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원 MBC PD
김영원 MBC PD이영광
 
지난 7월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2년 차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고, 해당 학교 앞에는 조화가 놓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걸까. 

지난 22일 MBC <PD수첩>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 어느 초임 교사의 죽음' 편이 방송되었다. 방송은 교사가 근무했던 서이초등학교의 7월 20일 풍경으로 시작한다. 교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와 함께 교권 침해 사례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3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영원 PD를 만났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MBC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큰 숙제한 끝낸 느낌이고요. 사실 지난 3월에 교권 침해 관련해서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방송을 했었는데 그때 취재한 내용을 다 담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서 이번 방송 준비하면서는 이 사건 하나에만 천착하지 말고 복잡한 얘기를 잘 풀어보고 대책까지 잘 실어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 원래 후속 방송을 준비중이셨는지, 아니면 서이초 사건 이후 방송을 새로 준비하신건지 궁금합니다.
"계획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에 남아는 있었어요. 그런데 서이초 사건이 터졌고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3월 방송 때도 학교에서의 교권 침해로 스스로 목숨 끊은 선생님 사례를 하나 담았어요. 저희 방송 나가고 3월에 교육부에서 개정 고시한다는 얘기도 나왔었고 여기저기 토론회도 열리는 것 같고 변화가 일어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굉장히 비슷한 류의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서 책임감도 느꼈고요."

- 이미 교권에 대한 아이템을 다루셔서 서이초 사건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거 듣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교권 침해 사례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분의 죽음이 또다시 묻히거나 빨리 잊히거나 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었고요."

- (방송이) 7월 20일 서이초 풍경으로 시작하는데.
"잘 생각해 보시면 우리 사회에서 교사분들이 이렇게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서 공개적인 뜻을 표현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학교 교문 쪽 길만 보여드렸지만 학교 울타리가 4면이 다 있잖아요. 사각형으로 삥 둘러싸면서 근조 화환이 놓였어요. 정말 그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선생님이 오셔서 추모하셨거든요. 그동안 쌓인 게 부글부글 끓어서 터져 나온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 서이초 교사 대학 때 지도교수를 만나셨잖아요. 지도교수 말씀 들어보면 대학 때도 열심히 교사를 준비했던 것 같아요.
"일단 서울교대의 경우 지도교수님을 1학년 때 만나면 4년 내내 친밀하게 수업도 듣고 상담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4년 내내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그 교사를) 지켜보신 분인데 저희가 방송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에 대해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계셨어요."

- 초임 교사가 1학년 맡는 경우가 드물다고 나오던데, 그만큼 1학년 담임이 힘든 걸까요?
"그렇죠. 사실 1학년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다가 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학교에 적응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힘들 거예요. 그걸 선생님이 하나하나 다 케어를 해야 되는 상황이고요. 요즘은 한 반에 40~50명씩 있었던 시절과 다르잖아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개별화된 지도를 해주고 또 예전보다 자유롭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은 시대라 1학년 반은 경력이 많은 선생님이 주로 맡는 걸로 알고 있어요."

- 학교에서 교사가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어하니 번호를 바꾸라고 하는 부분이 나오던데요. 
"(학교가) 무책임하다고 할 수도 있고 동시에 그게 학교의 현실인 것 같아요. 지금 학교의 현실이 학부모가 어떻게 알려주지도 않은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 해오는 시스템이더라고요. 그것에 대해 문제 삼을 수도 없고. 그냥 '선생님 안 됐네 놀랐지, 번호 바꿔'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 (방송을 보면) 연필 사건이 나와요. 아이들이 학교생활 하다보면 다툴 수도 있는건데 학부모가 심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거든요. 
"되게 사소한 실랑이였거든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아이와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아이가 있는데 뒷자리 아이가 계속 연필로 (앞자리 아이의) 가방을 콕콕 찌른 거예요. 그래서 앞자리 아이가 그러지 말라고 하는 과정에서 연필 가지고 당기고 밀고 했겠죠. 그러다가 앞자리 아이 이마가 긁힌 거예요. 사실 대다수의 엄마 같았으면 '좀 조심하지 그랬어'라고 넘어갔을 일인 것 같긴 한데 그걸 가지고 선생님에게 따져 묻고, 가해 학생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억울하다면서 밤 9시에 문자를 보내고요. 그 다음 날 아침에도 억울한데 사실관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요. 이마 긁힌 아이 엄마는 '이게 무슨 일이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어이가 없다, 내가 학교에 2시까지 갈 테니 그쪽도 오라고 해라 사과받겠다'라고 하신 거예요. 사실 너무 사소한 일로 아이들이 투닥거린건데 왜 선생님에게 그 책임을 계속 묻는지 모르겠어요."

- 10년 차인 나경민(가명) 선생님이 대학 때로 돌아가면 (스스로에게) 교직을 맡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하잖아요. 10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 싶은데.
"그런 대답을 하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냥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 그때 나는 순진했다' 정도의 얘기를 하실 줄 알았는데 펑펑 울면서 얘기하시는 거예요. 사실 교대 아무나 가지 못하잖아요. 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하셨던 분들이 들어가시고 가서도 4년 내내 공부해 임용고시를 치러 선생님이 되는 거잖아요. 꿈이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교대에 가셨다는 거예요. 근데 그때를 굉장히 후회하신다고 하셨죠."

"선생님들 목소리 귀담아 들었으면..."
 
  김영원 MBC PD
김영원 MBC PD이영광
 
- 학교와 교장 선생님이 어떤 자세를 취하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이번에 취재 시작하면서 미국 사례들도 알아봤었어요. 거기도 학부모 민원은 심심찮게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는 교장 혹은 교감이 직접 민원을 응대하는 거고, 어느 선을 지나가면 '내가 책임질테니 담임 선생님은 손을 떼라'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학교가 그렇게 한다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직접 행동하시는 몇몇 분 아니면 교장 선생님이 그렇게 안 하시는 경우가 많죠. 교장- 교감 선생님은 평교사들의 관리자로서의 선생님들을 보호해 주어야 할 책임도 있잖아요. 그 정도만 된다면 학교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저는 한 2차-3차 집회까지 4만 명 정도의 교사가 모이는 거 보고 시간이 지나면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근데 점점 늘어나는 거예요. 이 선생님들이 이렇게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있을 때 교육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정말 의미 있는 변화를 하나라도 만들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부모님들도 이 현실을 보시고 선생님들에 퇴근 시간 이후에는 개인번호로 연락하면 안 된다는 정도만이라도 알고 지켜주시면 좋겠어요. 그것만 해도 선생님들의 고충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온 것이 있을 것 같아요.
"서이초 교사와 비슷한 상황에서 심각한 자살 충동 느끼셔서 휴직하셨다가 복직하신 선생님 인터뷰도 했었거든요. 그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서이초 선생님이 어떤 감정을 느끼셨을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 중의 제일 인상 깊었던 게 사실 일을 그만둘 수도 있는데 이상한 건 그게 떠오르질 않더래요.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흐름에서 목숨 끊는 게 가장 빠르고 쉽고 모두에게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김영원 PD수첩 교권 익상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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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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