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스타트랙> <어벤저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인디펜던스데이> <우주전쟁> <아마겟돈> <에이리언> <혹성탈출> <화성침공>. 이 영화들은 모두 우주를 배경으로 하거나 우주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 SF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때로는 우주인이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고 우주인의 침략을 받기도 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 <아바타>에서는 지구인과 우주인이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주와 관련된 영화들은 대부분 허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우주를 동경하며 많은 공상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지구 밖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나마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운(7800만 km) 행성인 화성에도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표면온도가 낮고 대기가 희박한 화성에는 고등생명체가 살기 힘든 환경이라고 분석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주에 대한 지구인들의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미합중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우주와 관련한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NASA의 자문을 얻거나 NASA의 연구자료들을 참고해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3년에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7개 부분을 휩쓸었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10월에 개봉한 <그래비티>는 제작비의 7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2013년10월에 개봉한 <그래비티>는 제작비의 7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 채워준 우주 영화들

할리우드에서는 다소 허무맹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우주 관련 영화들이 많다. <스타워즈>나 <어벤저스>처럼 엄청난 사랑을 받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오는 상황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사실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실존하는 과학적인 이론들을 근거로 창작자의 상상력을 더해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학창시절 지구과학을 좋아했던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던 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졌다.

우주를 과학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영화는 오는 15일 신작 <오펜하이머> 개봉을 앞두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였다. <인터스텔라>는 점점 황폐해지는 지구를 대체할 인류의 터전을 찾기 위해 우주여행을 떠나는 탐험가들의 모험을 그린 영화다. <인터스텔라>는 특히 국내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5년 인간의 화성탐사를 소재로 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은 원작소설과 영화 모두 NASA가 주관했던 화성탐사 작전, '아레스 3 프로젝트'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마스 패스파인더'라는 무인 화성 탐사선은 1997년 7월 실제로 화성 착륙에 성공했던 NASA의 탐사선이다. 원작 소설은 물론 영화 역시 고증이 상당히 정확한 편이라 오히려 일부 관객들로부터 영화적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는 억울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만든 2018년작 <퍼스트맨>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고 닐 암스트롱의 전기영화다. <라라랜드>의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이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퍼스트맨>은 우주에 대한 과학영화라기보다는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간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이 때문에 <퍼스트맨>은 셔젤 감독의 전작 <라라랜드>만큼 관객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진 못했다.

우주영화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는 2021년 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승리호>가 '한국 최초 SF 영화'를 표방하며 5300만 시간이 넘는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했다(넷플릭스 TOP10 집계 기준). 2일에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에 오른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이 개봉했다. 300억 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재난드라마 <더 문>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통할지 주목된다.

'특별관'의 필요성을 가르쳐 준 영화
 
 스톤(왼쪽)과 맷은 서로를 의지하며 외로운 우주에서 버텼지만 함께 지구로 귀환하진 못했다.
스톤(왼쪽)과 맷은 서로를 의지하며 외로운 우주에서 버텼지만 함께 지구로 귀환하진 못했다.(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지난해 6월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이 개봉했을 때 일찍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각종 커뮤니티에 "이 영화는 '4DX'나 '돌비 시네마' 같은 특별관에서 관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연말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의견이 이어졌다. <아바타: 물의 길>은 전작의 명성을 이어받았다 해도 36년 만에 선보인 <탑건>의 속편이 전국 817만 관객을 모으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관의 힘이 매우 컸다.

사실 <그래비티>는 우주의 미아가 된 주인공이 우주를 떠돌다 극적으로 지구로 귀환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아이맥스'나 '4DX'같은 특별관에서 감상하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 특별관에서는 우주 쓰레기와 파편이 마치 눈앞에서 날아오는 듯한 효과가 느껴지고 국제 우주정거장이 파편에 맞아 박살 나는 장면에서는 큰 시각적 충격을 느끼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당초 제작사에서는 라이온 스톤(산드라 블록 분) 역에 안젤리나 졸리와 나탈리 포트만, 스칼렛 요한슨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분) 역에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유력했다고 한다. 만약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나탈리 포트만이 <그래비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면 토니 스타크와 제인 포스터가 각각 지구와 아스가르드에 애인을 놔두고 우주 공간을 떠도는 이야기가 될 뻔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광활한 우주에 남겨진 스톤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롱테이크 장면을 많이 활용했다. 특히 오프닝 장면은 12분이 훌쩍 넘고, 스톤이 소유즈 캡슐 내부에 갇혀 고립돼 있는 장면 역시 10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한국영화 중에도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이나 <살인의 추억>의 현장검증 장면 등이 유명한데 롱테이크는 치밀한 준비와 카메라의 정교한 움직임, 배우들의 합이 맞아야 찍을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그래비티>는 미국의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6%, 국내 N 포털사이트 기자 및 평론가 평점 8.67점, 관람객 평점 9.12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평점을 받았다. <그래비티>는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감독상을 비롯해 무려 7개 부문을 수상했다. 비록 작품상은 <노예 12년>에게 내줬지만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그래비티>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4년 만에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 오른 산드라 블록
 
 산드라 블록은 <그래비티>로 4년 만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산드라 블록은 <그래비티>로 4년 만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주)스튜디오디에이치엘
 
<블라인드 사이드>로 2010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산드라 블록은 여러 배우들이 고사했던 역할을 맡아야 할 만큼 입지가 불안한 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산드라 블록은 우주를 외롭게 떠도는 라이언 스톤 역을 맡아 스톤의 사투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다. 산드라 블록의 열연 덕에 <그래비티>는 7억 4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그녀는 또 한 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그래비티>에서 스톤이 절망적인 상황에도 무너지거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스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맷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맷은 여러 차례 스톤의 목숨을 구해줬을 뿐 아니라 그녀가 절망하지 않도록 정신적인 케어도 아끼지 않았다. 맷은 두 사람이 함께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땐 스스로 연결고리를 해제해 스톤의 목숨을 구했고 스톤이 절망에 빠졌을 땐 환영으로 등장해 스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같은 해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설계자 윌포드를 연기했던 에드 해리스는 <그래비티>에서 NASA 우주센터의 임무통제 책임자 역을 맡아 목소리로 출연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리스가 지난 1995년 영화 <아폴로13>에서도 나사의 관제실장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몇몇 영화팬들은 NASA 관제실장이 20년 동안 진급도, 퇴직도 못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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