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23 그녀의 키친, 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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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레스토랑의 인턴으로
그녀가 도착한 곳은 미슐랭 3 스타의 방동 레스토랑. 면접 과정에서 주방장은 많은 주방에서 다향한 경험을 쌓은 그녀의 이력에 놀람움을 표출한다. 그러자, 그녀는 말한다. 나에게 뭐가 맞는지 알기 위해서라고.
19살에 셰프가 되기 위해 관광 학교에 간 그녀는 그곳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학교를 뛰쳐나온 그녀는 한때 부업으로 소규모 케이터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미슐랭 레스토랑의 인턴으로 경험을 쌓으며 자신을 단련하고 있는 중이다.
13명이 일하는 방돔의 주방, 그 시작은 페이스트리 코너이다. 흔히 주방의 상황을 전쟁과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정신없는 상황에서 페이스트리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다. 아그네스 역시 페이스트리 만들기로 주방생활을 시작한다. 다행히 방돔의 주방은 그녀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전채요리, 가니시, 그리고 가장 어렵다는 앙트르메티에 (Entremétier 야채 요리를 맡으며 수프, 계란, 파스타와 같이 곡물이 들어간 음식을 담당)까지 일취월장한다.
'토끼 넷 오리 셋' 아니, 오리 넷 토끼 셋', 잘못전달 된 주문이 그 날의 우스개가 될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방의 마무리는 거품 가득일게 그릇 닦는 걸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다음 날, 커다란 칼로 거침없이 고기를 토막내는 밑작업으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주방장는 아그네스를 가리켜, '허약한 몸뚱이'라며 너같은 여자애가 그런 칼을 써도 되겠냐고 묻지만 그녀는 마다하지 않는다. 칼을 고르는 그녀의 표정은 마치 무기를 고르는 무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셰프들은 우스개로 말한다. 언젠가 복권에 당첨되면 주말에는 쉬겠다고. 이틀만 식당문을 열겠다고. 알레르기나 락토프리 손님은 주문 불가라 큰 소리 치겠다고. 그만큼 까다로운 손님의 주문 요건을 맞추며 미슐랭 수준의 요리를 해내는 일은 힘들다. 사람들은 셰프로 일하는 아그네스에게 엄마나 아내 역할도 잘 해낼 거라고 하지만,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이 직업을 하면서 엄마와 아내 노릇을 하는 건 자신없다는 그녀다.
40개의 테이블, 39명의 예약이 꽉 찬 하루. 수셰프가 그녀를 부를 때마다 그가 요구하는 것들이 그녀의 손에는 이미 들려있다. 물 흐르듯이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주방장은 바지가 찢어진 상황에서도 아랑곳없이 일하는 그녀를 보고 고개를 젓는다. 외려 그녀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했단다. 그런 그녀에게 주방장은 말한다. 큰 산을 넘으며 여기까지 왔으니 행운이 따를 것이라고. 하지만 실패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그의 말에 그녀는 답한다. 그 실패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거라고. 눈물을 훔치며 다음 날 거뜬히 다시 일어나 여기까지 왔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