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KU시네마테크 주현돈 대표.
이선필
서울 광진구엔 약 150석 규모의 단관 독립예술전용관이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쿠씨네'라 불리는 KU시네마테크는 서울 내에서 아트하우스 모모(이화여자대학교)와 함께 대학 캠퍼스에(건국대학교) 위치해 있는 영화관이다. 이곳은 광진구는 물론이고 강남권에서 예술영화에 배고픈 관객들까지 소화하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8월 30일 극장에서 만난 주현돈 대표는 해당 극장의 영사 기사 출신으로 2019년부터 직접 사업장을 인수해 운영해오고 있다. 기술 스태프가 운영하는 곳답게 상영 환경과 시스템 만큼은 멀티플렉스 극장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주 대표의 뚝심과 내부 직원들의 헌신 덕에 휘청이지 않고 오히려 한 단계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과감한 프로그램들
KU시네마테크는 2011년 3월 11일 개관 당시 젊은 시네마테크를 표방했다. 한창 필름에서 디지털 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에 국내 독립영화의 디지털 복원과 아시아영화 중심의 기획전을 선보였고, 건국대학교 학부생과 교수진과 협업하며 졸업작품전, 테라피 시네마 등 특별한 프로그램을 매년 기획하고 있다. 운영주체가 바뀐 뒤에도 이러한 정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주 대표는 강조했다.
"개관 당시엔 디지털 영화가 산업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으니 보급에 힘쓴 면이 있고, 젊은층에게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며 지금의 건국대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안다. 영화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지역주민에게 소중한 문화공간이 되자는 정신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영화과 전공 학생들에게 촬영 공간, 상영 기회를 주는 등 교육 연계 활동이 있다는 게 나름 특별한 점이다. 건국대 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문의가 많다.
다만 전체 관객 중 학생들 비중이 엄청 높진 않다. 의외로 지역주민과 강남권 주민이 많이 온다. 비율로 치면 4대6 정도 되는 것 같다. 강남 지역에 예술영화전용관이 많지 않아서인 것 같다. 아트나인 정도인데, 접근성에서 우리 극장이 유리한 점이 있거든. 주말에 특히 부부 동반 관객이 많은 편이다."
주 대표 체제 이후 눈에 띄는 점은 동시기 주변 일반 상영관에서 보기 어려운 상업영화를 KU시네마테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죠스> <덩케르크>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팬층이 탄탄한 영화들을 상영했거나, 상영 중이다. 1939년 첫 개봉 후 국내에도 2012년에 소개된 <오즈의 마법사>도 상영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나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KU시네마테크가 직접 DCP(디지털 상영본)를 수급해왔다. 말대로 과감한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