹여낸 영화로 지난 8월 28일 개봉했으나, 누적 관객은 3일 현재 4만 6명 명 정도다. 독립영화로서 괜찮은 성적이지만 상영영화의 흥행성과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역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독립예술영화 가운데 한국영화였던 장률 감독 <춘몽>(16회, 2016년), 신수원 감독 <유리정원>(17회, 2017년), 윤재호 감독 <뷰티플 데이즈>(2018년) 등도 상업성이 있으나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었다.

개·폐막작의 경우 상업영화 선정에 대한 비판이 간혹 나오곤 했다. 2018년 폐막작이었던 홍콩영화 <엽문외전>을 두고 예술성이 떨어지는 대중적인 상업영화를 폐막작으로 선정했다는 일부 평가위원들의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그만큼 개·폐막작의 상징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8월 29일 오후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
8월 29일 오후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성하훈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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