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과의 대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그 무엇도 해하지 못할 사랑이야기가 있다면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은 이 영화를 사랑이야기라고 했다. 역사와 세상과 용기와 저항과 영화 속 등장하는 그 모든 것들 사이에서 가장 귀한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뜻이겠다. 파울리나와 아우구스토가 나누는 순간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어쩌면 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이 정말이지 하나쯤은 있고 그게 바로 이들 사이에 피어난 사랑이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큰 행사에서 꼭 한 마디 해야겠다고 연설문까지 써왔던 주한칠레대사는 영화를 본 뒤 연설문은 되었다며 파울리나를 꼬옥 안아주고 자리로 들어갔다. 아우구스토는 올해 세상을 떠났고 파울리나는 "그가 있었다면 모두가 열렬히 반겨주는 이 자리를 기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를 찍자고 한 것도 아우구스토였다면서.
아우구스토가 피노체트 치하에서 6년을 바쳐 <금지된 기억>이란 책을 써냈다. 그는 이 책을 파울리나에게 선물하며 맨 앞장에 이렇게 적었다.
파울리나, 이 책을 쓰는 데 6년이 걸렸어요. 내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 꼭 오늘 주고 싶어요. 이 책엔 고통과 공포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고귀함도 있지요. 여전히 금지된 기억이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해요. 세상엔 고집세고 완고한 사람들이 있어요. 기억하려는 이들, 용기 있는 사람들, 파울리나 당신처럼 씨를 뿌리는 이들이오. 당신은 기억하려 하고 용기가 있고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아우구스토.
이건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했던 어느 귀한 사랑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