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기획보도 '스포츠혁신 4년'의 한 장면
뉴스타파
201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조재범 전직 국가대표 코치가 3년여간 성폭행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조 전 코치는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이후 정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엘리트 스포츠의 병폐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건 없다.
지난 6월 <뉴스타파>는 이를 3차례에 걸쳐 '스포츠 혁신 4년'이란 이름으로 기획 보도했다. '스포츠 혁신 4년'은 지난해 김포 FC 유소년 축구단에서 활동하다 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 모 군 사건을 중심으로 스포츠 내 끊이지 않는 폭력 문제를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6월 28일 <뉴스타파> 오대양 기자와 김용헌, 최윤정 기자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만났다.
- '스포츠 혁신 4년' 기획보도를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오대양 기자(이하 오):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을 수료한 1기 펠로우들과 함께 추진했던 프로젝트고요. 젊은 펠로우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면서 같이 만들어 낸 성과물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죠."
최윤정 펠로우 기자(이하 최): "저는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근데 취재하면서 새로 알게 된 부분도 많고 생각보다 재밌어서 좋았어요."
김용헌 펠로우 기자(이하 김): "마무리는 했지만 계속 스포츠 분야를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스포츠계에선 여전히 폭력, 불법 합숙소 운영, 불법 찬조금 모금 같은 일들이 관행적으로 일어나요. 지난주에는 프로 축구 2부 리그 안산 그리너스 임종헌 감독이 선수 선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거든요. 이런 일들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감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2019년 성폭행 피해가 알려지며 스포츠 혁신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를 다시 짚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오: "저희가 먼저 주목했던 건 학생들 그리고 유소년들의 인권 문제였습니다. 당시 학교폭력 문제가 주 현안이었는데, 저희가 조명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중에 탐사보도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있을지 기자들에게 주문했었어요. 공통으로 스포츠 분야에 있는 문제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현장 사례를 취재하고 그 이면에 있는 구조적 원인이 뭔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갔어요. 저희가 취재에 착수했을 때 이미 김포 FC 학생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년도 넘은 시점이었어요. 그것부터 복기를 시작했습니다."
허술한 법과 관리-감독 피하려는 사람들
-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 모 군 사건은 어떤 건가요.
김: "작년 4월 김포 FC 18세 이하 팀에 소속된 학생 선수 정 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사망 직전 남긴 글에 코치진의 언어폭력이나 동료 선수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이 글을 기반으로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조사에 착수했어요. 조사 결과 중학교 팀 동료 1명이 정 군을 괴롭힌 사실과 김포 FC 18세 이하 팀 코치진의 인권침해 사실이 인정됐어요. 그중에서 저는 합숙 문제를 특히 주목했어요. 합숙은 코치진의 24시간 선수 규율, 선후배 사이의 군기 등으로 오랫동안 폭력의 근원으로 지적됐기 때문에요."
- 정 모 군이 휴대폰을 봤다는 이유로, 전체 학생의 휴대폰을 일주일간 압수했다던데.
김: "규칙을 어겼다면 혼자서 벌을 받아야 하는데 본보기로 모든 선수의 핸드폰을 빼앗았어요. 그러면 당연히 친구들의 미움을 샀죠. 개인으로서는 압박감을 받았을 것이고요. 피해자 부모님이 이 부분을 마음 아파하시더라고요. 학교 밖 운동부라고 볼 수 있는 스포츠클럽을 규제하는 '스포츠클럽법'이 있어요. 스포츠클럽도 상시 합숙은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 스포츠클럽으로 등록해야만 이 규제를 적용받거든요. 스포츠클럽 대다수가 관리·감독 대상이 되기 싫으니 등록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것이죠."
- 그렇다면 학원으로 분류가 되나요?
김: "학원도 아니에요. 스포츠클럽은 운동을 가르치는 학원인 셈인데도요. 그래서 202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서 교육부에 '학원법을 개정해서 체육을 포함시키라'고 권고했어요. 그러나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체육시설법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는데, 체육시설법과 학원법은 개념이 달라요. 체육시설법은 시설에 대한 법안이에요. '운동장을 운영할 때 시끄럽지 않게 해라', '골프장을 어떻게 운영해라'는 식이죠. 학원법은 교습자가 가르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학생을 숙박시킬 땐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한다든지 등 학원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법안이에요. 교육부가 권고안을 반려했을 때 인권위원회 내부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