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라면 사물을 새롭게, 이상하게 바라볼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는 어록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팀 버튼은 동화와 현실 사이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할리우드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팀 버튼 감독은 어둡다 못해 음침한 배경과 화려하고 다채로운 집, 소품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팀 버튼스럽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가진 감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태평양 건너 저 멀리 떨어진 한국땅에서 개인 전시회가 열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팀 버튼 감독도 정작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메가 히트작'은 많지 않다. 4800만 달러로 만든 <배트맨>이 제작비의 8배가 넘는 성적을 올렸을 뿐 의외로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한 영화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나오는 작품마다 극찬을 받았던 1980~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들어서는 '폼'이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적지 않은 관객들로부터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 받은 팀 버튼 감독은 2010년 월트 디즈니 픽처스와 손을 잡고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신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2010년 3월에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신작은 팀 버튼 감독 영화 최초로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24년 1월 현재까지도 팀 버튼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남아있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현재까지도 팀 버튼 감독 영화 중 유일하게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넘긴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현재까지도 팀 버튼 감독 영화 중 유일하게 세계흥행 10억 달러를 넘긴 작품이다.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2010년대를 지배한 디즈니 애니 실사영화

1980년대 후반부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을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고 월트 디즈니 사후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던 디즈니는 1990년대 중반부터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실사영화에도 욕심을 냈다. 디즈니는 1994년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정글북>,1996년 < 101 달마시안 > 등 자신들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상업적으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2000년에 개봉한 < 101 달마시안 >의 속편 < 102 달마시안 > 이후 한동안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업이 뜸했던 디즈니는 2010년대 들어 애니메이션 실사화 작업을 재개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억 달러라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음에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디즈니는 이에 자신감을 얻고 애니메이션 실사화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했다.

디즈니는 2014년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말리피센트>로 7억 5800만 달러, 2015년 <신데렐라>로 5억 4300만 달러, 2016년 존 패브로 감독의 <정글북>으로 9억 66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2016년 <겨울 나라의 앨리스>가 2억 9900만 달러 흥행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미 디즈니의 실사영화 제작은 불이 붙은 상태였고 디즈니는 1990년대 르네상스 시절의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하면서 2010년대를 지배했다. 

디즈니는 2017년 엠마 왓슨이 벨을 연기한 <미녀와 야수>로 12억 7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7년 만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기록을 경신했다. 디즈니는 2019년에도 <알라딘>과 <라이온킹> 실사영화로 각각 10억 5400만 달러와 16억 6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알라딘>은 국내에서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렇게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디즈니 실사영화들은 2020년 <뮬란>을 시작으로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실제로 2020년대의 디즈니 실사영화들은 2021년 1억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든 엠마 스톤 주연의 <크루엘라>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3년 2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인어공주>조차 손익분기점 도달에 실패한 디즈니는 올해 연말 개봉 예정인 <라이온킹>의 프리퀄 <무파사: 라이온킹>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디즈니에선 '전체관람가' 수위 지킨 팀 버튼 
 
 팀 버튼 감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팀 버튼 감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줬다.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디즈니가 1951년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실사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관객들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하는 감독이 다름 아닌 기괴하고 독특한 이야기와 스타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팀 버튼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원작을 지나치게 비틀어서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객들의 아름다운 추억마저 짓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전체관람가'라는 상영등급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영화의 수위를 지켰다. 2010년 3월에 관객들을 만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극장가의 성수기가 아니었음에도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흥행을 돌파하면서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과 미술상을 수상했고 시각효과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팀 버튼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했던 '페르소나' 조니 뎁이 모자장수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개봉 당시 팀 버튼 감독의 아내였던 헬레나 본햄 카터가 이상한 나라의 독재자 붉은 여왕을 연기했다. 특히 모자장수는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비중이 크게 묘사됐고 조니 뎁은 이를 멋지게 표현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영화 막판 '으쓱쿵짝춤'을 직접 선보이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바타> 이후 3D로 개봉한 첫 번째 영화였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바타>와 달리 2D로 촬영한 후 3D로 변환한 것이기 때문에 <아바타>와 비교하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억 달러의 많은 제작비를 쏟아 부은 데다가 할리우드에서도 돋보이는 미장센을 자랑하는 팀 버튼 감독의 노하우가 응축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영상미가 떨어진다고 말하는 관객들은 거의 없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흥행 대박과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정글북>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영화의 흥행성공이 이어지자 디즈니는 2016년 속편 <겨울 나라의 앨리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팀 버튼 감독이 제작에만 참여하고 제임스 보빈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겨울 나라의 앨리스>는 전작의 명성에도 1억 7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해 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흥행성적에 머물렀다.

스타배우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한 앨리스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겸비한 여성배우 앤 해서웨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여왕을 연기했다.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겸비한 여성배우 앤 해서웨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여왕을 연기했다.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원치 않은 사람과의 약혼을 피해 이상한 나라로 오게 된 소녀 앨리스 킹슬리가 각종 신기한 일에 연루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조니 뎁을 비롯해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해서웨이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앨리스를 연기한 호주 출신 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였다.

호주에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다가 2008년 HBO드라마 <인 트리트먼트>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한 바시코프스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단숨에 세계흥행 10억 달러 영화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하지만 바시코프스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은 작은 영화들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2013년 박찬욱 감독이 연출했던 <스토커>도 있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스타배우로 도약한 후 <레이첼, 결혼하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앤 해서웨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하얀 여왕을 연기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처음으로 세계흥행 10억 달러 영화에 출연한 해서웨이는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징>에서 캣우먼 역을 통해 또 한 편의 10억 달러 흥행영화를 보유하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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