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8월 초 서울 신림역과 성남 서현역에서 이상 동기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며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는 사람 많은 공공장소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람 많은 곳이 더 불안하다는 인식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8월 29일 MBC <PD수첩> '묻지마 범죄는 없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서현역 사건 피의자인 최원종과 신림역 피의자 조선의 행적을 추적하고 우리보다 앞서 이상 동기 범죄를 경험한 일본 사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담겼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방송 끝난 다음 날인 8월 30일 해당 회차 연출한 박종은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망상인가 계획인가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MBC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 하루 전날 서현역 또 다른 피해자인 20살 친구가 사망해서 방송을 마무리하면서도 굉장히 마음이 안 좋았요. 방송 마치고 바로 장례식장 다녀왔거든요. 방송은 방송이고 장례식장도 현실이잖아요. 그래서 방송을 마쳤음에도 아직 마음이 무거운 게 남아 있더라고요. 장례식을 바로 방송한 당일날 가다 보니까 그게 평소 방송 마쳤을 때와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제가 원래 신림역 살인 사건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 사건 하나만 가지고 제작하기에는 <PD수첩>이 사건 하나를 미스터리하게 파는 방송은 아니다 보니까 못 하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 이후에 서현역 사건이 터졌잖아요. 그거 터지고 갑자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왔죠, 이렇게 되면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PD님은 신림역 사건이나 서현역 사건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신림동 사건도 충격적이었지만 2주가 지나지 않아 또 그런 사건이 터졌다는 걸 들었을 때가 더 충격이었죠. 1년에 한두 건 날까 말까 한 사건이 한두 달 간에 정유정부터 포함하면 3건이 연달아 발생했잖아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처음에 서현역 현장을 갔어요. 가니까 추모 공간이 있더라고요. 그 공간을 찍고 있는데 <PD수첩>이라고 하니까 고인을 아신다는 분들이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좀 더 고인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 분당 서현역에서 일어난 사건부터 다룬 이유가 무엇인가요.
"두 얘기를 주축으로 했는데 아무래도 분당이 사건 발생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좀 더 시청자들한테 확 와닿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을 분당으로 하게 됐습니다."

- 사망자 남편분 인터뷰 하셨잖아요. 어떻게 섭외하셨어요?
"처음에는 연락하는 것도 너무 죄송스러워서 취재 중반부까지 피해자분들을 못 만나 뵀었어요. 근데 우연히 알게 된 피해자 남편분의 선배라는 분한테 연락해서 조심스럽게 얘기를 좀 해달라고 했고요. 그렇게해서 기획안 적어서 보냈어요. 그걸 읽어봐 주시고 인터뷰하게 됐죠."

- 인터뷰는 어땠나요?
"만났는데 너무 피곤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시더라고요. 실제로 인터뷰하기 전날 1시간밖에 못 주무셨다고 하더라고요. 더더욱 죄송하죠. 그런 피해자분들께 인터뷰를 요청한다는 자체가 같은 사람으로서 힘들었고요. 인터뷰할 때도 그 피해자분의 억울함과 슬픔 상실감이 너무 고스란히 느껴져서 인터뷰하는 것 진행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실하게 인터뷰해서 담아내야 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습니다."

- 서현역 안에서 또다시 최원종은 흉기를 휘두른 거죠. 그리고  나오면서 흉기를 화단에 버리던데 증거인멸이었을까요?
"증거인멸이라고 보는 게 아마 맞지 않을까 싶은 게요. 진짜 피해망상도 있었겠지만, 그 순간에는 증거인멸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또 누가 자기를 스토킹하고 공격할지 모르는데 당연히 칼을 쥐고 있어야 되겠죠."

- 스토킹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는데 칼은 버렸죠. 잘 이해가 안 가던데 혹시 감형받기 위해 피해망상 처럼 보이는 걸까요?
"제가 직접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걸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접견 대화록을 저희가 취득했잖아요. 접견 대화록을 볼 때는 명확하게 피해망상이 없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 걸 보니 진짜 조현병일 수 있는데 조현병이 있다고 해도 계속 망상 속에 있는 건 아니고 또 제가 그런 정신병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잠시 정신이 또 들어왔을 때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덜컥 겁이 났을 수도 있고요."
 
  박종은 MBC PD
박종은 MBC PD이영광
 

- 그날 현장 분위기가 어땠나요?
"제가 직접 갔었어요. 당연히 방송국이나 카메라가 엄청 많았죠. 심층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근데 그 와중에도 스토킹 얘기를 하려고 했다는 게 좀 그랬죠."

- 다른 병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정신 질환자들은 혼자 있는 게 병을 키우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 병의 증상이 심화된다는 걸 캐치해 줄 사람도 없고, 망상이란 걸 얘기해 줄 사람도 없고, 자기만의 생각을 막 발전시키게 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히 혼자 있는 게 좋진 않겠죠."

- 신림역 이상 동기 범죄 피해자인 조선의 경우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었던 거죠?
"사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얘기했듯이 열등감이 있었다고 했으니까요. 근데 본인이 똑바로 살지 않아 놓고 열등감만 있었던 거죠."

- 학교 다닐 때부터 행실이 지저분했던 거 같던데.
"일진이었다고 그러고 사람들 때리고 갈취하고 오토바이 절도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고 소위 학창 시절에 할 수 있는 나쁜 행동을 다 했다고 봐야죠."

- 조선은 지인에게 왜 의미심장한 말을 했을까요?
"범죄심리학자 말로는 범죄를 계획하고 주변 정리 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친구 분 말을 들어도 그렇고요."

- 그럼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걸까요?
"계획적이라고 봐야죠. 칼 훔칠 때 다른 조미료를 사면서 의심받지 않으려고 한 건데 계획성이 없었다고 보긴 힘들죠."

- 이상 동기 범죄자의 71%가 사회적 고립이던데 이게 은둔형 외톨이인가요?
"은둔형 외톨이가 꼭 사회적 고립이라고 보기는 힘들고요.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거죠. 은둔형 외톨이는 집 밖으로 아예 안 나가는 거잖아요. 조금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부가 이상 행동 범죄가 일어나고 장갑차 배치한다든지 하는 게 있었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당장 그때는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정책이죠. 초동 대처는 장갑차를 배치할 수는 있는데 그것보다는 예방책이나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이라든지 좀 안 보이더라도 정말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처벌도 중요하지만 관리시스템 절실

-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이런 걸 겪은 것 같은데 일본은 어떻게 했다고 해요?
"일본 같은 경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도 많았고 여전히 또 이런 사건은 발생하고 있으니까. 일본이라고 명확한 대처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에 범죄자에 대한 조사나 이런 거는 우리나라보다 좀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정부는 예방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 같은데 이게 맞을까요?
"어느 게 하나가 더 중요하다기보다 동시에 똑같은 중요도로 진행이 돼야 된다고 보는데 기자님 말씀대로 지금은 처벌 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 같아요. 처벌 강화는 어떻게 보면 쉬운 길이고 예방은 어려운 길이잖아요. 처벌 강화 쪽이 눈에 띄고 쉬운 길이다 보니까 강조가 되는 것 같은데 어렵고 눈에 안 보이는 길을 가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어떻게 예방하는 게 좋을까요? 전문가들 만나보셨잖아요.
"전문가들도 답을 찾기 힘들어하는데 통계에 나왔듯이 이상 동기 범죄자 중 30%가 넘는 사람이 정신질환자였으니까 그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만 제대로 만들어도 30%가 넘는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방송에는 안 나왔지만, 재범자들도 많았어요. 이상 동기 범죄자들 중에 재범자 관리 시스템 교도소 내에 교화 시스템도 한번 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애초에 취재를 시작할 때 이 문제는 답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걸 알고 취재를 들어갔는데도 힘들더라고요. 나름 노력을 해서 방송을 했는데 그 답에 한 발짝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명확한 답을 못 찾았다는 게 아쉽죠. 이유 없는 범죄는 없다고 시작했는데 몇 달간의 취재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우리 사회의 명확한 해답을 찾기는 아직 역부족이지 않았나 그래도 뭐 한 발짝 정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정도입니다."

- 이유 없는 범죄가 정말 없을까요
"이유 없는 범죄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를 못 찾겠다, 모르겠다 하고 넘어가는 순간 많은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범죄를 손놓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유를 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종은 PD수첩 이상동기 범죄 신림역 서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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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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