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나더타운>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01.
<어나더타운>
한국 / 2022 / 28분
감독: 윤동기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있는 공인중개사 태수(임호준 분)는 부동산을 찾아온 경찰들로부터 아들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듣는다. 길거리를 방황하다가도 사나흘 정도가 지나면 가출 아동 가운데 90% 정도는 집으로 돌아간다며 내일 정도가 되어야 상황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경찰. 별거 상태라고는 하지만 아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그는 신고를 했다는 아내의 현재 상태마저 경찰에게 묻는다. 마치 자신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아들과 가족의 일이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듯한 태도다.
윤동기 감독의 영화 <어나더타운>은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들은 아버지의 심리 묘사가 잘 표현되고 있는 작품이다. 극의 중심에 놓여 있는 실종 사건 위에서 주인공 태수는 완전히 다른 두 면(面)의 심리를 시간의 순서에 따라 드러낸다. 전환의 계기는 이름 모를 세 아이가 그의 부동산 문 안으로 콩알탄을 집어던지는 순간이 된다.
해당 신 이전까지는 아들의 실종마저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과는 무관한 듯한 태도로 일관하던 태수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고 만다. 영화는 그런 그의 모습을 조용히 따르며, 거대한 그림자(사건) 앞에선 한 인간이 그 어둠을 마주하고 현실임을 인정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한다.
"집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길거리보다 낫다 싶으면 다 들어가게 되어 있어."
경찰로부터 처음 아들의 사건을 전해 듣는 태수의 태도는 생각보다 담담하다. 실종이 있기 전에 불을 가지고 장난치다 걸린 적도 있고, 창문이 열린 집에 폭죽을 던져서 터뜨린 적도 있었다고 자신이 모르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별 반응이 없다. 영화는 그의 그런 모습 이후 두 번에 걸쳐 집을 중개하기 위해 움직이는 장면마다 아이들의 모습을 끼워 넣는다.
자동차가 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에 집중하는 도로 위의 아이들과 주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콩알탄을 던지며 노는 주차장의 아이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장면이 모두 태수가 바라보는 쪽을 기준으로 창문 너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의 모습이 바뀌게 되는 계기인 세 아이가 부동산 안으로 콩알탄을 던지는 순간에서 열려있던 문과 완전히 대조되는데, 단절되어 있던 '어나더타운(아들의 실종을 포함한 동네 아이들의 문제)'이 그의 현실로 옮겨오는 순간이 된다.
어떤 문제가 제 삶의 현실임을 자각하는 순간 가장 빠르게 변하는 것은 행동이다. 도움이 필요한 이는 타인의 도움을 구하고, 특정한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그 행동을 취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이다. 필름 속의 태수 역시 마찬가지. 깊은 밤이 되어서야 동네를 헤매는 것은 아들의 실종이라는 문제가 이제 더 이상 '어나더타운'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이런 변화는 더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가족과의 별거를 포함한 여러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놓인 가느다란 손전등 빛 하나가 실낱 같은 희망으로 남아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