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스틸컷
판씨네마(주)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연관성 없는 것의 아이러니다. 어린이, 막걸리, 페르시아어, 모스부호, 우주까지 연결하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발효식품 중에서도 유독 막걸리였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영화 연출부를 하던 중 몇 개월 쉬게 되었다. 종종 동네 구청 홈페이지 둘러보는 게 취미가 되었다. 내성적이지만 호기심은 많은 편이라 새로운 수업이 개설되면 등록한다. 그때 전통 막걸리 제조 수업을 들었다.
순전히 '처음'이라는 이유였지만 배워보니 재미있었다. 멀리 나가지 않고도 동네 주민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 영화 만들거나 창작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좋았다. 무엇보다 막걸리 제조 하나만 신경 쓰게 되니까 스트레스도 풀리더라. 막걸리를 집에 가져와서 오래 두고 관찰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막걸리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술이니까. 아이를 주인공으로 붙이면 재미있는 조합이 될 거라 생각했다.
페르시아어도 배웠던 경험을 녹인 거다. 동춘의 입장에서 봤을 때 최대한 일상과 떨어져 있는 것, 어순이 달라서 배우기도 쉽지 않은 언어였다. 모스부호도 나라마다 다르다는 걸 알고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다양성 영화의 지원과 흥행이라는 선순환 구조여야 건강한 생태계지만, 한국영화계 현실은 참으로 혹독하다. 독특한 소재와 결말이라 투자 받기 쉽지 않았겠다.
"아이가 주인공이고 엔딩이 파격적이다 보니까 그 언밸런스함이 제작과 투자에 크게 작용했다. 이 작품은 이 작품 그대로 재미있으니까 다른 작품을 해보자는 곳도 있었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예전에 연출부로 일한 <레슬러> 제작사였던 안나푸르나 대표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렵게 제작에 들어갔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지금까지 왔다. 이런저런 시도하면서 스케일을 키워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결국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원형이 점점 없어져서 포기했다. 그때 지원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의 문을 여러 곳 두드렸고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 단편 소설, 영화 장편 시나리오, 시리즈 시나리오, 영화제작사 구하기 등 데뷔까지 바쁜 몇 년이었겠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동시에 썼다. 단편 소설에서 장편 시나리오로 발전해 나갔다. <살인자o난감>은 경기 시나리오 기획개발이 끝나고 의뢰가 들어왔다. 여전히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제작사를 찾던 중이었는데 생계 해결도 할 겸 참여하게 되었다. 두 가지가 서로 장르나 소재도 다르지만 건강식만 먹다가 라면도 먹는 것처럼 상호보완하면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
- <살인자o난감> 시나리오 작업과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작업은 전혀 달랐다고 봐야하나. 힘든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살인자o난감>은 오래전에 재미있게 본 웹툰이라 현 상황에 맞게 공감할 부분을 넣어야 했다. 20대 남자인 이탕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게 목표였다.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철학적인 부분을 더 넣고 싶었다. 또한 그 사이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한 사이다 콘텐츠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와 다른 장르적 재미와 계속 찝찝한 부분을 살리려고 했다. 좀 다르게 풀어내고 싶었다.
쓰는 스트레스보다는 전혀 다른 장르라 재미있었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라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장소 헌팅부터 재정적인 부분에 구애 없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해소할 수 있었다. 둘 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지인들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훨씬 저다운 이야기라고 말해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