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추적 60분>의 한 장면
KBS 1TV
- 지난 21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 '집중르포-극한 호우, 대한민국을 삼키다'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난 소회가 어때요?
정용재 PD(아래 정): "너무 급작스럽게 일요일(16일)에 팀장님 전화 받고 바로 피해 지역으로 내려갔는데 한 6일 정도 만에 방송이 나와서 어떻게 6일이 흘렀는지 지금도 잘 실감이 안 나고 몇 밤 자고 일어났더니 방송이 나가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바쁘게 모두가 움직여서 무사히 잘 나갔다는 만족감 그리고 이게 좀 무거운 내용이다 보니 그 이후에 조치들이 잘 진행이 돼서 방송에 나오신 분들도 덜 피해 입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기아영 PD(아래 기): "같이 연출한 윤선영 PD가 토요일에 저희한테 '오송 지하차도 침수된 사건이 좋지 않다'라는 얘기 했지만 이게 방송을 준비하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 얘기가 시작이 되어서 일요일 아침에 급하게 저희가 각자 찢어져서 각 지역으로 갔고 이미 토요일 밤에 저희 팀 VJ 감독님이 오송에 가서 계셨어요. 그래서 팀원 중에서 또 먼저 그걸 방송 해야겠다고 생각한 PD가 있고 또 팀장님이 그걸 판단 바로 해 주셔서 6일이긴 한데 저희가 그래도 조금 빨리 투입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이날 방송이 7월 셋째 주말에 내린 폭우에 대한 거잖아요. 시간이 얼마 안 되어 취재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정: "어려웠는데 너무 비극적인 사건이라서 반드시 다뤄야 하는 사건이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어려웠지만 그래도 최대한 거기에 저나 (기)아영 PD나 (윤)선영 PD가 거기 일단 내려가서 연관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또 선영 PD는 소방관들와 밀착해서 구조 활동, 수습하는 수색 활동 같은 것도 찍고 아영 PD는 각종 피해 지역에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하여튼 되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군데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지역을 충북 오송, 충남 청양, 경북 예천, 서울로 나눠 취재하셨잖아요. 어떻게 나누신 거예요?
기: "오송과 예천은 가야 되는 지역이어서 먼저 출발한 (정)용재 PD와 선영 PD가 갔고 그다음 제가 어디 가야 될지 고민하고 오후 6시 다 돼 서울에서 출발했거든요. 스터디할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일단 충청도 지역에서도 피해가 큰 지역 위주로 그리고 큰 제방이 무너졌다거나 댐이 월류했다는 식의 헤드라인이 있는 지역으로 일단 가보자고 해서 갔었던 것 같아요."
- 오송 현장 가니 어땠나요?
정: "일단 현장에 바로 갔는데 현장은 이미 수색 중인 상황이었고 외부 사람들이 가서 방해하면 안 되니까 아주 멀리서부터 폴리스 라인이 처져 있었고 거기에서 기자님들도 다 뉴스 리포팅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거기까지밖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바로 (하나)병원으로 갔어요."
- 실종자 가족과 유족 대부분 청주 하나병원에 있나요?
정: "실종자를 찾아 병원으로 옮겨져서 검안하는 곳은 청주 하나병원으로 다 통합을 했어요. 왜냐하면 가족들이 흩어져 있으면 아무래도 힘드시니까요. 그래서 아예 하나병원을 지정해서 다 가 계신 상황이었죠."
- 유가족 의견 듣는 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정: "저희는 방송이니까 카메라를 최대한 안 보이기는 하지만 들고 들어가잖아요. 그러면 일단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유가족에게 '왜 찍냐? 뭐 좋은 거라고 찍냐? 구경났냐?'라고 욕 먹었어요. 너무 당연한 거죠. 화가 나시고 안 그래도 착잡한데 카메라까지 옆에 찍으면 힘드시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최대한 우리 방송이 어떤 취지고 이 사건이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하기 위한 취지 갖고 취재하는 중이고 또 저희는 언론으로서 KBS가 가진 영향력을 발휘해서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이라든지 피해자에 대한 후속 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게끔 돕겠다는 식으로 말씀 드리면서 설득했어요.
당연히 애초에 마음을 닫으신 분들은 당연히 쉽지 않았고 그래도 조금 설득하니까 몇몇 분들은 본인이 너무 어이가 없는 거, 화가 나는 거, 일 처리가 제대로 안 되는 거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에 대해 하나둘씩 얘기 해주시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갔을 때는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그래도 옆에서 계속 있다 보니 그분들도 제가 익숙해지셨는지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 당시 지하차도를 막는 게 어려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던데...
정: "신고도 여러 번 들어왔었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경고 사인이 있었는데요. 이게 여러 기관에서 서로 정보 공유가 빠르게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정보 공유할 의무가 없는 경우도 많고 공무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공조 시스템이 잘 돼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죠."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거 같아요.
정: "그렇죠. 이태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일단 정부 기관들이 서로 남 탓 해요. 국민들이 봤을 때는 하나의 정부인데 이 정부 안에서 나뉘어서 '너네 부서가 잘못했다'라는 식으로 돌리는 게 속 터지는 일인 것 같고요. 그렇게 돌리다가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도 국민들이 봤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인데요. 이번에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여러 정황들이 방송 이후에도 나오는 걸 보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 PD님이 원희룡 장관에게 인재인지 천재지변인지 물어봤잖아요. PD님 보기엔 어때요?
정: "천재지변에서 시작된 인재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례적인 폭우도 맞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죠. 4시간 전부터 신고가 들어왔잖아요. 유가족분 말대로 거기 꼬깔콘 두 개만 세워놨어도 열네 분이 살 수 있었죠. 이건 인재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꼬깔콘 2개만 세워놨어도 열네 분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