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람 PD
이영광
-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개조, 과적에 평형수까지 뺀 결과라고 보아야 할까요?
"단일한 원인은 아니에요. 사회에 누적된 잘못된 관행들이 아주 많이 중첩됐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우리가 목격한 거죠. 과승, 과적도 했고 심지어 고박도 안 했고 심지어 평형수도 빠졌고 수밀문도 안 닫았고 하필이면 선장도 임시 선장이었고요. 근데 우리가 그 모든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가며 안전을 생각하며 살 수 없는 거잖아요. 애초에 그 누적된 나쁜 관행들이 없었어야 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죠."
- 외력 충돌설은 왜 나왔던 건가요?
"많은 가설이 나왔잖아요. 인양되기 전에는 정말 훨씬 더 많은, 음모에 가까운 가설들이 나왔고. 인양되고 배의 실체를 보고서도, 배의 일부분에 외부적 충격이 가해진 부분이 있었다고 본 분들도 일부 있었고요. 진상 규명이라는 게 어쨌든 조금의 억울함도 없어야 된다는 측면이 있으니, 초반에는 조사가 진행됐고요. 근데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과학적이지 않은 부분을 기각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 혼선이 있었다고 봐요."
- 근데 과학적으로 옳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기각했다면 사회적 비용이 덜 들었을 텐데, 그 점이 아쉬운 것 같아요.
"저희도 참사 10년을 맞아서 그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그동안의 조사 기구들이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정말 저희 취재원 말씀처럼, 10년을 낭비한 거 아니거든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밝혀내고 정말 조사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세월호 10년 동안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다'는 인식이 남을 수밖에 없었냐는 거죠. 그게 굉장히 안타까웠고 그 지점에서 침몰 원인에 대한, 확정적인 책임 있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픈 일이었다고 생각했어요."
- 승객들에게 퇴선 지시를 안 한 게 참사를 키운 건가요?
"그렇죠. 구조 과정에 관련된 VCR 편집을 하면서도 그랬고, 편집본을 반복해서 볼 때도 저희 연출팀끼리 매번 탄식을 내뱉었어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거예요. 그 한마디로 모든 사람을 못 살릴 지라도,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던 그 중요한 말을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안 했을까요."
- 해경은 혹시라도 잘못되면 책임을 자신들이 뒤집어쓸까 봐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가요?
"생각보다 급하게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 책임보다 구조가 우선돼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고, 사실은 그 누구라도 그냥 퇴선을 지시해야 했던 것 같은데, 짧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왜 아무도 책임 있는 발언을 하지 않았을지 (취재) 내내 화가 났어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정말 많이 본 사실이었음에도 말이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