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통령실 이전을 주장했다. 사실 대통령실 이전은 공약사항이었다. 하지만 대상이 광화문 정부 청사였지 용산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용산 이전을 강행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용산은 안전할까?

지난 16일 MBC < PD수첩 >에서는 '도청과 대통령실-용산은 안전한가?'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인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영공까지 침투한 사건과 미국 CIA의 도청 의혹 등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7일 '도청과 대통령실-용산은 안전한가?' 편 연출한 조윤미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도청이나, 안보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렵지 않았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정치적인 아이템이라서 부담이 있지 않았나요? 
"< PD수첩 >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아이템은 '행정 감시'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요,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 도청 사건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도청 사건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안보 비서관이 서로 나눴던 대화가 용산 대통령실 안에서 했던 대화인지, 아니면 두 분이 휴대폰으로 전화하다가 도청 된 것인지, 또는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인지 대통령실은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고 있잖아요. 오히려 도청은 당했지만 '악의 없는 도청'이라고 말하거나, 용산대통령실이 청와대보다 안전하다는 말만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요? 과연 이번에 유출된 대화 하나만 도청이 됐을까, 국가기밀이 계속 도청이 되는 건 아닌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 미국만 그랬을까 의문이 들어요. 
"기자님 지적처럼 미중일러 네 나라가 도청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 역시 동맹국인 미국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한가하게 대응했을까 싶습니다."

- PD님은 작년에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에 대해 어떻게 보셨어요?
"그 공간 역시 국민들이 위임해 준 공간이고요, 대통령은 5년 계약직인데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국회 승인 없이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청와대를 왜 나와야 한다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국민들이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공감하기 어려웠고요."

- 대통령실 주변에서 대통령실이 잘 보이는 것 같은데 안보적으로 위험한 거 아닌가요?
"너무 심각해요. 남산에 한 번 가보세요. 대통령실이 너무 잘 보여요. 무엇보다도 대통령실 바로 앞에 직선거리로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데요. 국방부 시절부터 직원들이 국방부가 너무 노출되어 문제라고 했었대요. 대통령실 앞에 있는 건물 한곳에 협조를 얻어서 들어가 봤더니, 앞이 뻥 뚫린 대통령실 뷰가 펼쳐져 있더라고요. 너무 잘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그곳 주민들은 대통령이 몇 시에 출근하고 몇 시에 퇴근하는지 항상 보신대요. 남산에서는 관저 사진도 못 찍게 하면서, 민간 건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 

- 대통령실 말은 국민과 좀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해서 옮긴 거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게 이해 안 돼요. 어차피 청와대에 계시든 용산에 계시든 일반 시민들이 대통령을 만날 수는 없거든요. 국민들과의 소통은 장소를 옮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조윤미 PD
조윤미 PD조윤미 제공
 
- 미국 CIA의 도청 의혹도 다루셨잖아요. 대통령실이 도청에 취약할 수도 있는 건가요?
"그건 알 수 없죠. 다만 이번 방송에서는 세 가지 취약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첫째 이전 과정이 급하게 진행됐던 점, 둘째 대통령실의 위치가 미군기지 옆이라는 점, 셋째 전자파 차단 시설이 훼손됐을 가능성입니다. 전자파 차단 시설 훼손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국방부 시절 지하 벙커 시설 공사를 하셨던 업체 대표님을 만났는데 전자파 차단 시설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나 이사 하는 과정에서 훼손될 가능성이 있어서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유지보수 공사 해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국방부 벙커는 2012년도까지 보수 공사를 했는데, 그 이후로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합참 건물의 벙커를 이용하면서 훼손된 부분을 굳이 수리하지 않았다는데 당시 마지막으로 테스트했을 때 50db가 나오는 상황이었대요. 그러니까 100db가 나와야 하는데 50db가 나왔다는 건 도청을 막을 수 없는 수치라고요." 

- 작년에 대통령실 옮길 때 훼손된 걸 수리 안 했다고 하나요?
"저희가 전자파 차단 장치 수리 여부에 대해 물어보며, 만약 수리했다면 어떤 업체를 통해서 진행했는지도 문의했지만, 대통령실은 답이 없었고 국방부 역시 '비밀이다. 답변할 수 없다 안전하다'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이사 나가고 인테리어하고 이삿짐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전자파 차단 장치가 훼손됐는지 여부를 파악해 수리까지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리라 생각됩니다. "

- 작년에 대통령실 이전 공사 당시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떼기시장 같았다'고 표현했는데요. 공사 업체 말 들어보면 보안이 너무 허술했던 것 같아요.
"비교를 해보자면 대기업에 출입할 때보다 못하다는 걸 느끼셨대요. 어떻게 휴대폰 가지고 들어가서 통화나 인터넷을 하죠? 그리고 지하 벙커 같은 시설에도 신분증만 내면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도청 장치를 심으려면 어렵지 않았을 거라고 현장에 있으셨던 분들은 판단하시더라고요."

- 그렇게 할 수 있는 건가요?
"도청 장치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눈에 띄지 않은 도청 장치가 회의 테이블이나 벽이나 바닥에 내장되어 있다면 성능도 좋고, 거의 영구적이라고 하더라고요."

- 비행금지 구역 설정도 문제죠. 청와대는 반경 8km를 비행금지구역으로 했는데 대통령실은 3.8km라는 거잖아요. 가장 문제는 뭐라고 하나요?
"공중에서는 속도가 문제라고 합니다. 비행금지구역이 8km에서 3.8km로 줄어들었을 때는 우리 군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요. 비행금지구역이 3.7킬로라면, 시속 100킬로로 움직이는 드론을 발견한 즉시 16초 안에 격추시켜야 한다는 건데, 너무 위험한 거 아닌지 싶습니다. "  

- 청와대 가보셨는데 가장 큰 차이는 뭐예요?
"청와대에서 근무하셨던 행정관님이 해 주셨던 얘기들이 재미있었는데 청와대 주변에는 필수인력들이 근무하는 관사가 많더라고요. 행정관, 경비병들이 거주하는 곳인데 청와대 바로 옆에 위치한 관사에서 생활하셨더라고요. 국가의 위기 상황은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그렇게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고 해요. 용산엔 필수 행정 인력들이 거주할 수 있는 관사가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일단 수송부조차도 옮겨오지 못했더라고요. 대통령실 직원들은 차량 이용할 때 관용차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오가야 되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 

- 청와대는 다 떨어져 있어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잖아요.
"청와대의 업무 공간이 협소하고 소통을 가로막는 권위적인 공간이라는 부분에 동의해요. 건축학 전문가들은 청와대 내에서 증축이나 신축하는 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의견을 주셨어요. 문재인 대통령도 실제로 1970년대 지어진 여민관에서 근무하면서 참모진들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니까 방법은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 청와대를 구중궁궐이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궁궐 같다기보다는 소박한 느낌이었어요. 상춘재나 본관 건물, 관저까지 외국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건축물이라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조경도 훌륭하고요." 

- 1년 전을 회고해 보면 국민과의 합의도 없이 이전한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렇죠. 왜 나와야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 사실 많은 국민들은 용산으로 나왔다고 해서 소통이 되고 있다고 느끼지는 못하거든요. 공청회 한번 토론회 한번 없이 결정됐다는 게 참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MBC
 
- 대통령실 이전 비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는데요. 대통령실은 집무실과 관저 옮기는 비용만 계산했다던데.
"당장 국방부 예산만 보면요, 대통령실이 이전해 오면서 국방부를 부랴부랴 5개 건물로 쪼개서 사용하게 되는데 118억이 발생하거든요. 1차 이사에 따른 비용은 대통령실 이전비에 포함되어 있어요. 그런데 국방부가 5개로 쪼개져서 이사를 가다 보니 업무가 안 되죠. 다시 두 군데로 통합 재배치해요. 이때 또 비용이 193억 발생해요. 이 비용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으로 치지 않아요. 대통령실의 관저가 외교부장관공관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공관들도 연쇄 이전을 했는데요, 이 비용도 빠져 있고요. 수방사 이전비 소방대 이전비 등 하여간 빠진 게 많더라고요." 

-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이 어느정도 되나요?
"대통령실의 이사비용이 496억이고요, 이 비용 이외에 다른 부처에서 전용한 금액만 해도 427억 4천300만 원이 이미 더 지급됐어요. 대통령실과 관저가 별개로 있다 보니 경호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그밖에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은 비용이 있는데 대통령실 바로 옆에 있는 미군 잔류기지 이전 비용도 있을 텐데 그 비용도 3천 억이 넘을 거라는 전망이에요."

- 사실 이전 비용은 지금 꼭 안 들어가도 되는 데 들어간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제가 시민들 인터뷰했을 때 용산으로 이전한 것에 대해 박수 치고 잘했다고 하는 분들을 사실 만나기가 힘들었어요. 시민들은 대부분 궁금해하세요. '왜 이렇게 급하게 갔어야 했느냐. 코로나로 다들 먹고 살기 힘든데, 이 큰 세금을 써서 대통령실을 이전할 만큼 그렇게 시급한 문제였냐'라는 얘기 많이 하세요. 그리고 이건 제가 소소하게 느낀 부분인데요, 대통령실은 < PD수첩 > 공문을 받지 않아요. 그냥 매체별로 딱 한 사람을 지정해서, 그분 통해서 공문 넣으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님을 통해서 공문을 드렸어요. 소통 많이 하시겠다고 했는데, 언론과의 소통과정은 좀 더 번거롭게 만드셨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지 4일 만에 국방부에 가서 '대통령 집무실을 이쪽으로 옮길테니 3월 말까지 짐을 빼라'고 했다는 말에 놀랐어요. 아직 대통령이 아니라 법적 권한도 없었을 때였고, 국무회의의 예산 심의가 통과되어 국방부 이전이 합의됐을 때도 아닌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에게 이전을 지시한 건 그야말로 제왕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보여왔던 일방적인 국정운영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고층 빌딩에서 보고 싶었는데 협조가 힘들었고요, 미국의 도청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말 알고 싶어서 CIA 요원과도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 취재했는데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자문을 해주셨던 서남열 박사님이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드신 분이세요. 대통령실은 안보, 보안도 중요하지만,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지난 몇 년간 축적해 왔던 시스템을 충분히 살려서 운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조윤미 PD수첩 대통령실 이전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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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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