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강호동과 함께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을 모두 차지한 '예능대부' 이경규는 어린 시절부터 '코미디 외길인생'을 걸었을 것 같은 유쾌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경규는 학창 시절부터 온갖 액션영화를 섭렵하던 '이소룡 키즈'였고 영화인을 꿈꾸며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이경규가 2년 후배 최민식과 함께 연기와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고뇌하며 대학시절을 보내다 개그맨으로 변신했다는 것은 제법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주병진의 보조MC로 시청자들을 웃기던 이경규는 <몰래 카메라>로 전성기를 달리던 1992년 학창시절의 꿈을 담아 만든 액션영화 <복수혈전>을 선보였다. 개그맨 출신이라는 이유로 충무로에서 외면을 받은 이경규는 직접 감독과 제작, 각본, 주연을 맡았고 사비로 제작비를 충당해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복수혈전>의 공식 흥행성적은 서울관객 2만 명에 불과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물론 최고의 개그맨이었던 이경규는 <복수혈전> 실패 후에도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를 통해 <몰래 카메라> 시절을 능가하는 인기와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고 성공가능성이 보인다 해도 개인, 특히 배우가 영화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에 무려 5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했다가 큰 낭패를 봤던 <클레멘타인>의 이동준 같은 사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