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규(우), 박소희(좌) PD
이영광
-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에 가셨을 때는 어땠나요?
박: "싱가포르는 일단 굉장히 많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입니다. 언어 다양성이 있는 나라여서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를 활용하는 데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언어적 차이와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크죠. 또한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임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자체가 내·외국인 상관 없이 최저임금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한국에 도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외국인 가사 노동자 덕분에 워킹맘으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이 엄마의 역할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선 일견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싱가포르에 와 있는 다수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은 본국에 자신의 자녀를 두고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타국의 아이 돌봄을 위해 자신의 아이 돌봄은 포기하고 온 가사 노동자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싱가포르는 가사 노동자들이 고용주의 집에 입주해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적정 근로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거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인권 문제가 상존해 있어요.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한 현재의 한국 사회에 맞는 정책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 싱가포르는 가사 노동자 제도를 도입한지 50년 가까이 지났죠. 어떤 문제가 있던가요?
박: "싱가포르는 1978년도에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고요. 아무래도 고용주와 가사노동자가 함께 생활한다는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고 인권 문제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관련 인권 단체들도 만들어져 있고 관련 형사 사건도 많았습니다. 언어폭력이나 물리적인 폭력 그리고 약속된 휴일을 제공하지 않는다든지, 약속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든지, 성폭력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가 있습니다. 또 역으로 가사노동자가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고요."
황: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많은 가사 노동자가 싱가포르에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언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였어요. 필리핀 가사 노동자가 일을 월등히 잘해서 그 분들이 급여가 높은 건 아닐 거예요. 바로 언어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단편적인 노동도 아니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형태잖아요. 거기에서 언어라는 게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할까가 중요하죠. 우리나라에 이러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분들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까요? 싱가포르보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거예요."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지 가사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박: "일단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의 수입은 한 달 기준 싱가포르 달러로 한 800달러 정도(한화 약 78만 원)예요.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최저임금법 적용받는다면 당연히 그 이상을 벌 수 있죠. 그러나 오세훈 시장, 조정훈 의원 주장대로 최저임금법 적용 없이 한 달에 약 100만 원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싱가포르에서 벌 수 있는 임금보다는 대체로 높기 때문에 만약 기회가 된다면 오고 싶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 하지만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가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박: "제도를 도입한 1978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최종적으로 합계출산율은 1.04명으로 떨어졌어요. 싱가포르 내 전문가들도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가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황: "그래도 조정훈 의원은 '우리가 뭐라도 해봐야 되지 않냐? 0.78이라는 너무나 심각한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시도해야한다'는 주장을 하세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보완해 주고 가사의 무게를 덜어준다면 출생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홍콩, 싱가포르를 보면 이미 결과물이 나와 있잖아요.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우리나라와 전 세계 꼴등을 다투는 국가예요. 과연 그 정책을 가지고 오는 것이 맞는지 반문하고 싶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