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은 공분했다. 이때 '촉법나이트'라는 SNS 계정에서 가해 학부모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그러자 사람들은 가해 학부모 영업장을 테러했다. 사적 제재를 한 것이다. 아무 문제 없을까?

지난 14일 MBC < PD수첩 >에서는 '너의 얼굴을 공개한다, 사적제재, 정의인가?' 편이 방송되었다.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촉법나이트'의 실체를 추적하고 사적 제재하는 유튜버 등에게 이야기 들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5일 해당 회차를 연출한 박종은 PD를 서울 상암 MBC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사적 제재, 가해자가 피해자 될 가능성 열어줘"
 
 박종은 PD
박종은 PD이영광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이번에 유난히 인터뷰들이 힘들어서 겁을 많이 냈어요. 특히 촉법나이트 인터뷰 같은 경우 인터뷰하면 촉법나이트에게 공격 당하고 박제되는 거 아니냐는 공포가 심해서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그 부분이 어려웠어서 다른 때보다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 사적 제재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처음에 김밥집 테러한 그 영상을 봤어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그게 크게 와닿았어요. 대한민국에서 집단으로 공격을 개인에게 가한 게 잘 보기 힘든 광경이죠. 그래서 되게 좀 충격적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래도 법치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부터 시작했어요. 이게 신상 공개가 엮여 있더라고요. 신상 공개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게 됐어요."

- 사적 제재를 할 수밖에 없는 건지 아니면 흥미로 하는 걸까요?
"사회적 제재에 관련한 콘텐츠 보는 대중들은 흥미로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적 제재를 하는 사람 중에는 피해자들한테 오는 제보 메일을 굉장히 꼼꼼하게 열심히 읽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번 방송에 나왔던 진영민씨 같은 경우 돈을 위해서 하지 않거든요. 그런 사람들도 있고 뻑가 같이 사이버 래커처럼 완전히 돈만 보고 하잖아요. 현재는 섞여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 대전의 김소원(가명) 선생님의 경우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린 거죠. PD님은 예전에 교권에 대한 아이템 다루셨잖아요. 그것과 이번 건 또 다를 것 같아요.
"안타깝죠. 그때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편 할 때는 우리가 방송함으로써 공적인 시스템 제도가 마련돼 선생님들이 희생 안 되면 좋겠다고 만들었는데 선생님이 돌아가셨잖아요. 그게 너무 안타까운 상황인데 우리의 안타까움이 사적 제재로 이렇게 메꿔지고 있는 걸 제가 본 거죠. 그러니까 같은 사안을 그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관점으로도 한 번 보고 그게 없으니깐 그 빈자리를 메우는 사적 제재에 대한 관점으로도 한 번 보고요."

- 김소원 선생님은 많이 시달렸나 본데 2019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거예요?
"민원하고 아동학대 신고가 2019년도에 들어갔었거든요. 제일 힘들었을 때 일의 시작이 2019년 민원과 아동학대죠. 아동학대라는 게 별거 없었어요, 친구들의 다툼에 대해 선생님이 친구들 앞에서 이 친구를 지도했었는데 그게 인민재판식이라는 식으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간 거죠."

- 2019년 이후 학교를 옮긴 건가요?
"올해 아마 학교를 옮긴 걸로 알고 있어요. 올해 옮겨서 괜찮거니 했는데 벗어나기 힘드셨던 거죠. 고소장 내용을 봤을 때는 학교를 옮기고도 연락을 해온 건 없었는데 아마 선생님이 그 전에 몇 년간 받았던 3~4년간 쌓였던 걸 극복 못 하신 거죠."

- 촉법나이트란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악성 민원 넣은 학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거잖아요, 촉법나이트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저희도 물어봤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서칭하고 이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면 개인적인 제보 연락이 엄청 온대요. 제보 가지고 하는 것 같아요."

- 촉법나이트는 교원 문제만 하는 건가요?
"교원 문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내렸지만 표혜림 사건에 대해서도 가해자 신상을 깠었고요.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도 신상공개하더라고요. 특별히 일관성이 있는 느낌은 아니었죠."

- 신상정보 공개 후 학부모들이 공격 많이 받았나 봐요?
"일단 다 가게들이 폐업하고 공개된 학부모 3명 중에 한 사람 빼고 자녀들이 다 학교를 못 나갔고요. 그다음에 그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힘든 상황인 것 같아요."

- 촉법나이트가 신상정보 공개하면 사람들이 가서 행패 부리는 거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그게 사적 제재 위험성인 게 전문가도 얘기했듯이 시작은 그 사람의 신상 알고 그 사람의 주변 것들을 알게 된 것에 대해서 공격을 시작하고 종국에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앞으로도 그런 물리적 공격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죠."

- 학부모는 피해자일지 아니면 가해자일까요?
"학부모는 가해자여야 되는데 이번 사건으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적 제재가 열어준 거죠. 그게 위험하다는 부분이죠."

- 촉법나이트가 누구인지 추적했지만 결국 어떤 사람인지는 밝히지 못한 건가요?
"밝힐 수가 없었죠. 근데 중요한 건 촉법나이트가 누구냐보다 왜 하냐가 중요했죠. 그래서 왜 하냐를 물어봤을 때 본인이 내세우는 명분이 자기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옳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전달하는 게 저희의 방송 목적이었어요."

- 왜 옳다고 생각할까요?
"심리적으로 말하면 전문가 중에 한 분은 도취된 거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거에 엄청 도취가 돼 있는 거죠. 근데 '나는 영향력이 좋아'라고 까놓고 얘기할 수는없잖아요. 그러니 명분을 강력하게 만드는 거죠."

- 영웅 심리일까요?
"그런 거죠. 그 권능감을 갖는 것 자체가 영웅 심리랑 연관이 있는 거죠. 그 누구도 본인한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어요. 우리 시민이 그런 권한을 준 사람은 사법부라고 따로 있잖아요. 근데 자기한테 그런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영웅 심리고 그런 거죠."

- 사적 제재는 통쾌하지만, 위험한 거죠?
"너무 부작용이 많죠. 엉뚱한 사람을 짚어서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그다음에 가해자가 피해자로 될 가능성을 열어주는 부분도 있고 또 기존에 존재하는 사법 체제 자체가 무너지게 되는 거잖아요."

"사법 체계 완전히 뒤흔들 수 있어"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MBC
 
- 사적 제재에 유튜브 영향이 있을까요?
"방송은 아무래도 제재를 많이 받는 플랫폼이죠. 그런데 유튜브는 방송보다 제재가 적은 플랫폼이죠. 방송에 신상 공개가 이루어지면 난리가 나잖아요. 근데 유튜브는 그런 심의위원회가 규제하는 게 없기 때문에 전혀 다르죠."

- 사적 제재하는 유튜버 진영민씨 만나셨잖아요. 중고차 사기 피해 듣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불법성은 없나요?
"불법성 있죠. 진영민씨도 자기도 스스로 인정을 했고 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거는 불법성이 있다고 얘기를 했고 실제로도 명예훼손이나 이런 걸로 고소 고발도 당했었고요."

- PD님 보시기에 진영민씨는 어떤 거 같아요?
"인터뷰를 해봤을 때 피해자 얘기를 할 때 많이 울먹거렸거든요. 타인의 그런 고통과 피해에 대해서 굉장히 좀 감정 이입을 깊게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PD님은 진영민씨가 하는 일 동행하셨잖아요. 어땠나요?
"이게 생각보다 그 유튜버도 해결 사건 해결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어요. 찾아가도 없을 때도 있고 전화도 잘 안 받고 뻔뻔하게 나오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사적 제재 하는 사람들이 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대신해서 잘 싸워준다는 느낌이죠."

- 부산 돌려차기의 피해자인 이유진(가명)씨의 말 들어보면 사법 시스템이 충분히 해주지 못하니 사적 제재를 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요즘 많이 나오는 게 사법 체계에서 피해자를 위한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가해자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 그리고 피의자 의심받는 사람에 대해서 공정하게 재판하려고 하는 제도는 되게 잘 되어 있는데 명백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해 보호나 그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내가 사법 체계 안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는 감정이 들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 신상 정보 공개가 피의자 단계에서는 가능한데 피고인이 되면 안 된다고 나오는데 왜 그런가요?
"피고인은 재판받는 단계에서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이 재판을 받아야 되잖아요. 근데 검사가 이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면 대등한 위치가 아니잖아요. 대등한 위치에서 재판받을 수 없을뿐더러 판사가 피고인의 신상을 공개하게 되면 양쪽을 똑같이 놓고 판단한 게 아니잖아요. 이 사람은 이미 유죄라고 깔아놓고 신상을 공개해 놓고 재판하게 되니까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피고인 상태에서는 공개를 안 한다고 들었어요."

- 근데 피의자는 피고인 전 단계인 거잖아요. 이해가 안 가요. 그 말대로 하자면 피의자도 공개하면 안 되고 피고인이 재판 끝나고 공개해야지 않나요?
"그런 부분이 모순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법을 만들 때는 피의자는 도주해서 복수 하거나 재범하는 걸 긴급하게 막으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말씀하신 대로 피고인 단계는 피의자 다음 단계인데 이게 확실히 모순인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 법조계에선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셨어요?
"변호사분도 미비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얘기를 하죠. 다른 나라 법들을 살펴볼 때도 너무 천차만별이에요. 미국 같은 경우도 주마다 엄청 다르고 어떤 주는 일관되게 다 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만 하는 경우도 있고 유럽 같은 데는 또 다르고요. 신상 공개 관련해서는 각 나라나 주마다 법이 달라서 디테일하게 봐야 되지 않냐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 부산 돌려차기를 신상정보 공개한 유튜버인 이세욱씨 만나셨잖아요. 이세욱씨가 신상정보 공개한 건 정의감일지 아니면 영웅심리일까요?
"저는 영웅 심리가 있다고 보죠. 정의감만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멋있게 말했죠. 근데 멋있게 말하지만, 전제는 본인도 말했듯이 '내가 하는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다. 그리고 자기도 언제 유튜버식 표현으로 날아갈지 모른다'라고 스스로를 제3자로서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아요. 이걸로 수익도 얻고 있다는 걸 정확하게 얘기를 해주고 수익도 얻고 있고 영웅 심리도 없지 않아 있다고요."

- 취재하면서 사적제재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했을 것 같은데.
"저는 사적 제재가 늘어나는 건 굉장히 사법 시스템의 엄청난 위기라는 걸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조인들은 아마 '사적 제재는 일반인들이 자기 분노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나 아니면 '궁금증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사법 체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는 거라고 깊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사법 체제가 잘 된다면 사적 제재는 줄어들까요?
"그렇죠. 왜냐하면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복수도 있지만 자기 삶 회복하는 걸 굉장히 원하거든요. 사법 체계 내에서 내 삶이 빠르게 회복이 된다면 사적 제재라는 또 다른 이름의 복수에 집중하기보다는 어쨌거나 내가 살아야 되잖아요. 거기에 더 에너지를 집중하게 될 겁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사법 시스템 내에 있어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가 부족한 부분을 새로 한번 취재하면 좋겠고 새로운 이 부분이 많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취재 분야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어요."
박종은 PD수첩 사적제재 신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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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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