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만화산업의 양대 산맥 마블 코믹스와 DC코믹스는 약 8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마블에는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엑스맨 같은 히어로들이 있고 DC도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같은 히어로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영화에서도 이어졌는데 1990년대까지는 슈퍼맨과 배트맨을 영화화해 크게 히트시킨 DC코믹스가 마블에게 다소 앞서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두 회사의 균형에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블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세계관을 만들어 영화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블에서는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많은 히어로들의 단독무비를 만들었고 몇 년에 한 번씩 <어벤저스>라는 '올스타전'을 개최해 히어로들을 한자리에 집결시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MCU의 대성공에 크게 자극을 받은 DC에서도 'DC 확장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만들어 영화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MCU의 시작을 어떤 작품으로 할까 고민이 많았던 마블에 비해 DC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크 나이트> 3부작을 끝낸 시점에서 DC 확장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릴 히어로는 역시 '히어로의 근본' 슈퍼맨이 제격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슈퍼맨의 기원을 다룬 영화 <맨 오브 스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