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나섰던 충남컬링협회 선수들. 왼쪽부터 김상현·이성곤·장문익 선수. 유진한 스킵은 아쉽게도 일정 탓에 미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장식
지난 17일까지 경기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열린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 2024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남자부 한 팀이 눈에 띄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처음 초청받은 충남컬링협회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늦가을 의성군수배 첫 번째 대회와 지난 2월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에도 출전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승리는 못 했지만, 특이한 면이 꽤 많다. 일단, 선수 전원이 40대다. 컬링 입문 시기는 각기 다르지만, 구력은 10년 안팎이다.
게다가 이 선수들은 본업이 따로 있다. 이성곤 선수와 김상현 선수는 회사원, 장문익 선수는 치과의사, 유진한 스킵은 IT 개발자다.
맞상대를 펼쳤던 지난 시즌 국가대표 강원도청 박종덕 스킵도 "정말 재밌게 게임을 했다. 각자 직업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게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은 물론, 다른 대회에서도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는 충남협회 선수들을 지난 13일 최근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만났다.
"연차 쓰고, 예약 조정하고... 경기장 수도권이라 다행이었죠"
선수들이 경기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성곤 선수는 "가족들을 설득하며 허락받았다. 이번 한국선수권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행히 경기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문익 선수도 '진료 예약'을 조정하느라 고생했다. 그는 "아무래도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의성군수배에 나갔을 때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두 휴가를 썼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기를 마치고는 "반차 써서 지각하면 안 된다", "1시간 뒤 예약 환자가 있다"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선수들은 "지역이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다. 그나마 수도권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해서 다행"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 국가대표를 지낸 강원도청과의 경기를 두고 장문익 선수는 "우리 스킵이 드로우를 잘 해서 작긴 하지만 점수를 냈다. 9대 2라는 작은 점수 차이(웃음)로 마무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팀 결성을 두고 유진한 스킵은 "지금의 팀을 꾸린 지도 5년~ 6년 정도 됐다"면서 "원래 서울컬링클럽에서 활동하다가 충남협회로 이적했는데, 이후 지금 선수들에게 '전국동계체육대회 한 번 나가보자'며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성곤 선수는 "동호인끼리 같은 지역에서 모여서 시합은 많이 하지만, 전국 단위의 맞대결은 많지 않다"면서 "우리도 컬링 동호회에서 뛰기 시작해서 유입이 되고, 나가기도 하면서 지금의 팀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국동계체전을 거쳐 한국선수권까지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는 장문익 선수도 "사실 처음에는 동계체전 메달을 따야 한국선수권 출전권을 얻을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해 의성군수배에 출전해 한국선수권에 나설 수 있더라. 꿈을 이뤄 기뻤다"고 말했다.
"상대 긴장시킬 때, 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