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찬 PD이영광
- 삼일절에 일장기를 건 이장우 목사 인터뷰하셨던데 섭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섭외 연락을 했을 때는 의외로 전화를 받고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약속을 잡은 후 갑자기 연락이 안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이 목사의 교회로 알려진 곳을 찾아갔죠. 하지만 교회 문은 닫혀 있고 노크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기다리는데 우연히 교회로 들어가려는 관계자를 만난 거죠. 그때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 이 목사가 나타났고 현장에서 설득이 이루어졌어요."
- 이 목사는 일본 식민지의 공과를 말해야 한다는데 그가 생각하는 공이 뭔지 물어보셨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일본 덕분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이에요. 일본이 한국을 식민 지배했기 때문에 한국에 병원도 생기고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도 했는데 왜 이거에 대해서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느냐, 이기적이라고 하더라고요.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주장을 했어요."
- 삼일절에 일장기 거는 심리가 뭘까요?
"이 목사 말로는 한일 화합을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고 한국에 대한 어떠한 반발심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이 목사는 '한일'이라고도 안 하고 굳이 '일한'이라고 순서를 바꿔서 말하기도 하거든요. 태극기와 일장기가 조화롭게 걸리면 좋겠다는 말은 좋지만 삼일절의 맥락 무시하고 일장기를 거는 건 폭력적이죠."
- <반일 종족주의>라는 이영훈 교수의 책을 극우들은 많이 읽나 봐요?
"듣기로는 극우들의 바이블이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부대 주옥순이 등장한 우익 집회에서도 그렇고 아마 웬만한 극우들은 다 보지 않았을까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에 베스트셀러가 됐었잖아요. 그냥 관심을 끈 정도가 아니라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니까요."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반일 종족주의>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면서도 독도에 내용은 책에 있는지 몰랐다고 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말이 안 맞죠. 왜냐하면 책의 한구석에 써 있는 내용도 아니고, 대표 저자인 이영훈 교수가 직접 쓴 주요 챕터 중 하나이거든요.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까지 나와서 '빛나는 지성들의 연구열이 돋보인다. 깊은 감동을 준다'고 극찬했는데 모른다는 건 이상해요."
- 일본 극우 인사도 인터뷰하셨는데 어땠나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은 그들이 할법한 주장들을 했던 것 같아요. 우익 시위 집단 대표도 <반일 종족주의> 책을 보여주면서 '매우 좋은 책이다. 이런 책 쓰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는 걸 들으니까 정말로 그 책이 일본 극우한테 큰 영향을 주고 있고 그거에 뭔가 이론적인 토대가 되고 있구나라는 걸 실감했죠."
중요한 이야기
-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하는 근거가 뭔가요?
"일본은 한일병합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독도가 무주지(無住地)였다고 주장해요.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영토로 편입한 독도를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평화선 설정하면서 한국이 무단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말이 빠져 있다는 라는 사실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는데 사실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 1905년 을사늑약 때부터인 것 같거든요. 그러나 을사늑약 전 일본 땅이란 증거는 건 아예 없지 않나요?
"일본의 억지 논리에 근거로 내놓는 증거들은 있어요. 하지만 일본 영토라는 명확한 증거는 없죠. 오히려 방송에도 나왔지만 1877년 태정관지령 같이 반대로 한국의 영토였다는 명확한 증거들은 있죠. 그런데 그런 건 모두 빼놓고 입맛에 맞는 자료들만 근거로 주장하는 거죠."
- 독도에 사람이 살 것도 아닌데 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할까요?
"글쎄요. 결국에는 두 가지인데 정말로 독도를 이후 미래에 어쨌든 국제 정세는 힘의 논리니까 그런 논리들을 만들어서 독도를 일본 땅으로 편입하게 되면 많은 지리적이나 어떤 이득을 얻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번 정치인이 국내 정치용으로 자기의 영토를 얘기하는 것도 있고요."
-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일단 NHK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이 독도를 언급했다고 했던 건 오므라이스가 등장했던 렌카테이에서의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였어요. 정상회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독도 문제를 얘기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윤석열 정부도 독도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요."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독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시다 후미오는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할 때부터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이에요. 외무장관 시절에는 처음으로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야 된다고 했던 인물이기도 하고요. 일본의 이득을 위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것도 있지만 독도 등 영토 문제를 다루는 것이 기시다의 중요한 국내 정치의 기반이 되는 건 아닐까요?"
- 일본은 국민에게 독도에 대해 세뇌하는 것 같아요.
"세뇌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치밀하고 교묘하게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일본의 그런 환경에서 쭉 자란다면 당연히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걸 믿게 될지도 몰라요. 교과서는 물론이고 문구점의 지구본들에도 모두 다케시마라 적혀 있고 작은 선으로 일본 땅이라고 경계를 표시해 놓으니까요. 이런 걸 보면 당연히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하는 주장이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까요?"
- 대응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무시하는 게 나을까요?
"사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오랫동안 무대응이 맞다 아니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라는 쪽이 갈려요. 하지만 저는 과도한 도발에는 확실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국제무대에서는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요."
- 오승훈 아나운서가 클로징 멘트에 우리는 독도를 지키기 위해 뭘 해야 하냐고 묻는데 뭘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건 국력인 것 같아요. 국제무대는 결국 힘의 논리니까요. 지금의 국제정세 균형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워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구체적 진실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 역사나 근거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구체적 교육이 이루어졌을 때 거짓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독도는 단순히 섬 하나가 아니더라고요. 독도에는 영토와 관련한 한·일 관계의 역사와 당시의 국민감정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방송에 나오지는 못했지만 울릉도 독도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했거든요. 학생들, 선생님들, 몸이 불편한 노인 분까지도. 독도에 대해서 물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벅차하는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하기도 하고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새삼스럽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 시청자에게 말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응하여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 보자는 게 취지에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변화된 현시점에서 무엇이 현명한 대응일까 이야기해 보자는 거죠."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중요한 이야기들은 사실 너무 많이 이야기되어서 때로는 무뎌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익숙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나도 모르게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중요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보여주는 게 방송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제작진이 느꼈던 것들, 의도했던 것들이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되었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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