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공연사진
신시컴퍼니
얼마 전 알고리즘을 타고 SNS에 퍼진 뮤지컬이 있다.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배우가 복화술을 하는 장면, 그리고 깃털 부채에 둘러싸여 노래하는 장면 등은 온라인상에서 널리 유통되어 이 뮤지컬을 주목받게 했다. 바로 <시카고> 이야기다.
뮤지컬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주변 지인들도 필자에게 <시카고> 이야기를 하고, 예매 사이트에서는 매진 회차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 체감됐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초연을 올린 후로 꽤 오랜 시간 공연되었지만, 올해만큼 인기를 누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지금 <시카고>의 인기는 대단하다.
"오늘 여러분은 살인과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이 가득 담긴 이야기를 감상하시게 될 겁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것들이죠."
이렇게 시작되는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쿡 카운티 교도소를 주요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들어온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는 돈만 주면 사건을 해결해 주는 변호사 '빌리 플린'과 함께 재판을 준비하고, 빌리 플린이 각색한 '사건의 전말'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죄수들이 더 큰 욕망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는 위트와 풍자, 그리고 찐득한 재즈 음악으로 가득하다. 무대 위 밴드의 재즈 연주에 맞춰 배우들은 한편의 관능적인 쇼를 펼친다. 한국 초연 당시 '록시 하트'를 연기하고, 이후부터 '벨마 켈리'를 쭉 연기한 최정원이 다시 한번 같은 배역을 맡았고, 윤공주와 정선아가 힘을 보탠다. '벨마 켈리' 역에는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가 캐스팅되었으며, '빌리 플린' 역에는 박건형, 최재림이 캐스팅되었다. <시카고>는 오는 9월 29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관능적인 쇼, 뒤따르는 경고
자기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하곤 그들을 살해한 벨마는 변호사 빌리 덕분에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건 물론, 기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빌리는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각색하고, 때에 따라서는 의뢰인의 삶 전체를 새롭게 꾸며내고, 이를 토대로 '언론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낸다. 그에게 진실은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의뢰인이 자신을 고용하기 위해 필요한 5000달러가 있는지다.
빌리는 벨마에 이어 록시의 변호를 맡게 되는데, 빌리는 록시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두려움에 떨던 여인의 정당방위로 둔갑시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빌리는 록시의 가정 환경과 성장 배경을 지어내며 이목을 끈다. 어느새 기자들의 관심은 벨마에게서 록시에게로 옮겨간다.
록시는 자신에게로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이용해 출소 뒤 스타가 되기를 꿈꾸지만, 록시의 운명은 벨마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간의 관심이 벨마에게서 록시로 옮겨간 것처럼, 록시를 향했던 관심도 어느새 다른 죄수에게 향한다.
작품 속 언론은 자극적이고 신선한 이슈를 따라 스포트라이트의 방향을 요리조리 흔들어대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변호사 빌리는 이런 언론의 특성을 간파해 변론에 활용하고, 여기서 얻은 유명세를 토대로 돈벌이를 이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