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겟>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스릴러 장르가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삼고자 하는 욕망은 언제나 있었다. 특별한 장치 없이도 그 문제를 잘 구현해내기만 한다면 관객들의 심리를 쉽게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실 속에서도 영화 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관객들의 심리적 밀착은 극 중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스크린 밖에서도 훨씬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최근의 호러 장르가 관객의 두려움을 이용하는 방식과도 매우 유사하다.
영화 <타겟>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위하여 뉴스와 각종 자료를 찾아보다가 중고 거래, 보이스 피싱 등의 사건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중고 거래와 같은 사이버 범죄의 경우에는 심각한 피해를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검거율은 2%에 불과했다. 그가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 피해자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상황을 이번 작품의 주된 소재로 그려내고자 했던 이유다. 지금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과 일상의 서스펜스를 엮어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국내 중고거래 시장의 규모는 25조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플랫폼의 가입자 수 역시 6000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한다. 시장이 확대됨과 동시에 이를 악용하고자 하는 집단의 범죄율 역시 함께 증가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중고거래 사기는 81.4%가 증가했고, 피해액은 2021년 기준으로 3606억 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이 작품 <타겟>이 겨냥하고 있는 목표물은 정확한 것 같다.
02.
"야 차라리 중고를 하나 사. 요즘 중고사이트 대박이야."
영화는 이사 직후 세탁기가 고장난 수현(신혜선 분)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고치자니 50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부담스럽고, 새 세탁기를 사자니 그 역시 가격이 만만찮아 곤란한 상황이다. 같은 회사의 동료이자 과거 룸메이트였던 달자(이주영 분)가 중고거래를 제안한 것은 그래서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잘 찾아보면 새것 같은 제품을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좋은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현의 눈앞에 펼쳐진 중고거래 사이트는 신세계다. 등록되어 있는 매물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될 정도다.
이제 막 중고거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수현의 이야기 뒤편에서는 피해자가 구매자에 의해 살해를 당하는 범죄가 발생한다. 인터넷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의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집을 찾아온 구매자가 값을 지불하는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저지른 사건이다. 애초에 구매자는 물건보다 살해에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제 판매자의 집안에 있는 물건 전부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매물로 올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원래 주인이었던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한 또 하나의 사기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이 두 이야기가 서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작품 전체의 중심 사건이 되는 수현의 이야기와 그녀가 처하게 되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주변 사건이 발맞춰 전개되는 것이다. 두 이야기가 하나의 내러티브로 합쳐지는 것은 범인이 올린 중고 세탁기를 구매하기 위해 그녀가 30만 원을 송금하면서부터다. 그 세탁기가 설치한 후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그 사이 판매자의 계정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수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