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PD
이영광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일단 최대한 발로 뛰는 취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방송에서 현장성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요. 다양한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여기저기 가보고 방송에 나오지 않은 지역들도 사실은 미리 섭외하고 간 게 아니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많이 들어보고 그 속에서 어떤 현상을 조금 발견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녔어요."
- 왜 최대한 발로 뛰어보려고 했나요?
"아이템을 찾아보다가 자영업자 9월 위기설 관련 뉴스를 봤는데, 정부의 코로나19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9월로 끝난다는 거예요. 이걸 못 갚으시는 분들이 생긴다면 연쇄적으로 금융 시스템에 문제를 줄 수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경제 뉴스를 더 들여다보니 진짜 경제 지표들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각종 숫자는 '몇 년 만에 최악이다'로 말하고 있는데, 이 숫자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또 개인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언론에서 많이 안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가서 '요즘 먹고 살기 어떠냐'고 한번 물어보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 PD님은 경제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저도 집안 경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물가 보면 되게 헉소리가 많이 나거든요. 저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정말 하루하루 장바구니 물가는 제가 체감되는 정도고 외식 물가도 체감이 되는 정도인데 실제로 이러한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 물가와 연동해서 가격 책정하셔야 되는 자영업자분들 같은 경우 더욱 이게 와닿으시는 부분들도 큰 것 같아요."
- 맨 처음에 뭐부터 했어요?
"일단 뉴스 많이 찾아봤고요, 그다음에 < PD수첩 >에서 2년 전 코로나19 영업 제한 조치가 있을 때 'K-방역의 그늘' 편으로 자영업 사장님들의 힘든 상황을 방송한 적이 있어요. 그분들은 그 이후로 한 2년 넘게 지났는데 좀 살림살이가 나아지셨나란 부분들에 대해서 전화로 다 여쭤봤어요. 오히려 그때는 버텼는데 엔데믹 즈음부터 폐업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버텨서 남아계신 분도 만났는데 그때보다 더 안 좋아지신 거예요. 사전 취재 중에 '코로나도 버텼는데 지금이 더 힘들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고,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쫓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시작했잖아요. 왜 이렇게 구성한 거예요?
"일단 그림상으로 현장성이 가장 사는 공간이 어디일까를 생각해서 골랐고요. 그다음에 남대문시장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민생 1번지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정치인들이 많이 가잖아요. 그래서 생생한 민심의 소리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갔죠."
- 상인들은 뭐라고 하나요?
"어렵다는 건 공통적인 얘기들이고요. 남대문 시장 같은 경우는 도매 상가들이 많잖아요. 소매가 어려우면 도매도 같이 어려우니까 연쇄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에 관해서 얘기했었어요. '그래도 경기가 조금 풀렸어요'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분들도 코로나 시절보다는 사람들도 많이 오고 또 외국인들이 오는 상점들은 약간 더 회복세를 느끼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는 건 외국인 관광객밖에 없는 걸까죠. 내수가 굉장히 안 좋잖아요. 실질 소득도 많이 감소했고 쓸 돈이 없다는 얘기 많이 나오는데 방송에는 못 나왔지만 저희가 명동도 갔었거든요. '돈을 쓰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밖에 없고 한국인은 진짜 돈을 안 쓴다'란 얘기들을 많이 들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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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남대문 시장 같은 데, 갔을 텐데 사람들이 얼마나 없나요?
"남대문은 평일 장사하시는 시간에 찾아가서 촬영했다 보니 눈으로 보기에 사람이 줄었다거나 늘었다를 명확하게 말하기 쉽지 않네요. 또 명동 같은 경우는 많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실들이 눈에 너무 보이는 수준으로 '어떡하지, 저렇게 큰 건물도 아직 비어 있어' 이런 인상이 컸고요. 특히 강남역은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인데도 1층 공실이 눈에 띌 정도예요. 그리고 저녁에 정말 사람이 싹 사라졌죠.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서 자영업자들이 그 당시에 영업 제한 때문에 굉장히 힘드셨던 부분들도 있지만 그때 소비 문화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녁에만 장사하시는 분들은 정말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더라고요."
- 강남 같은 경우는 건물 임대료가 비싸잖아요. 그것 때문에 공실이 많을까요?
"강남은 확실히 임대료 부분도 굉장히 큰 것 같아요. 지금도 금리가 많이 오르니까 건물주들도 대출을 받아서 산 경우에는 이제 임대료를 어떻게든 올려야 된다는 생각도 하시죠. 문제는 임대료가 비싸도 그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면 되는 건데. 방송에서도 나왔다시피 강남 특히 중대형 상가 같은 경우는 안테나샵이라고 홍보 효과로 많이 들어가는데 그조차도 홍보비라 쳐도 너무 손실이 커서 안 들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으니까 큰 상가들이 많이 비게 되는 것 같고요. 취재 중에 만난 한 공인중개사가 '공실은 전염성이 있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하나가 폐업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상권이 죽는 느낌이잖아요. 큰 도로변 1층 상가들이 비면 실핏줄 같은 골목의 상점들도 결국 같이 안 좋아지는 상권이 되는 거죠."
- 사무실에 반찬을 배달해 주는 강남 반찬가게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강남만 그렇게 하나요?
"저희가 만난 건 강남권이었는데 강남역뿐만 아니라 종로 쪽이나 이런 오피스, 그런 데 대상으로 하는 데도 있더라고요."
- 밥값 차이가 큰가요?
"굉장히 크죠. 저희 방송에도 나왔지만 정말 서울지역 8개 외식 메뉴 가격이 5년 동안 약 30% 올랐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저희가 식당에 가도 지금 1만 원 이하로 먹을 수는 없는 시대인 것 같거든요. 그리고 강남역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훨씬 더 외식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는 편이니까요. 근데 반찬 업체들 같은 경우는 국과 반찬 4~5가지로 세트가 거의 6500원에서 7500원이니까 이런 업장들에서는 밥솥을 두고 밥은 해서 반찬만 배달해 먹죠. 반찬 하나 하면 또 하루 먹고 이틀 먹기도 하니까요. 훨씬 절약되죠."
"코로나 이후 매출 회복 안 됐는데 물가는 너무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