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칠봉 PD
이칠봉 제공
- 지난 11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 '10년의 추적, 끝나지 않은 MBI 금융사기'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걱정 많이 했는데 방송 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게 새로운 유형의 폰지사기 사건이기도 했고 또 사건이 너무 방대해서 그 실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도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조직 구조를 보면 많은 엄청난 사람들이 얽혀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참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제일 막막하고 고민이 많았고 힘들었는데 어쨌든 뭐 반응이 좋아서 지금 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MBI의 금융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주목하게 되었어요?
"제가 2022년 12월 16일 <시사 직격>에서 '지옥문이 열리다 - 노년을 노리는 코인 다단계의 덫'이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다단계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때도 가상자산 투자라고 하는 다단계 사건으로 노후 자금을 다 잃고 위기에 빠진 노년들의 심각성을 느꼈고 상황이 심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보받고 사전 취재를 해보니 이 사건의 규모에 엄청 놀랐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피해액만 5조 원이더라고요. 또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말레이시아에 회사를 둔 국제적 다단계 사기 사건이라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거 해야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 MBI 그룹이 말레이시아 회사로 나오던데 어떤 회사인가요?
"그들이 얘기하는 MBI 그룹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테디 토우라는 사람이 금융 선진국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에 회사를 세웠어요. 본인들이 얘기하기로는 건설, 쇼핑몰, 리조트, 관광 등 계열사를 100개나 소유한 투자회사라고 소개해요.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최고의 SNS인 페이스북과 동일한 mface라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거예요. 그들은 2014년 말 기준 4억 5000명 정도 되는 유저를 확보했다고 얘기를 해요. 그리고 나스닥에도 상장할 것이니 이 플랫폼에 투자하면 플랫폼 안에 광고할 수 있는 광고권을 준다고 사람들 유혹했거든요. 그러면서 나스닥에 상장이 아직 안 돼 있으니까 선물 개념으로 GRC라는 이게 가상화폐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러면 이걸 상호 간에 주식이나 코인처럼 매도 매수할 수 있게끔 해서 이 가치를 상승시켜서 부자 될 것이야라고 투자 유혹을 한 그 회사죠."
- MBI가 실제 존재하는지 아니면 유령회사인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령 회사라고 봐야죠. 왜냐하면 현재 테디 토우도 구속이 됐고 유령 회사들 실체가 없는 거죠."
- 방송 보니까 말레이시아에 MBI 광고가 많이 있나 보던데 그건 뭔가요?
"이들의 사기 수법이 독특했던 게 한국에서 투자를 권유하면 사람들이 잘 안 믿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들을 모아서 말레이시아를 데리고 가요. MBI 그룹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행기 외부 전체에 MBI의 광고를 하고 그다음에 트랩 전체에도 MBI 광고가 있어요. 그리고 심지어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나오잖아요. 톨게이트 전체에도 MBI 광고가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은 가면 우리나라 삼성만큼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했대요. 그렇게 사람들을 유혹했던 거죠."
- 본사 건물도 있는 것 같던데.
"MBI 본사라는 게 그 실체가 없고 홍보 같아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 못 들어가게 하고 본사 앞에서 사진만 찍게 해요. 그러면 그 건물 위에 MBI라는 글자가 써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외형적인 것만 계속 보여주는 거예요."
- 그럼, 겉모양만 본사처럼 했을 수 있겠네요?
"그렇죠. 거기서 사진을 찍게 하고 이 사람들이 MBI 광고가 있는 데만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게 하고 본사에서도 앞에서만 찍게 하고 안에는 못 들어가는 거예요. 처음에 출연했던 성오봉씨가 소변이 마려워서 그쪽에 몰래 들어갔는데 경비가 막아서 못 들어가게 했던 거죠. 성오봉씨는 MBI 회원이라고 했는데 경비가 MBI 그룹 자체를 모르는 거예요."
- 성오봉씨는 MBI 그룹 창업주까지 만났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테디 토우는 어떻게 만난 건가요?
"최상위 핵심 멤버가 성오봉씨를 데리고 왔을 때 테디 토우가 그 섬에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를 사람들을 데리고 갔죠. 근데 잠시 봤대요. 인사만 하고 얘기는 할 수 없었고 그냥 사진 찍고 단체 사진 찍고 악수하고 그 정도였대요."
- 이게 외국 회사인데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된 건가요?
"MBI 그룹의 현재 피해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어요. 지금 피해가 엄청난데 중국만 해도 현재 피해가 90조가 넘는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래서 중국에서 강제 송환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 말레이시아에서 해서 아시아 전역으로 퍼진 거죠. 그중에 한 나라가 우리나라였던 거죠. 우리나라만 된 게 아니라 한국,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퍼졌어요. 그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거죠."
- 2018년 MBI 투자 강의 했던 배진호(가명) 교수를 만났는데 잠깐 기다려 보라더니 도망갔죠. 어떤 상황이었나요?
"최상위 모집책들이 다 흩어져서 지금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수소문 끝에 배진호 교수가 어디 있는지 제가 알게 됐어요. 배진호 교수가 한 식품 다단계 회사에서 강의도 하고 한다고 해서 그 날짜에 맞춰 갔죠. 근데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막 찾다 보니까 강의하고 있는 장소 그 뒤에 맨 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어떤 작업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취재를 왔다고 하니까 좀 많이 당황해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알겠다. 잠시 바로 옆에 있는 공간 사무실에서 잠깐만 기다려 달라. 전화 한 통만 하고 가겠다'면서 저를 안내했는데 사실 저는 변호사랑 통화하는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취재 하다 보면 취재 거부 한다든지 말 안 한다든지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어요. 근데 그중의 하나가 보통 법률적 자문 구하려고 변호사에게 전화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변호사한테 전화하는 줄 알고 조금 기다렸어요. 근데 그러는 사이에 이 회사 이사라는 남자하고 직원이라는 여자가 처음부터 저를 계속 따라왔던 분이 있어요. 이 둘이 와서 갑자기 말 시키면서 방문 닫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무실 문에 보면 작은 창문 유리가 있어 밖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등으로 막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건 이상하다 싶어 밖에 나가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배 교수가 도망을 갔던 거죠.
"계속 반복되는 피해... 처벌 제도 강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