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SBS
 
선배팀의 남다른 클래스가 승패의 명암을 갈라 놓았다. 지난 2일 방영된 <골 때리는 그녀들> SBS컵대회 개막전에서 FC 구척장신이 FC 스트리밍파이터(스밍파)를 4대 0으로 대파하고 제일 먼저 6강에 안착했다. 이날 구척장신은 주장 이현이를 중심으로 허경희, 수비수 송해나, 백업 멤버 차서린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친 끝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기분 좋게 대승으로 개막전을 치른 구척장신은 이제 6강전에서 월드클라쓰 대 원더우먼의 경기 승자와 맞붙게 되었다. 반면 지난 챌린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슈퍼리그 승격에 성공한 스밍파는 내친 김에 컵대회에서도 이변을 노렸지만 선배팀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초반 탈락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하석주 감독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경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동안 구척장신을 맡았던 감독들이 대부분 주전 위주의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 문제, 조직력과 패스 등에서 약점을 드러냈지만 이번 시합에선 그간의 문제점이 상당부분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FA컵 형식의 단기 토너먼트 대회 신설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SBS
 
<골때녀>는 최근 폐막된 슈퍼리그, 올스타전 이후 신규 대회를 신설해 약간의 변화를 도모했다. 각국마다 프로-아마추어를 통 망라한 FA컵 대회를 개최해 자웅을 겨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SBS컵대회'를 신설한 것이다. 그동안 슈퍼리그-챌린지리그 등 1-2부리그 형식으로 경기를 치른 <골때녀>였지만 이로 인해 늘 자주 붙는 팀끼리만 시합을 치르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몇몇 강팀들은 챌린지리그 팀들을 상대할 일이 전혀 없다보니 승강과 강등의 경계 선상에 놓인 구단이 아닌 한, 다양한 팀들과 시합을 치르는 건 현행 제도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차원에서 단판 승부로 치뤄지는 컵대회를 마련한 게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볼 만하다.

이번 <골때녀> SBS컵대회는 그런 이유로 인해 앞선 챌린지리그 최하위로 다음 리그전에는 출전할 수 없는 발라드림도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토너먼트 경기 답게 연장전 실시(연장 전후반 각 5분), 골든골 제도 도입으로 무승부에 이은 승부차기 대신 확실한 승패를 구분짓기로 했다.

신생팀의 도발? 확실한 실력으로 잠재운 구척장신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SBS
 
경기에 앞서 진행된 출정식에서부터 두 팀, 특히 신생팀 스밍파는 신생팀이라는 약점을 극복하는 목적으로 선배팀 구척장신에 대한 도발(?)을 감행했다. 경기장에 전시된 우승 트로피를 만져 보는 하석주 신임 구척장신 감독을 향해 "감독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지시겠네요"라고 언급해 다분히 의도적인 신경전을 펼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체력이 정신을 지배한다"라고 구호를 외쳐 기존 "정신이 체력을 지배한다"라는 문구를 내건 구척장신의 심기를 살짝 건드리기도 했다. 경기 전 이뤄지는 실랑이, 일종의 트래시 토크는 승부의 세계, 특히 프로 스포츠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골때녀> 역시 이와 비슷한 행동으로 경기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은 스밍파에겐 패착이 되고 말았다. 경기에 임하는 구척장신 선수들의 투지를 더욱 불태우게끔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척정신은 전반 시작 1분 만에 주장 이현이의 중거리 슛을 시작으로 3분 무렵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을 유도한 이현이의 킥인으로 일찌감치 2대 0을 만들었다. 후반에도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붙였고 송해나, 허경희의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구척장신은 확실하게 "관록이란 이런 것이다"를 입증해냈다.

벤치 멤버 적극 활용한 하석주 감독의 탁월한 선택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SBS
 
그동안 구척장신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결정적인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경향이 많았던 팀이었다. 이현이-허경희 중심의 플레이가 때론 역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석주 감독은 기존 벤치 멤버였던 차서린을 과감히 초반부터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이뤄졌고 후반전에도 쉴 틈없이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었다.

종료 후 인터뷰에서 차서린은 "감독님께서 일부러 좀 더 많이 뛰게 해주신 게 있었어요. 제가 느끼기엔... 저도 이제 잘할 때가 됐잖아요"라며 웃음과 더불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감독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하 감독의 의도는 단순했다. "선수가 기량이 늘기 위해선 경기장에 나가야 하거든요. 그 선수에겐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승리만큼이나 값진 선수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은 구척장신 그리고 하석주 감독으로선 1승 이상의 값진 결과였다.

반면 패기로 똘똘 뭉쳤던 겁없는 신예 스밍파에겐 사실상 처음 맛보는 좌절이었다. 이제 창단 5개월 정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슈퍼리그에 진출한 돌풍의 주역이었지만 3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구척장신의 조직력을 감당하기엔 기본기 열세인 스밍파로선 모든 것이 역부족이었다. 4골을 허용한 골키퍼 일주어터는 "저희가 너무 건방졌다"라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표시한다. 다음 관문 진출과 탈락이라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양 팀 모두에겐 중요한 교훈을 하나씩 터득한 시합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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