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끝없는 일요일>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03.
이 작품의 뼈대는 고전적인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정과 사랑, 삼각관계, 우정의 배신, 흔들리는 미래 등의 설정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시청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미학적이고 추상적인 쪽에 가깝다. 의도적으로 절제한 대사와 연기보다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시각화 형식. 심지어 영화 속에서 두세 차례 등장하는 정지된 순간의 영상화, 여러 스틸컷을 이어 붙여 완성한 영상은 이 작품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에서 등장하는 브렌다와 케빈의 키스신은 로마 곳곳에서 이어지는 수십 차례의 키스 장면(스틸컷)을 이어 완성되었다. 이 영상은 그 행위의 순간이 마치 정지된 것 같은, 그 정지된 시공간 속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원히 박제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브렌다의 곁에 머물고 있는 대상이 알렉스가 아닌 케빈이라는 사실은 이 글의 처음에서 이야기했던 균열의 시작을 이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키워내는 사건이 된다.
알랭 파로디 감독은 이와 같은 영상화 작업, 시도에 대해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언어적 접근과 변화, 그리고 문제를 담고자 했다고 말한다. 직접적인 소통보다는 사진을 통해 뜻과 의미를 전달하고 시청각적 콘텐츠를 누구나 끊임없이 생산해 낼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을 담아내고자 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대사를 절제한 부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 서술적 응축은 아직 채 영글지 못한 세 인물의 감정적 격동을 미적인 방식으로 구현해내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04.
자신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알렉스가 도메니코의 일을 도우러 다니는 사이 홀로 남겨진 브렌다와 케빈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처음의 관계, 세 사람이 연결되어 있던 순간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알렉스의 이탈은 남은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을 완성시키는 시작점이 되고 만 셈이다. 이미 관객들은 이 관계의 종말을 예감하게 되지만 의뭉스럽게도 영화는 아직 이 불안한 동행을 멈출 생각이 없다.
삼각이 균형을 이루는 완벽에 가까운 도형이지만 어느 한쪽에 어떤 조건이나 무게가 조금이라도 더해지는 순간 금세 무너지게 되는 형상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하다. 후반부의 바닷가 신에서 케빈에 의해 던져지는 말이 그동안 응축되어 있던 부정적 감정과 균열의 종말을 드러내기 직전까지, 또한 잔인하게도 도시 곳곳에 남겨진 케빈과 브렌다의 사랑의 증표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말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케빈이 자신의 사인을 마킹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