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면 'PC통신'을 누구보다 잘 안다. PC통신은 천리안과 하이텔이라는 양대산맥을 필두로 1994년 나우누리, 1996년 유니텔이 가세하면서 90년대 중·후반, 10-20세대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대호황을 이뤘다. 당시 PC통신을 사용했던 유저라면 PC통신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엄청난 전화비 폭탄으로 부모님께 큰 꾸지람을 들었던 웃지 못할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PC통신에는 지금의 포털사이트처럼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지만 'PC통신의 꽃'으로 불리며 젊은 유저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기능은 단연 채팅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아이디와 닉네임만으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채팅은 단연 최고의 인기였다. 그 시절 PC통신 유저라면 랜선 안에서 서로 기쁨을 나누고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는 '채팅친구' 한 명쯤은 필수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 채팅으로만 친분을 나눴던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실제 상대의 얼굴과 성격이 궁금해 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채팅으로 친분을 쌓은 유저들 중에는 일명 '번개'를 통해 실제 만남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PC통신이 한창 유행하던 지난 1997년에는 채팅을 주요소재로 다룬 멜로영화가 개봉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훗날 '칸의 여왕'으로 성장하는 전도연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장윤현 감독의 <접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