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원더스> 스틸컷
M&M 인터내셔널
<더 원더스>는 토스카나의 시골 농가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일화를 조금씩 듣는 형식이다. <행복한 라짜로>로 알려진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제6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2014년 작품이다. 이후 <행복한 라짜로>와 <키메라>까지 더해 이탈리아 정체성 3부작으로 묶어 부르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 기획전이 열리며 10년 만에 개봉했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스타일에 벗어나지 않는 형식이다.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는 모호한 시기, 16mm 필름 카메라 특유의 거친 분위기, 노스탤지어의 향수를 중심으로 한다. 에트루리아(이탈리아 중부에 있던 고대 국가)인의 후예를 강조하는 신화적 정체성의 출발을 만나볼 기회다.
이탈리아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인 대한민국과 여러모로 유사한 지점이 있다.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탓인지 민족성이 은근히 닮았다. 오랜 고대국가의 문화를 꽃피운 문명, 풍족한 먹거리와 사계절, 잦은 전쟁과 정치적 격변기, 독재자를 겪었던 점도 그렇다.
가부장적 가치관도 공통점이다. 젤소미나의 24시간을 관찰하면 옛 농부들이 자식을 여럿 낳아 일꾼으로 쓰던 게 생각난다. 첫딸은 살림 밑천이란 말이 있듯이 농사, 집안일, 육아까지 거들며 일인 다역을 해야 했던 낯설지 않은 풍경이 K-장녀와 오버랩된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도시로 떠나 꿈꾸고 싶은 소녀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불분명한 경계를 들여다본다. 가족은 달콤한 꿀을 얻기 위해 벌에 쏘이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고, 꿈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