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 영화의 황제 >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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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또한 평범한 농부 역할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 영화제 수상을 할 것이라고 결심한 웨이치가 린하오 감독에게 연락을 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눈앞에 산적해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감독은 요구하는 바가 많고, 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와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투자마저 원활하게 받지 못하며 제작비마저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의 어려움 역시 존재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요구하는 변화와 문화의 속도를 오래된 배우에 속하는 웨이치가 모두 따라가기는 어렵다. 주어지는 대로 따라 하면 억지로 할 수도 있겠지만 홍보와 조회 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지금의 방식은 영화배우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가 시골 마을을 체험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말에서 떨어지는 스턴트 연기를 직접 하겠다는 것도, 실제 돼지를 촬영 현장에 데려와 함께 촬영하겠다고 하는 것 모두에 그런 이유가 있다. 영화제의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이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는 조금도 알지 못한 채다.
03.
영화의 표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소동에 가깝지만, 사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소통의 부재가 존재하고, 영화는 그 지점의 주제 의식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고자 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내와의 갈등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남편이 업계 스타의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사실도 공개하지 못했고, 이혼 사실도 밝힐 수 없는 웨이치의 아내는 그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는 모습의 남편 앞에서 어떤 소통도 이루어낼 수 없다. 수상자인 성룡을 대신해 무대에 오르게 되는 그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웨이치의 방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전쟁과 관련한 소식 역시 그런 소통의 의미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뉴스의 당사자격에 해당하는 두 국가는 각자의 입장과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을 멈추기도 하고 다시 벌어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양한 지점을 통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소통의 문제는 유명 배우 혹은 셀러브리티가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