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에서는 눈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겨울이 끝날 무렵인 2월 말에 개봉했다.
CJ ENM
<바보>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4월까지 한 포털사이트에 연재됐던 강풀 작가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찌감치 판권을 확보한 제작사는 2006년 봄에 촬영을 마무리했지만 마땅한 개봉시기를 잡지 못해 2년 가까이 개봉이 연기됐고 결국 2008년 2월이 끝날 무렵에 개봉했다.
<바보>는 일상 단편생활툰을 연재하던 강풀 작가가 <순정만화>, <아파트>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인 장편만화다. 영화 개봉시기로 보면 2006년 여름에 개봉했던 고소영 주연의 <아파트>에 이어 두 번째로 개봉한 영화였다.
<바보>에서 가장 돋보였던 배우는 역시 승룡이로 완벽하게 변신한 차태현이었다. 차태현은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촬영현장에 갔다가 승룡이로 분장해 연기하는 그를 보고 웹툰 속의 승룡이가 살아서 나타난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할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줬다.
장진 감독 밑에서 <기막힌 사내들>과 <간첩 리철진>의 조연출을 맡았던 김정권 감독은 2000년 <동감>을 통해 데뷔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정권 감독은 잔잔한 러브스토리 연출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화성으로 간 사나이>와 <바보>,<그 남자의 책 198쪽>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2019년부터 드라마를 연출하기 시작한 김정권 감독은 지난 1월 종영한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만들었다.
드라마 <마이네임>,<무빙> 등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대중들의 극찬을 받았던 배우 박희순은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인정받기 시작하던 2008년 <바보>에서 승룡의 절친 상수를 연기했다. 상수는 카페 '작은 별'의 지배인이면서도 항상 승룡을 가족처럼 돌봐주는 인물이다.
박그리나가 연기한 희영은 원작 웹툰에서 지호에 이은 서브 여주인공 정도의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화로 각색되면서 비중이 크게 줄어든 '비운의 캐릭터'다. 특히 희영으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구두' 에피소드는 영화에서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희영은 '작은 별' 사장 재진에게 진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지만 영화 후반엔 새 출발한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선역과 악역을 오가는 배우 이기영은 <바보>에서 카페 '작은 별'의 소유주이자 폭력조직의 두목 재진 역을 맡았다.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라디오 DJ로도 3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박하선은 아직 신인 티를 채 벗지 못했던 2008년 <바보>에서 승룡의 동생 지인을 연기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승룡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지 못한 지인은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승룡을 미워했다. 하지만 훗날 오빠의 헌신과 진심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