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방영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은 원작 웹툰을 그린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원작자가 직접 각본을 쓰면 원작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새로운 이야기들을 포함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빙>에서는 차태현이 연기한 '번개맨' 전계도와 류승범이 맡았던 프랭크, 김중희가 연기했던 림재석 등 원작에 없었던 캐릭터가 대거 등장해 드라마만의 재미를 더했다.
원작에 나왔던 인물들 역시 드라마와 성격이 달랐던 경우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배우 박희순이 연기했던 북한군의 리더 김덕윤이었다. 물론 북한의 초능력자들을 찾아내 기르고 이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온 것과 주석궁을 침범했던 김두식(조인성 분)에게 원한이 있는 것은 웹툰과 드라마가 비슷했다. 하지만 부하들을 단지 '도구'로만 취급하던 원작의 김덕윤과 달리 드라마 속 김덕윤은 훨씬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특히 번개맨에게 팔이 잘린 장준화(양동근 분)에게 북으로 갈 것을 지시하며 "넌 가야 할 이유가 있잖네, 가족이 있잖네"라고 외치는 장면은 어쩐지 찡했던 김덕윤의 명대사였다. 사실 박희순은 <무빙> 전에도 이처럼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악역(?) 연기를 소화한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던 공유를 거친 '상남자 액션배우'로 변신시켰던 원신연 감독의 신작 <용의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