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칠세부동석. '남자와 여자는 7살이 되면 한자리에 같이 앉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유교의 옛 가르침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나 통했을 법한 이 말을 지금의 'MZ세대'에게 가르치려 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꼰대' 취급을 받을 것이다. 이제는 '남사친(남자사람친구)',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이라는 줄임말이 보통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이성친구가 상당히 자연스러워졌다.
사실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도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졌고 이성친구가 소위 말하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사실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붙는다. 바로 남자와 여자, 그 어떤 쪽도 서로에게 이성적 감정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상대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게 되고 우정이 사랑으로 발전한다면 두 사람의 우정은 더 이상 길게 유지하기가 힘들다.
물론 이성친구에 대한 호감이 '쌍방'일 경우엔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다시 연인에서 부부로 발전하는 커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성친구에 대한 호감이 '일방통행'인 상황에서 상대에게 또 다른 애인이 생기거나 그 애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짝사랑의 당사자는 매우 난감해 질 수밖에 없다. 지난 1997년에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