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재 PD
이영광
내밀했던 해외 취재
- 도박은 아마도 잃은 돈에 대한 아쉬움과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끊지 못하는 걸까요?
"맞아요. 저도 강원랜드에 취재 가서 할 때마다 돈을 잃는 거예요. 그러니까 재미가 없어요. 돈을 잃는데 어떻게 재미가 있어요? 보상이 안 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번에 취재하면서도 이걸 왜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아이들이 잘못되는 이유가 뭐냐면 한 번 따는 거예요.
예를 들어 강원랜드에 룰렛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게 2배 3배도 있고 10배 40배도 있어요. 40배는 제가 1만 원 걸면 40만 원 받죠. 만약 제가 한 번이라도 걸렸으면 거기서 강력한 도파민이 있고 잊지 못하는 순간이 오겠죠. 그러다 보면 그때 한 번 땄었던 그 기억과 그때의 쾌감을 잊지 못한대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잃어도 그때 영광을 잊지 못해요. 오히려 처음에 시작했을 때 계속 돈을 다 잃어요. 그러면 오히려 전문가들은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보상이 안 오니 이미 중독되기 글렀다는 거죠."
- 그럼, 처음엔 일부러 돈 따게 하는 걸까요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도박이 1대 1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딜러 한 명 있고 수많은 사람이 같이하는 거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새로 왔다고 해서 몰아주기는 어려운 구조예요."
- 도박 사이트 가입할 때 미성년자인지 신원확인 없는 건 불법 아닌가요? 물론 도박 자체가 불법이라 신원확인 안 하는 걸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요.
"그렇죠. 말씀하신 대로 온라인 도박 자체가 불법이에요. 그러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미성년자를 받아도 불법, 안 받아도 불법이에요. 그러면 그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불법 하는데 미성년자 돈이라도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 그럼, 미성년자 받았을 때 가중처벌은 없는 건가요?
"그런 건 지금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 내용은 저희가 취재를 안 했는데 정보통신법인가로 처벌 받아요. 근데 그게 미성년자와는 관련이 없어요."
- 19세인 이주원(가명) 군은 모범생으로 성적이 좋았는데도 도박에 빠진 것 같던데.
"맞아요. 제가 왜 이 얘기를 넣었냐면 학부모님들의 생각은 '맨날 문제나 일으키는 문제아들이나 하는 거지. 우리 애가 무슨 도박을 해'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 영재반에 있었고 맨날 전교 10등 안에 들던 애도 하고 자사고 학생들도 해요. 그러니까 공부 잘한다고 코로나 안 걸리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학업 수준이나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다요."
- 캄보디아 잠입 취재하셨잖아요. 어땠어요?
"일단 가기 전에 너무 무서웠고 왜냐하면 그런 얘기를 해요. '거기 되게 무서운 동네다. 일단 강력 범죄가 굉장히 많고 사람들 사람 한 명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란 얘기죠. 그리고 언론사가 들어가면 걔네가 워낙 커넥션이 잘 돼 있어서 자기네들끼리 '한국 경찰이 떴다더라'나 '한국의 언론사가 떴다더라'란 게 굉장히 엄청 빠르게 다 전파가 된대요. 제가 가면 딱 봐도 눈에 띄잖아요 그러니까 딱 눈에 띄고 쟤구나 해서 뭔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굉장히 저도 경계를 많이 하고 갔는데 하여튼 결과적으로 갔다 오길 잘했죠."
-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카지노 송출은 불법이라던데 하잖아요.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걸까요?
"그렇겠죠. 캄보디아에서 해외로 쏘는 거나 자국으로 쏘는 거나 불법이에요. 근데 버젓이 하잖아요. 어디 숨어서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다면 당연히 단속이 없었다는 거고 왜 없을지 오히려 제가 캄보디아 경찰청에 물어보고 싶어요. 실제로 저희가 접촉했어요. 근데 대답 받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아마 독자분들이 생각해 보시면 되겠죠."
- 캄보디아에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 사장에게 투자하겠다고 해서 만난 거잖아요, 거긴 어땠어요?
"처음에 엄청 떨렸죠. 내밀한 얘기를 들어야 되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나와주길 바랐어요. '익명이고 다 가려줄 테니까 속 시원하게 얘기해달라'라고 하면 한국인 업자중 한 명 정도 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한 명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게 계가 달렸고 여기서 말하는 순간 생명이 잘못될 수 있어요. 그래서 목숨 내놓고 하는 인터뷰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머리를 쓴 게 제가 투자한다고 하고 만나는 거죠. 이 사람들은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투자한다고 하면 만나주더라고요.
만나기 전날 그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서 시나리오를 되게 정밀하게 짰어요. '난 한국에서 코인으로 굉장히 벼락부자가 돼서 한 30억을 벌었는데 부동산도 이미 샀고 재밌는 거 없을까 하다가 캄보디아에 도박장이 있다더라 해서 한 10만 달러 그러니까 1억 3천 정도를 여기다 한번 묻어보고 싶고 1억 3천 날려도 상관없다'란 식으로 접근했어요. 그랬더니 덥썩 문 거죠. 왜냐하면 신생 업체였고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과 되게 많은 얘기를 했죠. 제가 투자자 입장이니까 이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너무 좋은 거예요. 왜냐하면 난 물어볼 명분이 있잖아요. 묻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이 사람도 성심성의껏 대답을 다 했어요. 이 사람이 방송 봤을지 모르겠는데 봤다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요."
- 막는 방법은 불법 계좌를 잠그는 건가요?
"계좌를 잠그는 게 만능은 아닙니다. 계좌는 새로 사면 되죠. 근데 계좌가 그나마 효과적이라는 거죠. 왜냐하면 계좌가 비싸거든요. 안전한 계좌같은 경우 한 700 정도 한다고 해요. 이걸 매일 잠가요. 그러면 그냥 매일 700이 나가죠. 또 매일매일 통장이 바뀌면 손님들도 입금을 잘못할 수도 있고 거기서 오는 혼란이 되게 심하거든요.
그리고 그 장이 묶여버리면 그 안에 몇억 몇십억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게 다 동결돼 버려요. 인출을 못 해요. 그럼 굉장히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거죠. 근데 그것조차도 지금 절차가 굉장히 오래 걸려요. 보이스피싱 같은 경우 계좌를 바로 잠그거든요. 도박은 관련 법률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2~3주, 한달 걸리는 거죠. 그사이에 이미 그 도박 업자들은 이미 영업할 대로 다 하고 한 한 달 뒤에 또 바꾸면 돼요."
"불법 도박, 충분히 뿌리 뽑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