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KBS
 
언제부터인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3D 업종으로 불리는 곳은 외국인 근로자가 태반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와서 일할 수 있는 건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다. 고용허가제에는 잘 시행되고 있는 걸까?

지난 23일 KBS 1TV <시사기획 창> '고용허가제 20년, 공존의 조건' 편이 방송되었다. 동남아에서나 볼 법한 오토바이 물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 의견을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이 공존할 수 있을지를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6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손은혜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손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거제도에만 7000명의 외국인 노동자 있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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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이번 프로그램도 참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사안을 보는데도,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생각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하지만 그 속에서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 보려고 했던 건데 이게 잘 제시된 건가 싶어서 고민되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 의미가 있는 메시지를 던졌지 않았나라는 점에서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고용허가제에 대해 취재한 건 20주년이기 때문인가요?
"계기로는 그렇죠. 20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지돼 온 외국 인력 정책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건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꼭 20년이라는 것에만 의미 둬서 이 문제를 취재했다기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변화로 외국인 노동자와의 상생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그 문제를 한 번쯤 다루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우리 사회에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마침 올해 고용허가제 20주년이기도 해서 이 아이템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나요?
"이주 노조 분들과 함께 얘기를 많이 나눴구요.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여러 단체들이 있거든요. 그런 단체들을 만나서 요즘 이주 노동자들이 어떤 점을 어려워하시는지 얘기 먼저 듣고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점은 뭔지 파악하는 과정부터 시작했습니다.

- 프롤로그에서 동남아에서나 볼 법한 오토바이 물결을 보여줬잖아요.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게 가장 극명하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거제도에 내려가서 외국인 노동자분들과 한국인 노동자분들을 취재했는데 그 거리의 출근길과 퇴근길 보니 여기가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약간 충격을 받았거든요. 이제는 한국인들만으로 가득한 거리 개념을 우리가 벗어나야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거리를 보면서 느꼈던 저의 신선한 충격 약간의 당혹감 같은 걸 시청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첫 장면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아무래도 거제도는 조선소가 많죠. 그러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서 그런가 봐요?
"맞아요. 외국인 노동자도 굉장히 많고요. 조선업계가 굉장히 오랫동안 불황을 겪었지만 최근 다시 세계 1위를 탈환하고 안정적으로 업계가 다시 활황을 띠면서 사람은 많이 필요한데 아직 저임금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내국인 노동자들은 침체기 동안 조선소를 굉장히 많이 떠난 상태였고요. 지금은 일은 많은데 일할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투입하고 있죠. 거제도만 해도 7000명 정도 되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거든요."

- 산업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얼마나 있나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이라고 나와요. 근데 250만 명이 다 근로자는 아닐 거 같거든요.
"맞아요. 92만 5000명 정도가 외국인 근로자라고 하시고요. 이 숫자는 점점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올해 16만 5000명을 추가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여오기로 했고요."    

"인권 존중하면서 국익과 기업의 이익 늘릴 방안 고민해야"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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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람(가명)씨는 이유도 모른 채 사업장에서 쫓겨난 건가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뭔가 마음에 안 들었다든지 이런 게 분명히 있었겠죠. 그런데 쌀람씨는 본인이 쫓겨난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본인은 일을 큰 무리없이 잘하셨다고 말해요. 물론 한쪽의 말만 듣고 상황을 단정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사업주가 노동자를 폭력과 고성으로 쫓아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 우리나라는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지 않나요?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죠. 노동자들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해고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고요."

-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정해진 기간 정해진 일터에서만 일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왜 그런가요?
"고용허가제의 취지 자체가 일손이 없는 업체에 가장 효율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내는 데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해야 가장 통제가 쉽고, 어려운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인력을 보내준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기 때문이라고 정부가 판단했겠죠."

- 그러나 헌법에 거주지 이전 등의 자유가 있잖아요. 외국인은 적용이 안 되나요?
"아니요. 헌법의 자유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하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위헌이다, 이렇게 헌법 소원을 제기했어요.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어요.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판단했던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하게 하면 사업주들이 너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 측은 이게 헌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는 거고요."

- 그러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직을 할 수 없는 건가요?
"원칙적으로는 이직할 수 없죠. 그런데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직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명확하게 잘못했거나 이럴 때는 이직할 수 있는데 그것마저도 횟수나 기한에 제한이 있어요."

-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는 어떤가요?
"한국인 노동자들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올수록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계시더라고요. 정부가 내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처우 개선은 하지 않고 더 값싼 외국 인력을 받아와서 본인들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보고 계신 거죠."

-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에 들어가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잖아요, 삭감한 이유를 뭐라고 하나요?
"정부는 외국인 지원센터가 필요하지 않고 그 역할을 고용노동부가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외국인 지원센터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이 센터에서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데, 이걸 정부가 대신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구요. 사실 어떤 지역에 수년간 외국인 지원센터가 있으면 그분들이 그 지역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많은 유대관계가 이미 형성이 돼 있을 거 아니에요. 이제까지 외국인 지원센터에 들여온 예산이 그리 크지는 않아요. 한 해에 70억가량의 예산이 들었거든요. 그걸 삭감해서 얻을 수 있는 세수 감소 효과가 이제까지 이 센터가 해 온 역할을 대체할 만큼일까. 굳이 그렇게까지 없앨 필요가 있었을까. 이 분야 전문가들도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구요. 심지어 사업주들도 굳이 이걸 없앤 이유가 뭘까. 의문을 표하시는 것 같아요."

- 가족을 데려올 수 있는 것도 비자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
"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분들은 E9 비자, 비숙련인력비자예요. 최장 9년 8개월까지만 한국에 머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분들은 원칙적으로 가족을 데려올 수 없고요. E7 비자, 즉 숙련 기능 인력 비자가 있는데, 그 비자로 전환되면 가족을 데려올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한국에 머무를 수도 있고요."

- 그럼, 비자를 전환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여러 자격 요건이 있고요. 한국어도 공부 열심히 해야하고 그 분야에서 숙련된 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외국인 근로자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이 프로그램을 취재하는 내내 했던 생각이 인권과 국익의 가치가 꼭 상충하는 걸까 하는 부분이었거든요.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국익과 기업의 이익도 같이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는 것 같거든요. 외국인 근로자들을 좀더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한국에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게 해주고, 우리 사회의 바른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렇게 해주면 이분들은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거니까요. 그분들이 열심히 일하면 기업 이익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 이익에도 도움이 되겠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기자로 여러 사안을 취재하다 보면 대립하는 사안이 있어도, 어느 정도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가령 누군가 30과 70 정도의 생각을 하시면 50 정도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 사안 같은 경우에는 하나의 사건을 보는 시각이 0과 100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극명하게 갈라져 있어서 어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어요. 그래도 사람을 단지 도구로, 노동력으로 보는 관점으로는 어떤 것도 해결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을 도구로 보지 않고 사람을 더 사람답게 인간적으로 대하다 보면 우리 사회도 더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쉬운 게 있을까요?
"공존의 조건을 적절히 제시하고 싶었는데요. 그 사례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많이 취재하고 더 다양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 한과 업체를 취재했고 그 기업의 모습 통해서 공존의 조건을 제시하려고 했는데요. 조금 더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이런 노력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취재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사실 이 문제는 나라별로 제도의 우열을 단순 비교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면이 많아서 해외 출장까지는 취재에 넣지 않았는데, 그게 바른 선택이었을까 고민되는 면도 있었고요. 어찌됐든 조금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날카롭게 공존의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손은혜 시사기획창 고용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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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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