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23 상영작 <게임에 진심인 편 - 근데 이제 예술을 곁들인> 스틸컷
EBS국제다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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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찬성하는 쪽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예술이라는 것은 도구를 통한 창작 활동인데 게임에도 시스템, 그래픽, 사운드와 스토리처럼 그런 도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거나 감동을 전달하는 측면, 인생을 반추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게임을 즐기며 한 번이라도 감동을 느끼고 눈물을 흘려본 사람이 있다면 이를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도 믿는다. 심지어 아주대학교의 김경일 교수는 심리학에서 보는 예술의 정의 중 하나는 은유라면서, 아주 간단한 어드벤처 게임에서부터 심오한 RPG 게임에 이르기까지 게임 속에 많은 메타포들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예술로 보는 일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한편, 게임을 예술이라고까지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쪽은 애초부터 상품으로써의 속성이 너무 강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도영임 교수는 게임이 예술이냐 아니냐라는 전문 인터뷰에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창작자들조차 상업적 제작이 시초가 되는 게임이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말한다. 이를 보면 게임이라는 매체가 예술인지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의 아버지 미야모토 시게루조차 자신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했다고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 진짜 예술에 속하는 매체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졌다면 지금과 같은 갑론을박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이에 대한 반론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모나리자>가 그렇듯이 말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현재의 상황 자체가 게임이 아직 정확히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고 속해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써의 속성에 집중할 것인가, 혹은 이것을 가지고 어떤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에 집중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다만 현실적으로 상업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순수한 예술성만 쫓으며 게임을 만들기는 어렵다. 게임 제작에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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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상품은 많은 것들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예술 작품이라고 부르는 대상에도 가격이 붙는다고 이해완 서울대학교 교수는 말한다. 지금 순수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에도 모두 가격이 붙어 있으니 이들 또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라면 상품성과 상업성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적인 대상에 달려 있는데,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최우선의 목표가 가격이 붙어 사람들에게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유원준 영남대학교 교수는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예술 작품의 경우에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최종 목적이라기보다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서 느끼는 경험이 목적이라고 말이다. 게임과 예술의 영역이 유사해 보일 수는 있어도 최종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 아트 같은 경우에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예술계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이들이 존재했다. 지금 디지털 매체를 통해 나와있는 사진이나 영화도 어느 시점까지는 이것이 대중문화냐 대중예술이냐 하는 문제로 많은 논란을 거쳐왔다.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시각과 그것이 예술이라고 모두가 말하는 현실 사이에는 역사나 제도, 이론 등의 많은 기준이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주도로 게임도 새로운 예술분야 중 하나로 포함시키려는 일부개정법률안 입법 시도가 지속되는 이유가 된다.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학문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현장의 모습만 보더라도 게임은 예술인 쪽과 예술이 아닌 쪽의 경계에 놓여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현장에 놓여 있는 전문가들의 경우, 그 태도나 방식에 있어 다른 예술 문화를 창작하는 이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순수 예술이나 대중 예술의 영역에서 넘어오기도 하고, 또 반대로 다시 넘어가기도 한다. 게임이 필요로 하는 사운드나 이미지, 렌더링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개인 혹은 집단이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해 예술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