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에 있는 새마을금고 청구점에서 1500억 원에 달하는 불법 대출 사건이 있었다. 불법 대출 사건의 배후에 사채업자인 김광철(가명) 회장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PD수첩>이 이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5월 28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악마의 대출법, 회장님이 그린 파산의 지옥도' 편이 방송되었다. 건축 시행업자 최진태(가명) 사장의 증언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김광철 회장과 새마을금고 전동현(가명) 상무 그리고 감정평가사와 신탁회사 직원이 어떻게 부당 대출 사건 벌였는지를 담았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5월 29일 해당 회차 연출한 최원준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MBC
 
치밀한 계산과 협박까지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규모가 큰 불법 대출 사기 아이템을 저는 처음 다뤘어요, 생각보다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니까 명의를 빌려주고 빌려가는 과정 자체가 복잡해요. 사실 1500억이라는 돈이 엄청 큰돈이잖아요. 이런 돈이 허술한 구조를 이용한다면 이런 일도 쉽게 벌어질 수 있겠고 또 벌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 작년에 있었던 새마을금고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한 취재 하셨잖아요,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셜록 기사를 접하긴 했어요. 처음에 접했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해서 황당했죠. 그리고 김광철(가명)이란 인물도 너무 황당했어요. 그리고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새마을금고 청구점의 직원들은 새마을금고 청구점이 아니라 김광철의 아지트처럼 쓰인 카페에 나와서까지 대출 서류에 자서를 하고 그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얼마나 위세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불법 대출의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기사였어요."

- 처음에 공부는 어떻게 했어요?
"일단 담보신탁이라는 구조 자체를 이해하려고 그와 관련된 글들을 많이 읽어봤고요.  거기에서 새마을금고가 좀 더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소위 말해 (새마을금고는) 1금융권이 아닌 금융회사잖아요. 새마을금고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지점들을 공부했고 또 전문가분들 만나 이야기 들으면서 머릿속에 구조를 그렸던 것 같아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어요?
"김광철 회장의 녹취를 갖고 있었던 제보자부터 만났던 것 같습니다."

- 제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어요?
"제보자가 겪었던 상황들이 비현실적이라서 놀랐고 또 제보자가 가지고 온 녹취에 들어있는 김광철 회장의 목소리와 신탁회사 직원 간의 통화 내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놀랐어요"

- 제보가 들어온다고 무조건 방송할 순 없고 검증 과정을 거쳐야잖아요. 검증은 어떻게 했나요?
"검증 지점은 아마 김광철 회장과 신탁회사 직원 간의 통화 녹음이 신빙성이 얼마나 있느냐였을 거예요. 그리고 김광철 회장이 정말 불법적인 대출 행위들을 했느냐죠.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창원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 같은 경우도 불법 대출 정황이 엄청 정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김광철 회장이 거기에 있는 사무실 몇 퍼센트를 더 팔아야 된다고 이야기한다든지 그리고 대출을 알아봐야 되는 상황에 청구동 새마을금고가 막히니까 다른 금융권들을 뚫으려고 하는 노력을 보인다든지. 그리고 명의 대여자들 모집해 오는 사람에 대한 역할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든지 이런 내용들이 녹취에 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창원에 있는 중고차 매매 단지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져 있었고요. 그러니까 이것은 되게 대단히 신빙성이 높고 이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얘기들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었던 거죠."

- 김광철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저도 정확하게 어떤 인물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근데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 보면 이미 명의 도용했던 전과가 많은 인물이었고 그 후에 서울에 나타난 건데요. 3~4년부터 강남에 있는 재력가고 사채업자인데 엄청 돈이 많다는 소문이 났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조폭이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이건 제 추정인데 조폭은 아닌 것 같아요."

- 방송 보니 감광철 화장은 13년 전부터 그런 일을 해왔나 봐요?
"김광철 회장 측은 자기가 대출을 알선해 준 것뿐이지 거대한 판 계획한 건 아니라고 얘기는 해요. 근데 이 사람이 13년 전 목포에서 행했던 범죄가 결이 너무 비슷한 거죠. 시각장애인 선생님의 명의를 도용하죠. 그런 걸 보면 이 사람의 범죄 행위가 매우 일관되게 되어 있죠."

- 김광철 회장과 김현수(가명) 신탁회사 대리는 어떤 관계인 거예요?
"김광철 회장과 김현수 대리가 서로 알게 된 과정은 불분명하긴 해요. 근데 녹취 통해 알 수 있는 명확한 건 김현수 대리가 신탁회사 직원으로서 일 했다기보다 김광철 회장이 벌이는 일종의 불법 대출 관련한 업무를 지시받고 행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많이 나와요. 일종의 개인 비서처럼 일한 느낌이 있고요. 그래서 어떤 관계냐로 봤을 때는 단순히 신탁회사의 고객 응대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좀 더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는 게 저희 취재 결과입니다."

- 김현수 대리는 제보자인 최진태(가명) 사장에게 김광철 회장에 대한 얘기와 통화녹취를 건네잖아요. 왜 한 거예요?
"저희가 추측하기로는 불법적인 일들이 계속되니까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고 벗어날 방법은 녹취 파일이 있는 사실을 알리고 일종의 반협박을 해서 벗어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해요."


- 최진태 사장이 김현수 대리 한번 도와줬잖아요. 그래서 같이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 생활했는데 나가서 경찰에 자기 감금당했다고 말해요, 왜 그랬는지 잘 이해 안 돼요.
"저희도 김현수 대리가 어떤 지점에서 마음을 바꿨을지 모르죠. 이건 추측에요 처음에는 최진태 제보자를 금전 등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도피하는 과정 중에 의탁할 만큼 그 사람의 처지가 탄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다시 김광철 회장 쪽으로 돌아선 게 아니었을까 추측만 할 뿐입니다."

- 그럼, 도피 생활할 때 김광철 측의 회유가 있었을 가능성 있을까요?
"제가 좀 전에 말씀드린 건 심리적인 요소를 추측해 본 거고요. 저는 회유 같은 요소들은 분명히 있었다고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고소 전에. 김현수 대리가 최진태 사장을 똑같은 형태로 고소 한 번 더 했었어요. 근데 취하해요. 그 고소했던 과정에 김광철 회장 측에 코치가 있었던 걸로 보여요. 왜냐면 그 고소장을 써준 게 김광철 회장의 현 변호인이거든요. 저희 방송에 나온 건 두 번째 고소였던 거예요. 그러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처음 취하했던 때까지만 해도 최진태 사장에 몸을 의탁하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도피 과정에서 마음이 바뀌었고 다시 동일한 형태로 고소하게 됐다고 저희는 보죠."

법망을 비웃다

- 김광철 회장은 중간 모집책인 백충재(가명)를 통해 명의 대여자를 모았다고 나오던데 명의대여는 불법 아닌가요?
"명의대여 자체가 불법적인 요소를 띠고 있죠. 근데 그걸 상당히 대규모로 모았죠. 중간에 있는 모집책들은 사업을 한다는 명목 하에 명의를 많이 모았고 그중 한 명은 만나봤지만, 동업자를 모았다는 식으로 지금 주장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표현 자체를 듣고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이 명의를 대여해 준 사람들이 죄가 있지만 그들이 이걸 동업을 하자는 형태로 접근했을까라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근데 법적인 요소를 피해가기 위해서 동업자라고 표현한다는 게 너무 명확하게 보였어요."

- 전동현(가명) 새마을금고 상무가 나와요. 전 상무는. 김광철 회장과 어떤 관계에요?
"그 둘의 유착이 이 모든 사건을 가능케 했던 거거든요. 그 둘이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지만 경찰 조사에서 나온 것처럼 새마을금고 상무는 김광철 회장에게 고급 외제 차와 커피 전문점 임대보증금을 지원받았던 걸로 보여요. 그런 보상을 받으면서 그 상무와 유착이 현실적이지 않은 대출 건들을 새마을금고 청구점에서 다 통과시켜 준 거죠. 그리고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비극적인 불법 대출 사건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새마을금고도 시스템이 있을 거 아니에요. 상무 한 명이 그렇게 한다고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러니까 이게 진짜 놀라운 지점인 거죠. 이게 시스템이 있는데 그 시스템이라는 게 상무 한 명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거예요."

- 상무 위에 누군가 있을 거 아니에요?
"새마을금고라는 게 다 개별적으로, 상당히 개별적으로 돌아가는 구조고 중앙회가 있지만 개별적으로 돌아가는 구조예요. 게다가, 이사장이라는 분들은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전문성이 떨어진 명예직에 가까운 거예요. 그러면 그 밑에 있는 상무나 전무급이 새마을금고의 살림을 총괄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거죠."

- 창원에 있는 중고차 매매 상가에서 미분양 된 걸 김광철 회장이 나가게 해주겠다고 한 거로 나와요. 어떤 건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방송에 나왔지만, 창원에 사무실 호실만 152개짜리 큰 중고차 매매 단지가 생겨요. 건축할 당시 미래를 보고 지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취재해 본 결과로 창원에 중고차 매매상 자체가 그 지역에 한 100개 정도 있대요. 그러면 창원에 있는 중고차 매매상이 다 들어가도  채우기가 어렵잖아요 게다가 코로나 겹치면서 150개 호실 중에 50여 개밖에 못 채운 거죠. 그러다 보니 그 건물 지었던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그걸 어떻게 알고 김광철 회장 측이 우리가 팔아주겠다고 접근하게 된 거죠. 그리고 명의 대여자를 모으기 시작한 거죠."

- 중고차 매매 상가에 대한 감성 평가서 보면 7억 5천만 원에 분양된 상가를 12억 원으로 평가하잖아요. 이유는 새마을금고가 제출한 허위 매매 계약서를 근거로 가치를 부풀러 감정한 거라고 나와요. 감정 평가사들은 허위라는 걸 몰랐을까요?
"허위로 계약서라는 걸 몰랐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 가격이 정상적인 가격은 아닌 걸 판단해야 되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거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분양가가 7억 5천이었던 건물이 1년 가까이 안 나가고 있었으면 분양가조차 유지되기 어렵잖아요. 근데 그런 건물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한다 한들 12억이 넘을 수는 없지 않나 해요. 근데 매매 계약서가 온 걸 근거로 그런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게 좀 많이 아쉬운 지점이 생기는 거죠. 왜냐하면 감정평가사도 전문가잖아요. 그럼, 전문가로서 기능해 줬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 감정평가사들도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감정평가사라는 조직 자체가 금융권에서 일을 받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들이 을의 입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금융권에서 일을 잘 받으려면 금융권의 입맛에 맞는 감정평가를 해줘야 되는 구조가 있다고 주장 하는 거죠."

- 불법 대출 사건에서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김광철 회장과 전동현 상무잖아요. 모집책과 감정평가사, 신탁회사는 왜 안 된 거예요?
"저도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이 제일 안타까운 건 명의를 대여해 준 사람의 죄가 크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사업을 하려고 그걸 모았다는 그 사람들의 주장이 기만 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걸 결국 조사해 내지 못한 게 아닐까 해요, 이 사람들을 애초에 속이고 이 돈 갈취하기 위해서 이런 대출 일으켰고 사람들을 모았다고 수사 돼야 되는데 아까 말한 대로 동업 하려고 그랬다든지 하는 식의 주장 하는 걸 깰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일단 생각보다 우리 금융 기관 전체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허술한 지점들이 아직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지점을 이용하려고 하는 세력이 있고요. 그것 자체가 너무 위험한 지점들인 것 같아요. 돈이라는 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되게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새마을금고는 지금보다 더 철저한 시스템을 갖춰야 될 것 같아요. 새마을금고는 현재  금융당국이 관리한다기보다 행안부에서 관리하고 있거든요. 그런 지점부터 그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해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춰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개인으로 봤을 때 명의 빌려준다는 개념 자체를 조심해야 되는 것 같아요."
최원준 새마을금고 뱅크런 명의대여 불법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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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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