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육’ 10부작 연출한 이한규(좌), 한가름(우) PD
이영광
- < 다큐멘터리 K > '세계의 교육' 10부작이 지난 17일 종영했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이한규 PD(아래 이): "지금 모든 나라가 변화하는 세상에 굉장히 중요한 준비를 해야 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미래 세계에 맞는 인재 양성을 하려면 지금이 바로 중요한 때라는 걸 거의 전 세계에서 다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시점에 미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교육 다큐가 매우 시기적절했고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가름 PD(아래 한): "저는 EBS에서 첫 다큐를 '세계의 교육'으로 배정받았을 때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왜냐하면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면서 교육에 대해 관심이 크게 없었어요. 때문에 과연 내가 어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뽑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세계 여러 다양한 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미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교육을 어떻게 우리가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교육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우리의 교육이 바뀔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세계의 교육'은 교육 리더 8명과 함께 세계 8개국의 교육을 살펴보는 거였어요. 어떻게 이걸 기획하게 되셨어요?
이: "지난 한 12년 동안 '젊은 3040 학부모들이 제발 우리 애는 내가 받았던 교육과 다른 교육을 받고 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진보 교육감들을 많이 지지해 줬어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많이 당선되자 교사들이 아이들의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혁신학교나 거꾸로 학교 등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졌거든요. 문제는 입시라는 큰 벽에서 그게 다 잘 안됐어요. 학부모들은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는 걸 알아도 그게 내 자식이 좋은 대학 가는 데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에 대해 사람들에게는 이미 일종의 패배감이 있던 거죠.
저희도 이번에 교육 시리즈를 다시 기획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좋은 교육일지 궁금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 EBS에서 했던 실험적이고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시기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지금 시점은 교육이 약간 살짝 힘 빠져 있는 상태라고 봤고, 그럴 거면 아예 눈을 해외로 돌려서 해외 교육 사례들 보며 다시 한번 시청자에게 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에서 '세계의 교육' 10부작이 기획되었습니다."
-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해 해당 나라들은 어떤지 짚어도 될 텐데 그게 아니라 나라 별로 했는데 왜 이렇게 하셨어요?
이: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애견인이라 개의 예를 들면요. 일종의 비유인데 사람의 간와 개의 간 기능이 비슷해요. 몸에 독을 해독하는 거죠. 사람은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고, 개는 알코올 분해가 안 되거든요. 왜냐면 인간은 술을 마시니까 해독 기능이 있는 거고 개는 술을 마실 필요가 없으니까 해독 기능이 없는 거예요. 그 얘기는 뭐냐면 우리가 간이라는 주제로 쭉 동물들을 횡단적으로 봐도, 각각의 동물이 가진 특성상 그 간 기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주제가 또 달라져요.
그것처럼 같은 입시 제도라도 독일의 입시 제도는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보려면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안 되고, '독일 내에 이런 교육 철학이 있었고 이런 입시 제도가 있다. 지금은 이런 교육의 어떤 단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입시 제도가 이렇게 만들어진 거다'라고 설명해야 해요. 즉 어느 하나의 교육을 설명하려면 그 나라의 어떤 제도도 설명해야 하죠. 제도도 단순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안 되고 그 나라에서 그 제도가 존재하는 통시적인 그것들을 다 파악해서 얘기해야 사람들이 다 이해하거든요. 하나의 포인트를 갖고 나라마다 비교하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명확하게 비교가 돼서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을 수 있지만, 자칫 맥락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놓칠 수 있죠. 그런 차원에서 나라마다 집중해서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 아이템 정하고 맨 처음에 뭐부터 했어요?
이: "처음에 기획하면서 일단 나라를 정해야겠죠. 나라를 정하는 데 있어서 그 나라의 교육 제도 중 어떤 부분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지, 이 나라의 제도를 분석해서 방송했을 때 이걸 본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 반면교사가 되거나 아니면 비교 분석을 할 수 있을지를 좀 더 생각해서 고민했어요. 특히 우리나라 교육에서 지금 잘 안 되고 있는데 그 나라에서 오히려 잘하고 있는 것들을 찾았어요. 대표적으로 우리는 시험 중심의 학교 교육을 아직도 하고 있죠. 근데 이미 유럽은 시민의식이나 이런 게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올바른 시민을 사회에 배출하기 위한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유럽에서는 우리와 다른 교육 부분에 대해서 취재하자고 잡는 거죠.
또 다른 예를 들어서 싱가포르는 굉장히 나라가 작지만, 교육에 어떤 식으로 힘을 쏟아서 작지만 강한 부국이 됐을까, 이런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각 나라마다 그 나라가 잘하는 교육을 보고 그걸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보여줬을 때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아이템들을 정하는 거죠."
- 출국 전 취재할 나라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이: "보통 책도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여러 기사를 서치하죠. 근데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인터넷으로 해외 정보를 보는 것이 아주 별로잖아요. 그래서 예를 들어 이스라엘 편을 제작하면 국내 이스라엘 교육 전문가를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 또 책과 논문을 집중적으로 보았죠. 또 현지에서 방송팀을 도와주는 분을 코디네이터라고 하거든요. 코디네이터가 실제로 교육 현장을 방문하고 현지 상황을 파악해 줘요. 그다음 같이 화상회의도 하며 최대한 양질의 정보를 많이 모으려고 다각도로 노력했습니다."
"교육 가장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는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