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MBC
 
지난해 말부터 전세 사기가 문제 되는 가운데 최근엔 집값 하락으로 역전세난도 발생하고 있다. 전세 사기가 이슈화된 건 지난해 말이지만 처음 알려진 건 2019년이다. 오래 되었는데 왜 이제야 이슈가 되는 걸까?

지난 20일 MBC < PD수첩 >에서는 '전세의 배신' 편이 방송되었다. 전세 사기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 사례를 연이어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부산의 오피스텔 전세 사기 피해자들 이야기와 함께 역전세난도 짚어 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해당 회차를 연출한 김영원 PD와 지난 22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안전한 전세 구하려면 경매까지 생각하라더라"

- 지난 20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전세의 배신'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전세 사기에서 나아가서 역전세 그리고 전세 제도의 문제까지 다루자는 생각에 출발했어요. 사실 전세 사기 다룬 방송은 그동안 많았기 때문에 그 사건을 깊이 들어가기보다 왜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고 전세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깊이 있게 들어가고 싶었는데 현장 취재를 나가 보니까 피해 입으신 분들의 사연은 다 굉장히 절박해서 그걸 짧게 갈 수가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사건에 대한 얘기 비중이 좀 더 커졌고 반대로 전세 제도의 문제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은 만큼 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회차였습니다."

- 전세 사기와 역전세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늘 그렇듯 여러 아이템을 보다가 지금 가장 시의성 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고르게 됐던 게 있고요. 인천 미추홀구 사건이 작년 말쯤부터 공론화되고 지금 목숨 끊으신 피해자분들이 계속 나오시죠. 그래서 한번 종합적으로 짚어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거기다가 < PD수첩 >의 경우 2019년부터 이런 전세 사기 사건을 계속 다뤄오다 보니 저희는 그동안 계속 다뤄왔다는 걸 보여주면서 왜 이렇게 반복되는지 얘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PD님은 전세 사기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저도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자가가 없고 하다 보니 전세 살거나 반전세, 월세를 살거든요. 그래서 제 자신에게도 굉장히 와닿는 주제였고요. 전세가 위험하다는 걸 < PD수첩 >에서 계속 다루다 보니까 전세 사기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 그럼, 이번에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나 새롭게 안 부분이 있나요?
"그동안 전세가 위험하다는 걸 추상적으로 알았다고 해야 될까요. 그냥 위험하다는 정도 알고 있었는데 전세 자체에 굉장히 사금융으로서의 성격이 있어서 본질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건 이번에 깨닫게 된 것 같고요. 그리고 전문가 중에 이런 얘기를 하셨거든요. 안전한 전세를 구하려면 일단 어떻게 해야 되냐면 이게 100% 안전해지는 방법이 아니겠지만 일단 전세 구할 때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구하라는 거예요. 그게 저는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 전세 구할 때 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구하라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는 집주인이 어떤 신용 상태이고 어떤 채무를 지고 있다는 걸 100% 확인할 수 없으니까 전셋집을 들어갈 때는 항상 그 집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최악의 경우 이 집이 집주인이 돈 안 갚아 경매에 넘어갈 수 있는데 그때 내가 내 보증금 다 보전받을 수 있느냐는 걸 기준으로 전셋집 구하라고 하시더라고요."

- 프롤로그에서 전세 사기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 사례를 연이어 보여줬잖아요. 왜 이렇게 하셨어요?
"지금 시점에서 전세 사기 얘기를 저희가 또 하는 이유이기도 했고요. 사실 전세 사기 당했다고 하면 부주의해서나 잘 몰라서 사기 당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은데요. 이건 어쨌든 기본적인 주거권의 문제예요. 때문에 이것에 있어서 피해 당했을 때 목숨 끊을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이는 분들이 많은 거잖아요. 그걸 처음부터 깔고 가고 싶었어요."

- 전세 사기 의혹 제보 받았는데 부산에서 많이 들어온 것 같던데 왜 많았을까요?
"워낙 피해자가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일단 부산 'ㄱ' 하우스 'ㄴ' 하우스라고 저희가 가칭을 붙였었는데 그 오피스텔들 경우에는 지금 오픈 채팅방에 모여 있는 피해자만 250명이 넘고요. 저희가 등기부등본 떼서 해봤을 때 해당 임대인들의 명의의 집에 살고 계신 분이 419명 정도 될 걸로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굉장히 많은 피해자가 있고 대다수 원룸에 사시는 20~30대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까 조금 더 방송에 제보하자고 힘 모으고 하셨던 것도 같아요."

- 서울 인천 전세 사기는 빌라에서 일어난 거 같은데 제보 들어온 건 어때요?
"비슷해요. 빌라거나 부산 같이 오피스텔이거나 대전의 경우에 다가구 주택이거나 어쨌든 아파트가 아닌 다른 형태의 주택들이었어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 'ㄱ', 'ㄴ' 하우스 임차인들이 근저당 때문에 전세 계약 망설일 때 공인중개인들이 설득했고 계약했는데 전세 사기 의혹이 있는데 공인중개인들은 몰랐단 거잖아요. 믿을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은 뭐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공인중개사들이 나중에 보증금 안 돌려줄 걸 알고 소개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근데 이 매물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라는 거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중개해주시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긴 해요."

- 피해자들 만나보셨잖아요. 뭐라고 하나요?
"지금 피해자들은 경찰이 수사하고 있어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죠. 근데 경찰에서 수사라는 게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빨리 진행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임대인들 다 불러서 조사하고 자금 추적도 다 해봐야 되고 이렇다 보니까 기다리시면서 과연 사기로 판명이 날지 그리고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굉장히 걱정 많이 하시고 최악의 경우들도 생각은 하고 계신 것 같아요."

- 5월 전세 사기 특별법이 통과 됐지만 크게 도움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어쨌든 피해자들이 원하는 건 내가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돌려받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래야 피해가 구제되는 건데 이미 그걸로 인해서 빚 지고 있는 분들에게 대출 추가로 받아서 피해 상황을 구제해 준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고요. 그게 아닌 경매를 통해서 낙찰받아서 피해를 구제받으라는 건 개별 사례에 따라 해당되는 분도 있고 해당이 되지 않는 분도 있는데 크게 보면 그렇죠."

- 무이자라고 해도 대출 받으면 갚아야 할 돈이잖아요.
"그래서 피해자들은 계속 얘기하는 게 일단 피해자들의 보증금은 돌려주고 임대인들에게 구상권 청구해서 임대인들로부터 돈을 받으라는 거예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임대인들한테서 우리가 돈을 받을 수 있겠냐? 실질적으로 정부가 그 돈을 회수할 수 없어서 안 된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정부에서 부실 채권 매입하고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왜 이 임차인들의 경우에는 다르게 생각하는지 의문이죠."

-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네 가지 조건 충족해야잖아요. 그게 맞을까요?
"그것도 참 어려운 부분이 네 가지 요건이 일단 다 충족해야 하고 그중에 가장 많은 피해자분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걸 임차인 입장에서는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이것 때문에 결국 많은 피해자가 피해자 요건에 해당되지 않다고 판명받지 않을까란 걱정도 들죠."

- 2019년부터 전세 사기 문제가 나왔는데 정부와 국회는 아무것도 안 한 건가요?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안 했다고 보여요. 저희 이번 방송에 나온 이가영(가명)씨의 경우에 2019년도에 피해를 입으셨고 그래서 2020년도 저희 방송에 나오셨는데 두 달 전에 수사가 들어갔다고 해요."

- 2020년 방송 두 달 전이 아니라 20일 방송 두 달 전이요?
"그렇죠. 이번에 인터뷰하러 갔는데 두 달 전에 경찰에서 수사 시작하니까 피해자 조사하러 나오라고 연락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어처구니없는 거죠. 저희가 그분의 임대인은 진○○이라는 사람이에요. 진○○은 저희가 2019년 방송부터 이 사람의 임차인들이 이미 보증금 못 돌려받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방송을 한 사람이거든요. 근데 그거에 대해 수사가 지금 와서 들어간다는 건 그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고 이걸 가만히 둬도 된다고 생각했나라는 게 답답할 노릇이죠."

"정부, 집값-전셋값 근본적인 대책 내놔야"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난도 심각한가 봐요?
"이게 2020년 이때쯤 생각해 보시면 코로나가 시작되고 금리를 엄청나게 낮게 계속 가져갔거든요. 이자 부담이 적다 보니 전세가가 엄청 빨리 올라갔었어요. 그런데 지금 빨리 올라간 만큼 빨리 내려오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역전세난도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고요."

- 정부는 이것에 대한 대책이 있는 건가요?
"정부에서는 임대인들에게 보증금 반환 용도에 한해서 대출 규제 완화해 주겠다고 얘기하고 있기는 해요. 근데 일단 급한 불을 끄자 정도의 대책인 것 같고요. 지난 몇 년 동안 저희가 금리가 요동칠 때 전셋값도 그만큼 굉장히 불안정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잖아요. 그러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은 이 집값과 전셋값을 어떻게 안정성 가지고 갈 것인지 그 대책을 생각해야 될 때인 것 같아요."

- 일부에선 지금 전세 문제가 임대차 3법 때문이라고도 하던데 거기에 대한 취재는 안 했나요?
"그 내용도 취재했는데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은 임대차 3법도 일부 역할을 했다고 얘기하세요. 왜냐하면 그 당시 임대차 3법 내용 중에 그런 것들이 있었죠. 계약 갱신권 줘서 2년 전세를 산 뒤에 임차인이 원한다면 계약을 갱신해서 2년을 더 살 수 있고 한 번 계약이 끝났을 때 전세가를 5%만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4년 동안, 이 전세가가 묶일 걸로 생각한 집주인들이 그 당시에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엄청 폭발적으로 전셋값을 올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당시 전셋값이 올라간 데에는 임대차 3법도 분명히 역할을 했다는 거죠. 근데 근본적인 원인은 전세 대출이 엄청 확대돼서 전세 보증금 자체가 다 대출로 마련되는 상황 그리고 계속해서 저금리로 가면서 집값이 엄청 올라갔던 걸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석하셨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전세 제도 자체가 사실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한 제도잖아요. 근데 그게 지금까지 어쨌든 큰 문제 없이 작동해 올 수 있었던 게 어떻게 보면 요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대다수 집주인이 선량해서 보증금을 제때제때 돌려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구나죠."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어려운 점은 이게 굉장히 복잡한 문제예요. 금리도 얽혀 있었고 대출의 문제도 있었고 그 와중에 코로나가 찾아왔던 것도 있었고 전세 사기와 역전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데 그 두 가지는 별개의 개념이기도 하지만 또 연결고리가 있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이런 복잡한 관계들을 정리하고 하나하나 취재해 나가는 것이 좀 어려웠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것 있을까요?
"저희가 다양하게 보긴 했었거든요. 역전세난 속에서 보증금을 못 돌려받게 된 임차인의 사례라든지 본인이 임차인이자 임대인이어서 그러니까 자기 집은 전세를 주고 본인도 전세를 살고 있는데 자기는 자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는데 본인 집주인은 돌려주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에 빠지신 분이라든지. 또 전세 제도 속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취재를 폭넓게 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빠졌습니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김영원 PD수첩 전세 사기 역전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