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와 나> 조현철 감독
㈜필름영, 그린나래미디어㈜
10월 12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너와 나>의 감독 조현철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괴물 같은 연기력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집중하게 만드는 배우 조현철이 7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장편 영화 <너와 나>를 들고 연출자로서 대중과 만나게 된다.
영화를 최근 다시 보니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지난한 시간을 지나 이제 내 손을 떠났다"라고 대답했다. 화면에서 보던 여러 캐릭터와는 달랐다. 단어 하나를 고심 끝에 내뱉는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이 드러났다.
인터뷰의 마음가짐도 털어놨다.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고 들뜨지 말아야겠다"며 심플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다짐했다고 답했다. 배우일 때 보다 몇 배 더 무거워진 감독의 책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가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사랑'이었다는 말 같았다.
"이름 보다 작품으로 평가 받고 싶어"
-세월호 사건과 십 대 퀴어 소재의 조합은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게 아닐까 해요. 죽음과도 연결된 심도 있는 주제를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이유가 있을까요.
"사회적 죽음을 외면할 수 없었고요. 커다란 숫자로 표현된 죽음, 생생하고 살아 있는 이름을 부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유가족분들도 관객이기도 해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이 소재로 규모를 키우거나 소모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퀴어 소재는 문득 두 소녀 이야기가 떠올랐고 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호평받고 있고 해외 영화제에서도 초청 받고 있습니다. 스스로 연출자로서 소질을 인정하게 되던가요.
"연기와 연출이 상호작용하는 건 맞지만 감독이라고 의식하기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죠. 작업 기간이 길다 보니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럴수록 좋은 이야기를 완성해야겠다는 의지는 컸는데, 지원 사업 과정에서 부침도 있어 기다리고 지켜보는 상황이 길어졌죠. 영화제 초청 같은 경우는 지나가는 축제고 중요한 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과 언론의 평가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힘든 순간을 (영화를 통해)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저는 중산층에 태어난 남성 창작자고, 교육도 잘 받았고, 특별한 불안함도 없었거든요. 이게 저만의 특권이라면 '염치를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하는 이모와 엄마를 보고 자랐기에 배우로서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저한테는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고 운이 좋았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늘 제가 가지고 있는 이점을 경계하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 경계라면 어떤 것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저는 선하거나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고 실수투성이에 부족한 면도 많은 인간이에요. 그런데 어떤 말이 저를 규정하는 단편적인 게 되어 버릴까 봐 항상 조심스러워요. 작품보다 이름이 커지는 거나, 노동의 가치보다 큰 대가를 받는 것 등이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