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이 위축됐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요즈음, 국내에 몇 안 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침체기에서도 나름의 자구책,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 "16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배급사도 많이 생겼고, 독립영화도 많아졌다. 이젠 이런 영화들을 위한 관객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16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배급사도 많이 생겼고, 독립영화도 많아졌다. 이젠 이런 영화들을 위한 관객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민
 
2007년 명동에서 2012년 신문로로, 그리고 종로에 이어 홍대 시대를 맞이했다. 국내 최초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16년 역사는 이처럼 이전과 재개관의 역사기도 하다.

독립영화인들의 요구로 배급지원센터에서 극장사업으로 확장한 결과물인 인디스페이스는 일반 극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독립영화들의 향연이기도 했고 독립영화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협업과 실험의 장
 
서울극장에서 지난 2022년 3월, 홍대 롯데시네마로 옮겨 개관한 인디스페이스는 보다 활력 있게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지난 15일 극장에서 만난 안소현 사무국장은 "더욱 관객에게 가까이 가고 싶다는 열망을 담아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이라고 슬로건을 제시했다"고 공간을 소개했다. 독립영화인들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내 다양한 구성원, 특히 소수자들도 안전함을 느꼈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처음 개관했을 땐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중심 공간이었던 것 같다. 영화인들이 토대가 되어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자율적 공간 성격이 강했다면, 그 부분은 여전히 이어가면서 관객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고민해왔다. 16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배급사도 많이 생겼고, 독립영화도 많아졌다. 이젠 이런 영화들을 위한 관객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이정민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 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첫 개관 이후 인디스페이스가 매번 서울 중심부 지역에 자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서울극장 때보다 홍대 롯데시네마로 오며 객석수는 210석에서 186석으로 다소 줄었지만,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고 문화적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게 안소현 사무국장의 설명이었다.
 
인디 스페이스는 캠페인 구호와 기념품(Goods)을 엮은 캠페인 굿즈, 자체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매월 정기적으로 여는 인디 돌잔치 등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배우 유지태를 시작으로 조민수, 최근엔 영화 <화란>,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종수까지 이어진 후원 상영회도 이곳만의 독자적 프로그램이다.
 
"예전엔 1년에 4-50편 정도 개봉했다면 올해는 60편 정도로 상영작을 늘렸다. 인디 돌잔치 경우는 늘 개봉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영화를 응원하기 위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만들기도 어렵지만 관객에게 선보이는 자체가 벅찬 일인데 1년 뒤 해당 작품 개봉 즈음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관객 투표로 정해지는데 반응이 좋아서 감독들도 기대하고 관련 굿즈들도 많이 만들어졌다. 단편 영화 상영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이 인디 스페이스의 대표적인 정규 행사일 것이다.
 
인근에 독립애니메이션 협회가 있다. 그곳에서 인디애니페스트라는 영화제를 하는데 거기서 상영된 작품을 인디스페이스에서 '애니살롱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영했다. 또 동물권 단체인 카라가 근처에 있다. 서울동물영화제를 주최하는 카라와 협업해서 월간 동물영화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여름 간판 특별전이 된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도 나름 역사가 있다. 프라이드영화제 측에 부탁해서 2017년에 성 소수자 영화를 상영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매년 7월마다 하는 고정 행사가 됐다."

 
이밖에도 인디스페이스는 노동 문제, 독립영화 제작 환경 등을 주제로 신진 평론가와 감독을 모아놓고 대담을 연다거나 장애인영화제와 함께 '가치봄영화제'를 여는 등 다양 주체들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 사무국장은 "영화를 중심으로 한 모임인 소셜 클럽도 구상 중"이라며 "홍대로 오면서 기획전 활력의 물꼬가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 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디스페이스 안소현 사무국장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이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영광과 시련의 순간들

이러한 기획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인디스페이스는 여전히 셋방살이라는 한계로 매년 고정비 지출이 상당하다. 대관과 극장 티켓 판매가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다. 여기에 영화진흥위원회 및 서울시 지원금이 약 절반의 비중을 차지한다.

2009년 당시 영화진흥위원회가 사업자 선정 공모제 방침을 밝히며 사실상 직접 지원을 철회하자 탄압 의도가 드러났다며 스스로 폐관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배우 안성기, 고 강수연 등이 좌석 후원 기부를 하는 등 영화인들의 연대가 이어지면서 재개관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우리 극장이 좌편향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영진위 예산을 못받다가 2018년 무렵 독립영화관 지원 사업이 생기면서 다시 (지원을) 받게 됐다. 사실 임대료에 여러 고정비가 있어서 여전히 공적 지원이 없으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건 물론 당연한 목표인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극장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독립영화와 독립예술영화관은 더욱 힘든 실정이긴 하다.
 
후원회원을 모시고, 나눔 자리라고 200만 원에 좌석을 판매하는 회원제가 있다. 제작자, 배우분들이 함께 해주셨던 게 배우들의 팬덤으로 확장되기도 했고, 가수의 팬분들도 꾸준히 좌석을 구매해주셨다. 초기 멤버들은 명예의 전당처럼 이름을 걸어드렸고, 다시 좌석을 판매 중인데 지금 100석 정도 남은 상황이다."

 
물론 영광의 시절도 있었다. 미로 스페이스 시절 인디스페이스는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단독 개봉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 5회차 상영이 진행됐는데 거의 매번 매진이었다. 세월호 참사 다큐라든지 기본적으로 관객들이 그런 작품을 보시기 위해 찾는 주요 극장이 인디스페이스였다"고 안 사무국장은 회상했다.
 
"우리 극장을 거쳐서 메이저로 진출하신 분들이 종종 있다. 연상호 감독님도 <돼지의 왕>을 우리 극장에서 개봉했고,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후에도 극장에 오셔서 상영회를 열었다. 유지태 배우님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독립영화 함께 보기 후원 사업을 해주신다. 이병헌 감독의 첫 작품을 인디스페이스에서 걸기도 했다. 조민수 배우님도 후원 문의를 주셔서 이번에 <어른 김장하> 후원 상영회를 하셨고, 직접 GV에도 참여하셨다. 바통을 이어받아 김종수 배우님도 24일에 하신다."
 
 배우 조민수의 이름이 붙어있는 좌석.
배우 조민수의 이름이 붙어있는 좌석.이정민
 
 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은 "다양성의 보고인 작은 영화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영화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안소현 사무국장은 "다양성의 보고인 작은 영화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영화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민
 
포스트 코로나임에도 침체기인 영화산업, 특히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미래 또한 암담해 보이는 현실이다. 안소현 사무국장은 "위기라지만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작품은 늘 있다"면서 "공간이 축소되더라도 그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인디스페이스는 어디서든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대 예산을 들인 영화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작은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사라지기 쉽다. 그런데 다양성의 보고인 작은 영화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영화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여전한데 좀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OTT 플랫폼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잖나. 극장에서 만나야 할 영화는 오히려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창작자들도 관객과 직접 만나며 회복되고, 다음으로 갈 힘을 얻는다. 그만큼 극장은 소중한 공간이다.
 
인디스페이스 또한 다른 곳에서 상영하지 않는 다양한 독립영화를 소개할 것이다.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 없이 할 수 있는, 이 안에서 공감을 얻고 안정되고 풍부한 감각을 느끼는 공간이길 원한다. 그래서 다른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의 확대를 응원한다. 어떻게든 연대하고 힘을 보태는 게 인디스페이스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전용관이 생기고, 살아 남아야 하는 이유다."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 극장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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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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