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지난 2월 발표된 2022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 온 나라가 뒤집혔다. 1970년 시작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저출생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육아 문제다. 육아가 왜 문제일까?

지난 11일 MBC < PD수첩 >에서는 인구절벽 2부 '아이를 키울 용기' 편이 방송되었다. 아이 돌잔치를 하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목소리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남성 육아 휴직을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인구절벽 2부 연출한 황순규, 박소희 PD를 만났다.

- 지난 1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인구절벽 2부 '아이를 키울 용기'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박소희 PD(이하 박): "저는 인구절벽 1부 방송 당시 < PD수첩 > 팀 소속이 아니어서 시청자로서 재밌게 봤는데, 2부는 제작진으로 함께 참여하게 돼서 뜻깊었습니다."
황순규 PD(이하 황): "인구절벽이라는 주제가 올해 가장 관심 있는 이슈였기 때문에 2월 1부에 이어 7월에 2부를 마쳤습니다. 명확한 정답이 있는 주제가 아니라서 지속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관심 갖고 있겠습니다."

- 육아 문제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인구절벽 1부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서는 청년들이 왜 결혼하지 않는지에 대해 솔직한 이유와 원인을 진단했습니다. 이번 인구절벽 2부 '아이를 키울 용기'는 결혼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조명해 보고자 했습니다. 자녀를 한 명만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의 현실 육아의 어려움과 왜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지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정부가 하반기에 시범 사업을 한다고 발표한 정책인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에 눈길이 갔어요. 과연 이 제도가 지금의 최저 출생률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이에 대한 준비는 잘 된 건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978년부터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인 싱가포르는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고자 박소희 PD가 싱가포르로 향했습니다."

- 프롤로그에서 젊은 부부 목소리를 담았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 "프롤로그에 돌잔치 하는 가족이 나왔는데 지금의 저출생 시대에 돌잔치라는 행사 자체가 의미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이를 한 명만 낳거나 사실 한 명도 안 낳는 사회잖아요. 돌잔치를 성대하게 하는 가족을 만나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 반응들이 재미있었어요. 연세가 드신 아버님, 어머님 세대들은 당연히 둘 셋 낳는 것이 좋고 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반면에 실제로 육아하고 아기들을 키우고 있는 젊은 부부들은 자신이 없고 아이 하나로 충분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황순규(우), 박소희(좌) PD
황순규(우), 박소희(좌) PD이영광
 
-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에 가셨을 때는 어땠나요?
: "싱가포르는 일단 굉장히 많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입니다. 언어 다양성이 있는 나라여서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를 활용하는 데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언어적 차이와 문화적 차이가 가장 크죠. 또한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임금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자체가 내·외국인 상관 없이 최저임금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한국에 도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외국인 가사 노동자 덕분에 워킹맘으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성이 엄마의 역할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선 일견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싱가포르에 와 있는 다수의 외국인 가사 노동자들은 본국에 자신의 자녀를 두고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었어요. 타국의 아이 돌봄을 위해 자신의 아이 돌봄은 포기하고 온 가사 노동자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싱가포르는 가사 노동자들이 고용주의 집에 입주해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적정 근로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다거나,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인권 문제가 상존해 있어요.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한 현재의 한국 사회에 맞는 정책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 싱가포르는 가사 노동자 제도를 도입한지 50년 가까이 지났죠. 어떤 문제가 있던가요?
: "싱가포르는 1978년도에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고요. 아무래도 고용주와 가사노동자가 함께 생활한다는 부분에서 갈등이 많았고 인권 문제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관련 인권 단체들도 만들어져 있고 관련 형사 사건도 많았습니다. 언어폭력이나 물리적인 폭력 그리고 약속된 휴일을 제공하지 않는다든지, 약속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든지, 성폭력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가 있습니다. 또 역으로 가사노동자가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고요."
: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많은 가사 노동자가 싱가포르에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언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였어요. 필리핀 가사 노동자가 일을 월등히 잘해서 그 분들이 급여가 높은 건 아닐 거예요. 바로 언어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단편적인 노동도 아니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형태잖아요. 거기에서 언어라는 게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할까가 중요하죠. 우리나라에 이러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분들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까요? 싱가포르보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거예요."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지 가사 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 "일단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의 수입은 한 달 기준 싱가포르 달러로 한 800달러 정도(한화 약 78만 원)예요.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최저임금법 적용받는다면 당연히 그 이상을 벌 수 있죠. 그러나 오세훈 시장, 조정훈 의원 주장대로 최저임금법 적용 없이 한 달에 약 100만 원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싱가포르에서 벌 수 있는 임금보다는 대체로 높기 때문에 만약 기회가 된다면 오고 싶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 하지만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가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 "제도를 도입한 1978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최종적으로 합계출산율은 1.04명으로 떨어졌어요. 싱가포르 내 전문가들도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가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 "그래도 조정훈 의원은 '우리가 뭐라도 해봐야 되지 않냐? 0.78이라는 너무나 심각한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시도해야한다'는 주장을 하세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보완해 주고 가사의 무게를 덜어준다면 출생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믿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홍콩, 싱가포르를 보면 이미 결과물이 나와 있잖아요.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우리나라와 전 세계 꼴등을 다투는 국가예요. 과연 그 정책을 가지고 오는 것이 맞는지 반문하고 싶었고요."
 
 황순규(우), 박소희(좌) PD
황순규(우), 박소희(좌) PD이영광
 
- 그렇다면 출생률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 "'여성의 독박 육아가 없어져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육아나 가사의 부담이 여성들에게만 쏠리는 현상을 탈피해야 하고, 가정에서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봤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도 여성의 육아휴직, 출산휴가뿐만 아니라 남성에게 주어지는 육아휴직 제도도 잘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22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보면 4.1%입니다. 이런 것들이 연쇄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출생률은 쉽게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요.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죠. 당연한 권리고, 법으로도 정해져 있거든요. 쓸 수 있는 권리를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그 분위기를 만들어야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남성도 1년간 육아휴직을 통해서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상호작용하며 출생률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누군가가 아이를 키워주는 것보다는 본인들이 키우길 원하거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 "양육 가정들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작진 회의에서도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저출생 해결 대책에 대한 방향이 정부와 국민들이 각기 다른 포인트로 잡고 있는 것 같다'였어요. 마지막 인터뷰에서 저희가 언급하지만, 양육비 지원이나 비용적으로만 계속 포커스 맞추고 제공하고 있는데 사실 그것보다 남성, 여성 상관없이 커리어를 지키면서 스스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원해요. 그 부분에 좀 더 정부가 귀를 기울이면 저출생 대책에 좀 더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사실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는 어떻게 보면 역행하는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저임금도 지키지 못하고, 아주 싼 값에 가사와 육아의 공백을 메꾸겠다는 생각이죠. 지금까지 많은 제도를 보완해 온 대한민국이 가고 있는 방향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발의된 가사노동을 인정해 주는 '가사노동법'이 자리 잡기도 전에 시범 사업까지 하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 제도는 얼마나 우리가 가사 그리고 육아의 가치를 낮게 바라보고 있는지 민낯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황순규 박소회 PD수첩 인구절벽 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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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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